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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엔 대화 올인, 美엔 기싸움...북미 회담 테이블로 이어질까

중앙일보 2018.02.18 18:12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에 대해선 관계 개선에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북한이 미국과는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 인터넷 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18일 “대결과 불신의 장벽을 허물어 뜨리는데 부단한 접촉과 내왕(왕래), 협력과 교류만큼 좋은 게 없다”고 밝혔다.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더욱 승화시켜야 나가야 한다’는 글에서 “중요한 것은 북남 사이의 접촉과 내왕, 협력과 교류를 폭넓게 실현하여 서로의 오해와 불신을 풀고 통일의 주체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2일 “이번 올림픽 경기 대회를 계기로 화해와 대화의 좋은 분위기를 더욱 승화시켜야 한다”는 발언을 이어가는 보도다.  
 
 북한은 평창 겨울올림픽에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고위급 대표단을 한국에 보내고, 연일 남북교류협력을 강조하는 등 종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측의 대화 제의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두 달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들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오는 25일 열리는 평창 겨울올림픽 폐막식에도 북한이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이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반도 안보 및 안정에 관한 밴쿠버 외교장관회의에서 가까이 다가가 대화를 주고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이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반도 안보 및 안정에 관한 밴쿠버 외교장관회의에서 가까이 다가가 대화를 주고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반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또 하나의 축인 북미 관계는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지난 9일 평창 겨울올림픽 리셉션장을 박차고 나갔던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개막식장에서 김영남 위원장과 시선도 맞추지 않았다. 미국은 “(북한을) 무시했다”는 입장이다. 북한 역시 “가질 것은 다 가진 우리(북한)는 미국과의 대화에 목말라 하지 않으며 시간이 갈수록 바빠날(급해질) 것은 다름 아닌 미국”(17일 노동신문)이라고 주장했다. 
 조영삼 북한 외무성 국장도 지난 8일 “명백히 말하건대 우리(북)는 남조선 방문 기간 동안 미국 측과 만날 의향이 없다”며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같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적어도 겉으로는 미국과의 대화에 구걸하지 않다거나 목매지 않는다며 거리를 두는 눈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사정이 다르다. 한스 모드로 전 동독 총리는 17일(독일 현지시간) “지난해 10월 이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외교담당)이 북미 관계 개선에 노력해 달라는 서한을 보냈다”고 공개했다. 또 지난달 31일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미국의 ‘핵전쟁 도발 책동’을 완전히 중지하기 위한 노력을 해 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가 지난 12일 “대화를 하는 기간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는게 타당하다”고 한 것도 미국을 향해 대화를 하게 되면 추가도발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원치 않는다면 아예 언급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화를 원치 않는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대화를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미간에 대화를 앞두고 샅바싸움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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