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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15년 만에 얻은 첫 아들이 준 인생 2막 영감

중앙일보 2018.02.15 05:05
이상원의 포토버킷(14)
직장인에게 이직이나 퇴직은 인생에서 손에 꼽을 정도의 큰 사건이다. 그러나 많은 직장인이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우연히 이직하거나 창업함으로써 이전보다 못한 조건의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는 경우를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직이나 퇴직을 잘하는 법을 안내해 주는 책이나 강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직장인의 73.7%가 회사 재직 중 경력관리 컨설팅을 받기 원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회사는 단 16%에 불과하다. (본지 2015년 1월 19일 자 ‘삼성, 재취업자 연봉 협상까지 지원’ 참조) 대표적인 예로 삼성전자의 ‘경력컨설팅센터’를 들 수 있다. 
 
본사와 제법 떨어진 곳에 있어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센터를 통해 재취업에 성공한 3500여 명 중 84%가 비슷하거나 많은 연봉을 받았고, 95%가 직급이 유지되거나 상승했다고 하니 그 효과가 꽤 크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처음부터 ‘반퇴’를 소극적인 방어전이 아닌 꿈에 대한 적극적인 도전의 기회로 삼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많은 인터뷰의 주인공으로부터 “도전에는 용기도 필요하지만, 미리 준비하고 계획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 주식회사 코나아이 최원준(47) 이사의 스토리를 듣고 난 뒤에는 개인의 준비도 중요하지만, 회사의 지원 또한 결정적인 도움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회사의 퇴직학교 덕분에 인생 2막에 도전하고 있는 최원준 이사 [사진 이상원]

회사의 퇴직학교 덕분에 인생 2막에 도전하고 있는 최원준 이사 [사진 이상원]

 
최 이사는 15년 동안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가 약 1년 전 스마트카드 관련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 ‘코나아이’로 이직했다.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며 “삼성전자를 포함해 거의 20년 동안 정말 원없이 신나게 일을 했어요. 아마 2016년 가을의 ‘그 날’이 없었다면 이직할 생각이 들지 않았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 날, 40대 중반의 그에게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연극을 했고 광고와 영상 콘텐츠 관련 일을 오래 한 그 답게 필자의 호기심을 크게 자극했다.
 
삼성전자에서는 45세가 된 직원을 모아 ‘퇴직학교’를 열어준다고 한다. 회사가 재직 중에 만들어 줬더라면 퇴직 후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퇴직자들의 아쉬움을 반영해 만든 과정이다. 주제는 대략 다음과 같다.
 
“지금까지 회사에 집중했지만, 지금부터는 개인의 인생에도 집중해 봐라. 삼성 이후의 라이프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라. 임원에 도전할 거냐, 다른 기회를 찾아볼 거냐. 어느 방향이라도 회사는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2016년 10월 말, 그가 세 번째 대상자가 되어 입교했다.   
이(이상원): 독특하네요. 회사에서 퇴직학교를 열어주다니…. 그런데 분위기 괜찮았나요?

최(최원준): 웬걸요, 일부 직원들의 경우 “우리에게 왜 이런 교육을 하는 거냐” “나가라는 거냐”며 대놓고 불쾌감을 나타냈죠. 저는 그냥 바쁜 일정 중에 잠깐 쉬어 간다 생각하고 편한 마음으로 참가했어요. 모두에게 방 하나씩을 주니까 조용하고 좋았지요.


이: 뭔가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나요?
최: 예정된 영화상영이 취소되는 바람에 혼자 방에서 두세 시간을 가만히 있게 된 적이 있었어요. 그 기회에 조용히 지나온 시간, 앞으로의 인생 등에 대해 생각해 봤지요. 그렇다고 심각한 생각은 아니었어요. 내가 회사에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잘해 왔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등의 자연스러운 생각이었어요.


이: 분위기 탓이 컸겠지요?  
최: 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런 기회를 준 회사에 고마워요. 평소에는 바쁘고 여유가 없어서 그런 생각을 할 기회가 없잖아요. 그리고 바쁠 때, 스트레스받을 때 그런 생각을 하면 부정적이거나 '욱!' 하는 마음에 섣부른 선택을 할 수도 있잖아요.  


이: 그래서 이직해야겠다고 생각했나요?
최: 웬걸요, 일단 업무에 충실하면서 틈틈이 미래계획도 세워보고, 경력을 살려 하고 싶은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잘 판단해 보고 선택해야겠다는 등의 마음 준비를 했지요.


인생을 다시 돌아볼 기회를 가졌던 시절의 최원준 이사 [사진 이상원]

인생을 다시 돌아볼 기회를 가졌던 시절의 최원준 이사 [사진 이상원]



좋아하는 일보단 잘하는 일을 택하라  
마음의 준비가 되니 기회가 생긴 걸까. 프로그램을 마치고 업무에 복귀했는데 지인으로부터 이직 제안을 받았다. 코나아이라는 상장사가 새로운 사업을 론칭하는데 총괄할 만한 대표급 인재를 찾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마치 중요한 제안을 앞두고 인생을 돌아보고 마음의 준비를 할 기회를 준 것이었나 생각이 들었다. 마침 퇴직학교에서 자신이 지금까지 어떤 일을 잘해왔고,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정리해 두었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시절 싸이코 드라마를 만들면서 연극에 재미를 붙였고 프로덕션에서 영상을 만드는 PD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였다. 콘텐츠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다. 광고회사를 거쳐 삼성전자에서 디지털 솔루션 센터, 미디어 솔루션 센터 등에서 일하면서 음악, 게임, 영화 등 콘텐츠 관련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 정말 신나게 일했다. 모바일 앱스토어 관련 업무를 담당할 때는 콘텐츠사업을 총망라해 서비스를 기획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20대 후반 광고촬영을 하던 최원준 이사(흰 모자) [사진 이상원]

20대 후반 광고촬영을 하던 최원준 이사(흰 모자) [사진 이상원]

 
코나아이로부터 ‘비버’라는 새로운 개념의 동영상플레이어를 통해 영상을 지식공유의 매개로 활용할 계획이라는 제안을 듣고, 최 이사는 마치 자신을 위한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삼성에서 오랫동안 다양한 콘텐츠, 특히 영상을 활용하는 플랫폼 사업을 진행했던 경험이 많아 자신있는 분야였다.  
 
퇴직학교 때 차분하게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계획을 세운 덕분에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천천히 여러 번 미팅을 진행하면서 검토를 반복했다. 결정적으로 이직의 마음을 굳힌 계기가 궁금했다. “사실 삼성에서 퇴직하면 언젠가 청바지 브랜드를 만들어 사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코나아이 대표와 미팅하면서 비슷한 얘기를 드렸더니 한 회사의 전문경영인을 경험하고 나면 개인사업을 할 때 도움이 될 거라는 조언을 해주셨어요. 거기서 마음을 굳혔죠.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운을 바라는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 한 마디를 부탁했다. “흔히 젊을 때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반대에요. 잘하는 일을 집중해서 오래 하면, 좋아하는 일을 큰 무대에서 할 기회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에서 운 좋게도 잘하는 일을 오래 했어요. 선택의 갈림길에서는 하고 싶은 일보다 잘해서 성과를 내고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택했습니다. 때가 되었는지, 좋아하는 일을 더 큰 권한을 갖고 마음껏 실력발휘할 기회가 생기더라고요. 버티는 힘이 중요합니다.”
 
최원준 이사가 인생 2막의 무대로 선택한 '비버'시연 모습 [사진 이상원]

최원준 이사가 인생 2막의 무대로 선택한 '비버'시연 모습 [사진 이상원]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꿈에 관해 물었다. “일단 새로 맡은 일을 통해 사람들에게 재미와 유익함을 함께 주고 싶어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제시해 줄 수도 있을 겁니다. 거의 20년 동안 콘텐츠 사업에 묻혀 살면서 터득한 비법을 아낌없이 풀어야지요. 저를 믿고 선택해 준 대표와 회사의 기대에 부응했다는 생각이 들면 청바지를 만들러 떠날 겁니다.”
 
청바지 회사 만들고파 
행복한 인생을 가꾸기 위해서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따라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어떤 우연한 계기가 운을 가져다줄 때가 많다. 최 이사에게는 회사에서 제공한 퇴직학교가 그 우연한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인터뷰 말미에 더욱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호기심으로 인터뷰를 시작하더니 감동으로 맺었다. 최원준 이사답다는 생각을 했다.  
 
“퇴직학교 바로 직전에 아들이 태어났어요. 결혼 15년 만에 어렵게 얻은 아들이죠. 기쁨과 함께 묘한 책임감이 생기면서 생각이 리셋되는 기분이었어요. 아들에게 당당한 아버지가 되고 싶었습니다.”
 
이상원 밤비노컴퍼니 대표·『몸이 전부다』저자 jycyse@gmail.com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news.joins.com/issueSeries/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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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이상원 밤비노컴퍼니 대표 필진

[이상원의 소소리더십] 인생의 하프타임을 지나며 성공보다 성장이 행복의 열쇠임을 알았다. 소탈한 사람들의 소박한 성공 스토리 속에서 그들의 성장을 이끈 소소한 리더십을 발견해서 알리는 보람을 즐긴다. “애송이(이탈리아어로 ‘밤비노’)들의 성장을 돕는다”라는 비전으로 ‘밤비노컴퍼니’를 운영 중이다. ‘몸을 바꾸려고 했는데 인생이 바뀐’ 성장스토리를 담은 『몸이 전부다』를 출간(2017년)했다. 학교, 군부대, 기업 등에서 ‘성장의 기회와 비결’에 대해 강연을 한다. 성장을 위해서는 양질의 연습을 통한 실력축적과 함께 생각, 말, 행동 등의 좋은 습관으로 키워지는 셀프이미지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널리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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