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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폭락” “거품” … 요즘 얘기? 4년 전 기사 제목이죠

중앙일보 2018.02.15 00:02 종합 14면 지면보기
‘“화폐로 인정 않겠다” … 중앙은행 견제에 비트코인 거품 꺼지나’.
 
암호화폐(일명 가상화폐)와 관련한 한 기사 제목이다.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에 대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견제가 시작됐다’. 최근 기사 같다. 하지만 2013년 12월 8일 오후 6시 58분에 인터넷에 게재됐다.
 
기사는 ‘5일(현지시간) 비트코인 가격은 코인당 104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1일 1214달러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불과 4일 만에 20%나 폭락한 셈’이라고 전했다. 이 기사는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성지’가 됐다. “성지 순례 왔습니다”, “미래에서 왔습니다” 등의 댓글이 매일 달리고 있다. 당시 기사에 달렸던 “코인 산 사람들 한강 갈 준비하는 소리 들린다”는 댓글에는 “한강변 아파트 몇 채 샀겠다”는 대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2013년 말 암호화폐 시장에서 벌어졌던 일이 4년이 지난 지금 반복되고 있다. 각국 정부의 규제 강화에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했다. 달라졌다면, 이번에는 한국 정부가 규제 대열의 맨 앞에 있다는 점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주요국 가운데 암호화폐에 대해 가장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곳이 일본이다. 지난해 4월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비트코인을 정식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등록제를 도입해 건전한 투자 환경 조성에 힘썼다. 그 결과 일본에서는 암호화폐 투자 붐이 일었다. 암호화폐 정보업체 크립토컴페어에 따르면, 13일 기준 엔화의 비트코인 거래 비중은 50%를 웃돈다.
 
지난해 말 비트코인 선물 시장 개장은 암호화폐 랠리를 주도했다. 선물 상품 출시는 비트코인 투자 시장에 기관의 뭉칫돈이 들어온다는 의미다. 지난해 12월 비트코인 가격은 2만 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았다.
 
최근에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의장이 죽어가던 암호화폐 시장에 숨을 불어넣었다.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 CFTC 의장은 지난 6일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젊은 층의 비트코인에 대한 열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정부는 이를 긍정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각국 정부의 규제는 과열된 암호화폐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다. 중국의 규제가 대표적이다. 2013년 12월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내린 것도 중국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당시 금융회사들의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시켰다. 2014년 4월엔 자국 내 거래소와 연결된 은행 계좌를 동결시켰다.
 
당시 세계 최대 거래소였던 마운트곡스 파산으로 휘청이던 암호화폐 시장은 이 때문에 2년 동안 넉다운 됐다. 중국은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던 지난해 9월엔 암호화폐를 이용한 크라우드펀딩인 ICO(Initial Coin Offering)를 금지하고 거래소를 폐쇄해 가격 폭락을 불러왔다. 지난달엔 채굴업체의 전기를 차단하고 장외에서 벌어지는 암호화폐 개인 간 거래(P2P) 단속에 나서면서 비트코인 1만 달러선 붕괴를 촉발했다.
 
한국 정부도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규제를 쏟아내며 암호화폐 가격을 폭락시켰다. 특히 지난달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 폐쇄 특별법 제정을 언급하면서 2200만원에 육박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1400만원대로 주저앉았다.
 
그러나 과거 규제책으로 인한 비트코인 가격 폭락은 단기에 그쳤다. 규제 여파를 딛고 어김없이 살아났다. 암호화폐가 국경이 없기 때문에 국가 단위로 규제한다고 해서 시장을 잡기 어려웠던 탓이다. 게다가 규제책을 내놓는 정부 역시 블록체인 기술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문제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리할 수 있느냐다. 정부도 암호화폐 시장을 죽이는 수준의 극단적 규제는 하기 어렵다.
 
결국 장기로는 규제 여부보다, 암호화폐 자체의 효용성을 입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 암호화폐 전문가는 “비트코인이 탄생한 지 10년이 다 돼가는데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아직 가능성의 영역에만 머무르고 있다”며 “기대감이 아니라 이런 신기술이 우리 생활을 얼마나 바꿔줄 수 있을지를 실제 증명해야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암호화폐 시장 전체의 운명과 특정 암호화폐의 생존은 별개의 문제다.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이사는 “닷컴 버블 때 주가가 수백 배 올랐어도 대부분은 사라지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손에 꼽힌다”며 “현존하는 암호화폐의 95%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cryptocurrency)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블록체인의 암호화 기술을 활용한 화폐다. 법정 화폐와 달리 실체가 없다는 의미에서 이전에는 가상화폐(virtual currency)로 불렸다. 한국 정부는 ‘가상통화’로 부른다. 전 세계에서 암호화폐라는 말로 통일되고 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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