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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정점’에서 ‘죄인’으로…역대 대통령 수난사

중앙일보 2018.02.18 09:00
역대 대통령들의 수난과 비운 
서울 세종로 한국프레스센터 빌딩에서 바라본 청와대 전경 [중앙포토]

서울 세종로 한국프레스센터 빌딩에서 바라본 청와대 전경 [중앙포토]

국정 운영 과정에서 생기는 불가피한 일탈일까, 정권 교체 후 치러지는 ‘정치 보복’일까. 
 

전직 대통령들의 수난과 비운
퇴임 후 검찰 수사 대상 전락
시해, 탄핵, 가족들 구속 겪어
‘적폐청산’ 수사로 수난사 계속
이명박·박근혜 모두 피의자로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험난한 역경을 거쳐 당선됐지만 그 끝에는 항상 수난과 치욕이 찾아왔다. 재임 중 비리에 연루되며 탄핵 심판대에 오르는가 하면, 퇴임 후 대통령 본인은 물론 가족과 친척들까지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경우도 있다. 당장 17·18대 대통령을 지낸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만 해도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거나, 범죄 혐의 피의자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MB 향해 포위망 좁히는 검찰 수사 
지난달 17일 삼성동 사무실에서 입장 발표를 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17일 삼성동 사무실에서 입장 발표를 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각종 범죄 혐의를 받으며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검찰은 ▲군 사이버령부의 댓글공작 ▲다스 실소유주 의혹 ▲차명재산을 통한 횡령·탈세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삼성의 다스 변호사 비용 대납 의혹 등을 수사하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압박을 높여가는 중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가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를 상납받았다는 의혹과 관련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적시했다. 검찰이 지난 5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재판에 넘기며 작성한 공소장에는 이 전 대통령의 이름이 모두 13번이나 등장한다. 국정원에서 특활비 4억원을 상납받은 사건과 관련 이 전 대통령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국고손실 혐의의 핵심 피의자라는 의미다.  
 
평창 올림픽 이후 소환조사 이뤄질 듯 
특히 이 전 대통령이 수수한 국정원 특활비 규모는 향후 검찰 수사를 통해 훨씬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받은 10만달러(약 1억원)와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이 수수한 5000만원, 박재완 전 정무수석과 장다사로 전 정무비서관이 국정원에서 수억원의 특활비 역시 ‘최종 윗선’이 이 전 대통령이라는 정황 증거와 진술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진모 전 비서관이 수수한 5000만원은 민간인 불법 사찰 폭로를 막기 위한 입막음용 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점에서 검찰은 관련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강원도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리에 앉아 문재인 대통령의 환영사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오후 강원도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리에 앉아 문재인 대통령의 환영사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일단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는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오는 25일)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전 대통령이 평창 올림픽 개회식과 폐막식에 귀빈으로 정식 초청된 만큼 올림픽 기간 중 소환 조사하는 것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 어긋난다는 판단에서다.
 
첫 '탄핵 대통령' 기록된 박근혜 전 대통령 
지난해 3월 10일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주재로 열리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3월 10일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주재로 열리고 있다. [중앙포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으로 지난해 3월 탄핵됐다. 취임 당시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부녀가 모두 대통령에 취임한 ‘부녀 대통령’이란 기록을 세웠지만, 최초의 탄핵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과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원심을 깨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는 인정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겁박 때문에 (뇌물공여가) 발생했다”고 봤다. 법조계 안팎에선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에 따라 향후 박 전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실제 이 전 부회장의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국정농단의 주범은 헌법상 부여받은 권리를 외면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타인에게 나눠준 박 전 대통령과 그 위세를 등에 업은 자들의 죄로 봐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 경영진을 겁박하고 최순실씨의 그릇된 모성애로 사익추구를 한 점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이번 사건을 ‘요구형 뇌물’로 판단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의 권한을 활용해 사기업인 삼성을 압박하고 뇌물을 요구했다는 의미다. 박 전 대통령의 죄가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판부는 "형사법 체계에서 부패 책임은 공여자보다 수수자인 공무원에게 무겁게 적용된다"며 "특히 이번 사건과 같이 요구형 뇌물 사건의 경우 권력을 배경으로 한 강요가 동반되면 공무원에 대한 처벌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박연차 게이트' 연루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거 
2003년 취임식에서 선서 후 손을 흔들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중앙포토]

2003년 취임식에서 선서 후 손을 흔들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중앙포토]

제16대 대통령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개혁과 높은 도덕성을 표방하며 취임했지만 퇴임 후 검찰 수사로 수난을 겪었다. 노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는 2008년 11월 국세청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탈세 혐의로 고발하며 수면 위에 올랐다. 검찰은 2008년 12월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15억원을 빌려준 내용이 담겨 있는 차용증을 확보하며 수사를 본격 확대했다.
  
이후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2009년 4월), 노 전 대통령의 장남 노건호씨에 대한 소환조사(2009년 4월)을 거쳐 2009년 4월 30일 노 전 대통령을 검찰청에 소환해 조사했다. 엎친 데 덮친 겪으로 검찰 수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딸인 노정연씨가 박연차 회장에게 수십만 달러를 추가로 수수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떠나 영결식장인 서울 경복궁 앞 뜰로 향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 [사진공동취재단]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떠나 영결식장인 서울 경복궁 앞 뜰로 향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 [사진공동취재단]

결국 노 전 대통령은 5월 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검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퇴임 대통령의 수난사 가운데 가장 비극적인 결말로 남았다.
 
쿠데타·사살·사형선고까지…'수난의 역사'로 남은 역대 대통령들 
1977년 회갑을 맞아 충남 도고관광호텔에서 생일 케이크를 자르는 박정희 전 대통령. 오른쪽은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1977년 회갑을 맞아 충남 도고관광호텔에서 생일 케이크를 자르는 박정희 전 대통령. 오른쪽은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이전 대통령들 역시 치욕스런 모습으로 권좌에서 물러난 경우가 많았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 전 대통령은 장기 독재 집권을 하다 4·19 혁명으로 쫓겨나다시피 물러났다. 하와이로 망명해 그곳에서 생을 마쳤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5·16 군사쿠데타로 대통령 자리에 오른 뒤 18년간 장기집권했지만 최측근이었던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시해됐다. 경제개발과 독재·인권탄압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역시 퇴임 후 수난을 겪어야 했다. 육사 시절부터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은 1979년 10.26 사건 이후 `12.12 군부 쿠데타', 1980년 5월 `5.18 광주민주항쟁 무력진압' 등 총칼을 앞세워 차례로 대통령직에 올랐다. 하지만 후임인 김영삼 정권 시절 각각 사형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년가량 복역하다 사면조치로 풀려났다.  
1993년 취임식 당시의 김영삼 전 대통령. [사진=청와대]

1993년 취임식 당시의 김영삼 전 대통령. [사진=청와대]

 
군사정권 이후 민주화 시대를 연 ‘양김(兩金)’인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자신의 아들이 구속되는 불운을 겪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는 아버지 재임 중인 1997년 한보 비리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데 이어 퇴임 후인 2004년엔 조동만 전 한솔 부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차 구속됐다.  
1998년 취임식에서 손을 흔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사진=청와대]

1998년 취임식에서 손을 흔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사진=청와대]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임기 말 차남인 홍업씨와 3남 홍걸씨가 기업체에서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드러나 구속 기소됐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두 아들이 잇따라 구속되자 대국민 사과를 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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