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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치부심 뒤 아쉬운 끝...쉽게 경기장 못 떠난 최재우

중앙일보 2018.02.13 01:00
진한 아쉬움에 경기장에서 자리를 뜨지 못한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 국가대표 최재우. 평창=김지한 기자

진한 아쉬움에 경기장에서 자리를 뜨지 못한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 국가대표 최재우. 평창=김지한 기자

 
"마음을 비워야죠. 더 내려놓을게요."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 간판 최재우(24)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유독 '내려놓기'를 강조했다. 최근 2년새 부상 이후 슬럼프를 겪으면서 느꼈던 배움을 통해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았던 그였다. 더 내려놓기 위해 그는 술도, 친구들과의 연락도 끊고 운동에만 매진하면서 생애 두 번째 겨울올림픽을 준비했다. 말 그대로 절치부심했다.
 
12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휘닉스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 결선 2라운드에서 한국 최재우가 점프 후 착지 과정에서 넘어진 뒤 아쉬워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12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휘닉스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 결선 2라운드에서 한국 최재우가 점프 후 착지 과정에서 넘어진 뒤 아쉬워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그러나 '결전의 날'인 12일, 간절했던 마음과는 달리 결과는 안타깝게도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평창 겨울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 남자 2차 예선에서 81.23점으로 1위를 기록해 1차 결선에 올랐던 최재우는 78.26점으로 10위를 기록해 2차 결선까지 안착했다. 그러나 최종 결선으로 가는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두 번째 점프 동작을 시도하다 착지 과정에서 넘어지면서 의도하지 않았던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4년 전 소치 겨울올림픽 때와 마찬가지였다. 지켜본 팬들은 "다치지 않았을까" 하며 우려했지만 다행히 최재우는 스스로 일어서 결승선 근처까지 내려왔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최재우의 표정에선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넘어진 탓에 통증이 남았던 최재우는 "몸이 불편하긴 하지만 컨디션이 좋은 상태여서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은 응원을 해주셨는데 결과가 이렇게 돼 아쉽다. 많은 응원과 성원을 보답해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넘어진 과정에 대해 "예상하지 못했던 실수가 나왔다. 마지막에 뭔가 마음이 급했던 것 같다"면서 "과정을 열심히 준비했는데 이 한 번의 런에서 빨리 끝나 아쉬웠다"며 고개를 숙였다. 열심히 준비했던 과정이 단 한 번의 실수로 무너졌고, 충격은 컸다.
 
12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휘닉스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 결선에서 최재우가 슬로프를 내려오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12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휘닉스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 결선에서 최재우가 슬로프를 내려오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최재우는 한국 모굴스키의 개척자다. 네 살 때 스키를 처음 탄 최재우는 여덟 살 때 접한 모굴스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캐나다로 4년 동안 혼자 스키 유학을 갔다 왔다. 캐나다 휘슬러중학교에 입학해 월드컵 모굴 3위 출신인 마크 맥도넬 코치에게 기술을 전수받았다. 워낙 기술 습득이 빠르고 기량이 날로 좋아져 캐나다의 귀화 요청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와 힘들고 거친 길을 택했다. 최재우는 “모굴을 할 때부터 올림픽에 대한 꿈이 있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설상 종목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돼서 한국 스키가 얼마나 잘하는지를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지난 2013년 3월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스키 역대 최고 성적인 5위에 올랐고,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12위로 선전했다. 그는 "소치올림픽은 내게 소중했던 경험이었고 얻은 것이 많았던 시간이었다"면서 평창올림픽에서 더 큰 꿈을 다짐했다.
 
다음 올림픽을 향한 4년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15-2016시즌 초반 월드컵에서 4위에 올라 좋은 성적을 냈지만 다음날 연습 도중 세게 넘어졌다. 진단 결과 척추 옆의 뼈가 골절됐다. 그리고 2년여간 깊은 슬럼프를 겪었다. 잘 해보고 싶어도 결과는 늘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했다. 이때 그는 자신이 가장 잘했던 때를 떠올리면서 올림픽 시즌을 준비했다. 말 그대로 운동에만 집중했고, 심리 상담도 먼저 찾아가 받는 적극적인 자세로 나섰다. 그리고 올림픽 시즌 그는 월드컵에서의 선전을 바탕으로 세계 랭킹 4위까지 끌어올렸다. 올림픽에서 그는 자신있게 맞부딪히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올림픽에서의 '큰 꿈'을 이룰 기회는 다시 4년 뒤로 미뤄야 했다.
 
최재우. 평창=김지한 기자

최재우. 평창=김지한 기자

최재우는 "(평창올림픽은) 내가 거쳐가야 할 또하나의 대회다. 아직 어리고 더 많은 대회들이 남았다. 더 열심히 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한국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저지른 실수는 더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더 좋은 결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경기장에서의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한동안 2차 결선, 최종 결선에 나선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믹스트존에서 서서 지켜봤다.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기에, 아쉬움은 더 진하게 느껴졌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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