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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난사에 화난 미국 10대들 “총기 대신 우리들을 지켜달라”

중앙일보 2018.02.19 01:01 종합 12면 지면보기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17명을 사망케 한 니콜라스 크루스. [AFP=연합뉴스]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17명을 사망케 한 니콜라스 크루스. [AFP=연합뉴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이 학교 퇴학생이 총기를 난사해 학생과 교사 등 17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10대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 보도했다.
 

SNS 뿐 아니라 팻말 들고 직접 시위
총기협회 후원금 받은 정치권 비난

신문은 현재 10대가 이른바 ‘총기 난사 세대(Mass Shooting Generation)’라 규정하며 “1999년 4월 콜로라도주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컬럼바인 참사’ 이후 태어난 세대”라 설명했다.
 
당시 컬럼바인 고등학교의 재학생 2명이 총기를 무차별적으로 난사해 13명을 살해한 뒤 자살한 사건으로, 미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던진 일이다. NYT는 “이후 학교에선 총기 난사 대응 훈련 등이 실시됐으며, 지금의 10대는 완전히 새롭게 짜인 시스템 안에서 그 공포를 안고 자라났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참사를 겪은 고등학교의 한 학생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 인생에서 ‘총기 난사’라는 단어를 몰랐던 시절은 없었다”며 “이번에도 그간 연습했던 대로 ‘코드 레드’(최고수위 경계 태세) 행동요령에 따라 움직였다”고 밝혔다.
 
이들 세대가 자신들의 생각을 표출하는 주요 창구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다. 신문은 “이들은 이번 참사가 발생했을 때 침묵하지 않았다”며 “생존한 학생들은 페이스북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으며, 총기 규제를 지지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에서뿐 아니다. 이번 참사 이후 곳곳에서 열린 ‘총기 규제 강화 시위’에 참석한 이들 중 상당수가 10대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내 친구들을 죽게 하지 마라” "총기 대신 아이들을 지켜달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사고가 일어난 학교의 학생 에마 곤살레스는 한 집회에서 “정치인들이 전미총기협회(NRA)로부터 기부금을 받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정치인들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NYT는 “‘총기 난사 세대’에게 이 문제는 전혀 추상적이지 않다. 살해당한 친구, 피범벅이 된 교실 등 아주 구체적인 문제”며 “현재의 10대는 더는 어른들, 정치인들에게 그들 삶에 대한 주도권을 넘겨주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이번 참사로 미국 내 총기 규제에 대한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공화당의 ‘큰손’ 후원자 중 한 명인 부동산 사업가 앨 호프먼 주니어는 “공격용 총기 규제 법안을 지지하지 않은 정치인들에게는 후원금을 내지 않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공화당 지도부에 보냈다. 공화당의 적극적 지지자조차 총기 규제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족들을 위로하면서도 총격범의 ‘정신 이상’과 미 연방수사국(FBI)의 무책임한 대응을 탓했을 뿐, 총기 규제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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