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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김형연은 누구랑 통화할까

중앙일보 2018.02.15 00:03 종합 26면 지면보기
임장혁 중앙SUNDAY 차장

임장혁 중앙SUNDAY 차장

지난 1월 말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 결과 발표를 명분 삼아 시작된 ‘김명수발(發)’ 인사 태풍이 사법부 전체에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1월 26일 법원행정처장 전격 교체에 이어 ‘김명수 사람들’은 2월 초 대법원장의 참모조직인 행정처를 ‘접수’했다. 기획·공보·감사 등 주요 심의관 보직을 대부분 김명수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판사들이 꿰찼다. 특히 박진웅(46·31기) 공보관은 김 대법원장의 복심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인물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박 판사의 뚜렷한 정치적 성향이 사법부의 대변자 역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어진 고등부장 인사는 ‘민중기’라는 세 글자로 압축됐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장을 맡았던 그가 서울중앙지법원장이 됐다. 지난 13일 지방법원 부장판사 인사에선 이동연·최한돈 부장판사 등 국제인권법연구회 핵심들이 같은 법원에 입성했다. 인사 태풍의 다음 관전 포인트는 서울중앙지법의 영장 전담과 부패 및 선거 전담 재판부를 누가 맡을지다. 구속과 불구속, 당선과 무효를 판가름하는 두 재판부의 중요성은 정치·사회구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는 김명수호(號)가 처한 상황이 그들이 지우려고 안간힘을 쓰는 ‘양승태 체제’의 2015년 어느 시점과 닮은 게 많다는 점이다. 그 무렵 양승태 대법원장은 상고법원이 법원의 인사와 상고심 적체라는 암 덩어리를 도려낼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었다. 때마침 정부의 정통성을 좌우하는 재판(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이 진행 중이었다. 그 과정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법원행정처의 접촉 의혹이 제기돼 논란 중이다. 김명수호도 그동안 더 커진 두 개의 암 덩어리를 제거하지 못하면 좌초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문재인 정부의 정통성과 직결되는 국정 농단 사건 등에 대한 재판이 한창이다.
 
닮은 그림을 그려가다 보니 2015년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의 얼굴에 오버랩되는 인물이 있다. 김형연(52) 법무비서관이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인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뇌리에 김 대법원장의 존재를 각인시킨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다. 스스로 법안을 발의할 수도, 독자적으로 예산을 편성할 수도 없는 사법부는 법무부와 청와대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는 자신의 고질병을 치료할 길이 없다. 상고법원이 뜨거운 감자였던 2015년 민정수석실과 법원행정처의 부적절한 대화가 법원 내부 격변의 기폭제가 된 요즘 떠오르는 궁금증이 있다. “김형연은 누구랑 자주 통화할까?” 이미 지난해 5월 법관의 정치적 독립을 부르짖다가 ‘현직 판사의 청와대 직행’이라는 반칙을 저지른 그이기에 더 궁금하다.
 
임장혁 중앙SUNDAY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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