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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화이트 97.75점 … 8년 만에 스노보드 황제 대관식

중앙일보 2018.02.15 00:02 종합 4면 지면보기
화이트가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올림픽 통산 세 번째 금메달을 딴 뒤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화이트가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올림픽 통산 세 번째 금메달을 딴 뒤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4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 스노경기장. 슬로프 정상에 선 한 남자가 숨을 크게 들이켰다. 반원통형 슬로프를 내려간 그는 공중에서 날아다녔다. 점프 높이는 다른 선수들보다 배 가까이 높았고, 회전수도 훨씬 많았다. 그랩(공중에서 손으로 보드를 잡는 동작)까지 완벽하게 해낸 이 남자는 스스로 감격한 듯 머리를 감싸쥐었다. 전광판에 찍힌 숫자는 100점 만점에 2.25점 모자란 97.75점. 숀 화이트(32·미국)가 8년 만에 겨울올림픽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땄다. 평창에서 열린 ‘스노보드 황제’의 대관식이었다.
 
그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과정은 드라마틱했다. 하프파이프 결선은 개인당 세 차례 연기를 펼쳐 그중 가장 좋은 점수를 성적으로 인정한다. 1차 시기에서 94.25점으로 1위에 나섰던 화이트는 2차 시기에 넘어지면서 일본의 신성 히라노 아유무(20·95.25점)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그러나 히라노가 3차 시기에 넘어진 것을 확인한 화이트는 마지막 도전에서 승부를 걸었다. 네 바퀴를 도는 더블 콕 1440(공중 4회전 후 반대편 경사에서 다시 공중 4회전)을 시도해 연달아 성공했다. 이어 프런트사이드 540을 선보였고, 자신의 주무기인 더블 맥 트위스트(손으로 보드를 잡고 몸을 비틀어 회전하는 기술)와 프런트사이드 1260까지 신들린 듯한 연기를 펼쳤다. 히라노에게 역전당한 상황인데도 공중에서 두 차례 연속 네 바퀴를 도는 기술을 구사하는 모험을 한 것이다. 그의 경기를 지켜본 관중들은 “차원이 다른 외계인이 평창에 나타났다”며 찬사를 보냈다.
 
2006년과 2010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백전노장 화이트지만 이번 금메달은 그에게 각별했다. 2014년 소치 올림픽 때는 엉덩방아를 찧는 실수를 한 끝에 4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올림픽에 도전하는 건 쉽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뉴질랜드 훈련 도중엔 얼굴이 찢어져 62바늘을 꿰맸다. 미국 내에서도 후배들과 피를 말리는 선발전을 치렀다.
 
올림픽 금메달이 걸린 이날 경기도 쉽지 않았다. 13일 예선을 1위로 통과했지만 당일 오전 연습에선 백투백 1440 기술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그는 사력을 다해 연기를 펼쳤다. 올림픽 출전을 확정 지을 때도, 올림픽 금메달을 딸 때도 그는 3차 시기에서 역전에 성공했다. 그는 “스노보드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이었다. 막판에 어려운 기술을 성공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화이트는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기술의 진화를 선도한 주인공이다. 더블 백플립(double back flip), 백플립 앤드 스핀(back flip & spin), 더블 맥 트위스트 1260 등은 그가 처음 개발한 고난도 기술이다.
 
금메달을 확정한 뒤 화이트는 경기장을 찾은 가족들과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스노보드 사상 처음으로 겨울올림픽 통산 세 번째 금메달을 딴 그는 “네 차례 올림픽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딴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며 “평창에서 딴 메달은 정말 큰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평창=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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