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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의 직격 인터뷰] “남북선수단 전자음악풍의 아리랑과 함께 공동입장”

중앙일보 2018.02.09 00:02 종합 30면 지면보기
오늘 개막, 평창 올림픽 송승환 개·폐막식 총감독
평창 겨울 올림픽 개폐막식이 열리는 올림픽플라자를 배경으로 선 송승환 총감독. 대학도 휴직하고 2년 반 동안 올림픽 준비에 매달린 그다. 그동안 ’콘티를 100번쯤은 고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평창 겨울 올림픽 개폐막식이 열리는 올림픽플라자를 배경으로 선 송승환 총감독. 대학도 휴직하고 2년 반 동안 올림픽 준비에 매달린 그다. 그동안 ’콘티를 100번쯤은 고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오늘 밤 전 세계가 평창에 주목한다. 평창 겨울올림픽이 2주 넘는 여정을 시작하면서, 오후 8시 올림픽 개막식도 베일을 벗는다. 올림픽 개막식은 개최국의 문화력을 드러내며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올림픽의 하이라이트다. 엄청난 물량과 스펙터클로 중국문화의 자신감을 과시했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방위에 이르는 영국문화의 자산을 독창적 상상력으로 펼친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 등은 단순히 올림픽 행사를 뛰어넘어 지구촌 문화 이벤트로 남았다. 각각을 이끈 중국의 장이머우, 영국의 대니 보일 감독은 올림픽 개막식을 자신의 필모그래피 맨 앞줄에 올렸다.

전 세계에 열정과 평화 발신
전통과 현대 융합 보여줄 계획
베이징·런던의 메가 이벤트보다
야외 공연 컨셉 차별화 치중

낮은 예산, 소규모, 작은 무대
단점보다는 장점으로 접근
흉내 내지 않아야 비교 안 당해
“결과가 어떻든 후회는 없다”

 
개막을 이틀 앞둔 7일 평창에서 송승환(61) 평창 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을 만났다. 연기자이자 뮤지컬 퍼포먼스 ‘난타’를 성공시킨 유명 제작자인 그는 지난 2015년 8월 총감독에 위촉됐다. 개폐막식장이 내다보이는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들어서며 확인하니 오후 4시 영하 3도. “마지막까지 날씨라는 변수와 싸우고 있다”는 그는 “개막일 일기 예보가 좋아 다행”이라고 입을 열었다. 개막식의 주제는 ‘피스 인 모션’. 개막식의 구체적 내용, 성화 주자 등은 보안사항이라 말을 아꼈다.
 
마지막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나.
“지난달 12월 서울 킨텍스에 같은 공간을 만들어 연습하다가, 1월 15일 전 공연팀이 평창에 내려왔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 리허설 중이다. 공연하는 사람들은 리허설 양이 부족하면 불안하다. 일단 리허설 일정이 충분한 편이라 조금 마음의 여유가 있다. 지난 3일 모의 개회식 때 전 세계 방송사들이 함께 봤는데 그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신경 쓰는 부분은 방송중계팀과의 회의다. 현장의 3만5000명 관객 보다 수억명의 TV 시청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리허설을 녹화해서 올림픽주관방송사인 OBS와 회의한다. 헬기 샷 회의, 풀샷회의, 콘티회의 등등이 이어진다.”
 
올림픽 개막식은 방송중계 기술의 전시장이기도 하다.
“이번엔 OBS가 35대, 미국 중계를 맡은 NBC가 35대, 총 70대 카메라가 동원된다. 카메라 종류도 스파이더캠, AR(증강현실)카메라 등 다양하고 헬기도 4대나 뜬다. 역대 최다, 최고 방송 장비가 동원된 개막식이다.”
 
송승환 총감독, 양정웅 총연출 등 무대예술가들이 많아 영상 부분이 미흡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오히려 다른 올림픽 때보다 영상을 많이 썼다. 영상은 실력파 CF감독들이 만들었는데 그 수준은 자신한다. 영상을 많이 쓴 건 TV중계 효과를 고려한 것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예산이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적은 예산에 출연자가 많지 않으니 무대 바닥을 매핑 영상으로 채우는 식이다.”
 
아이들로 시작하는 개막식이 1988년 서울올림픽 굴렁쇠 소년을 떠올리게 한다.
“다섯 명의 아이가 모험을 떠나며 한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이다. 굳이 88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보통 개폐막식에 아이들이 많이 나온다. 아마추어의 행사라는 올림픽 정신의 순수함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이들이니까. 88 개막식은 지금 봐도 참 잘했다. 당시는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했고 매스게임 위주였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처럼 학생들을 강제동원할 수 없다. 또 평창이 자원봉사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지역이라 대규모 인력 동원에 한계가 있다. 가령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때는 한 신에 3000명이 나왔는데, 우리는 총출연자가 3000명이 안 된다. 개회식 1200명, 폐회식 900명, 합쳐서 2100명이다. 가장 많이 나오는 장면이 1000명이다.”
 
그래서 베이징 올림픽 같은 메가 이벤트 아닌 야외공연이란 컨셉이 나온 건가.
“일단 예산이 600억이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서울 같은 큰 도시가 아니고 평창이다 보니 운송비·숙박비 등이 많이 들었다. 전기·조명·음향 등 하드웨어 비용도 컸다. 실제로 콘텐트 제작 비용은 600억원의 30%인 200억원 정도. 뮤지컬 두 편 만드는 액수다. 그러니까 메가 이벤트는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행사장도 변수였다. 개막식은 보통 월드컵 경기장에서 하는데 경기장이 없는 평창에선 임시로 전용 공간을 지어야 했다. 굳이 직사각형일 이유가 없고 오륜, 오행의 의미를 담은 5각형에 원형 무대를 택했다. 관객이 어디서 보더라도 집중이 잘 되는 구조다. 예산도 적고, 동원인력도 한계가 있고, 스타디움이 아닌 작은 공간에서 밀도 있게 열리는 야외공연이란 컨셉이 그렇게 나왔다.”
 
그래도 중국, 런던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역대 개막식 중 베스트를 꼽는다면.
“총감독 맡고 보니까 다 잘했다(웃음). 솔직히 초반에는 엄청 쫄았다. 부러운 게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은 톨스토이, 차이코프스키, 칸딘스키 등 유명한 예술가 작품만 내놔도 꽉 찼다. 우리에겐 그런 게 없다. 베이징은 6000억의 예산과 인력을 막대하게 때려 부었다. 우리는 그렇게 못한다. 유일한 길은 차별화밖에 없었다. 저예산과 작은 공간을 단점 아닌 장점으로 보자고 했다. 베이징·런던 잘못 흉내 냈다가는 비교만 당하니, 아예 비교할 수 없는 공간과 비교할 수 없는 예산으로 차별화하자는 거였다. 단 7명이 무대에 나오는 순간도 있다. 7명이 나와도 무대가 비어 보이지 않게 상상력과 기술을 동원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했다.”
 
‘조화’ ‘융합’을 컨셉으로 ‘열정’과 ‘평화’를 표현하는 개막식이라고 설명했다.
“부담스러운 게 평창에 이어 일본(2020년 도쿄 올림픽), 중국(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이어진다. 도대체 중국 일본과는 다른 뭘 보여줘야 할까 고민이 컸다. 인문학자들과 수차례 자문회의를 통해 우리 문화의 요체로 조화(전통문화), 융합(현대문화)이란 키워드를 뽑았다. 예컨대 건축만 보더라도 자연을 압도하는 중국, 인공적인 일본과 달리 우리 전통 건축은 자연과 어우러진다. 대표적인 현대문화인 K팝도 미국 등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에 종속되지 않고 고유성을 가진 융합의 힘을 보여준다.”
 
그걸 어떻게 공연 내용으로 풀 것인가가 관건일 텐데.
“사실 예전엔 우리가 주로 전통만 많이 보여줬는데, 그건 전통 말고는 보여줄 게 없어서이기도 했다. 이제는 현대적 문화역량도 성장했다. 개회식은 전통을 살리면서도 K팝, 미디어아트, 현대무용, 마임, 디지털 퍼포먼스 등이 융합된 글로벌한 쇼로 꾸민다. 음악적으로는 퓨전음악을 많이 썼다. 남북 선수들의 공동입장 음악인 아리랑도 EDM(electronic dance music) 편곡을 했다. 각국 선수단 입장 음악도 EDM 편곡한 K팝이다. 관객들이 소고를 들고 춤을 추면서 선수들을 맞을 것이다. 7명이 나오는 무대처럼 미니멀한 순간도 있지만, 전자음악과 함께 흥과 역동성을 표출하는 순간도 있다.”
 
북한 참가로 달라지는 것은 없는가.
“북한 참가가 결정 났을 땐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 최종 연출안을 제출하고 OBS와도 콘티 협의가 끝난 상황이었다. 오후 7시 개막식 전 행사로 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공연하지만 이는 방송되지는 않는다. 사실 북한 참가 이전부터 평화가 주제였다. 적은 예산으로 환경 메시지를 잘 전달한 2016년 리우 올림픽을 보고 나니 평창의 메시지에 대한 압박감이 컸다.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가 올림픽하면서 평화 이상이 있을까. 누구도 전쟁을 원치 않는 한국인의 절실한 마음을 담았다.”
 
2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처음 제안받았을 때 솔직히 어떤 심정이었나.
“아시안 게임 개막식 망쳐서 욕먹은 감독 얼굴도 떠올랐고, 올림픽 개막식을 아무나 하나, 이걸 왜 안 해라는 엇갈린 마음도 들었다. 항상 새로운 일을 좋아했고, 또다른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내 인생엔 대략 3가지 이벤트와 모멘텀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아역배우 데뷔해서 68년 동아연극상 받았을 때다. 배우로서의 전기가 됐다. 두 번째는 97년 ‘난타’ 만들고 제작자 된 것. 그리고 이번 올림픽이 세 번째다. 뚜껑 열어봐야겠지만 지금 이 순간 후회는 없다. 모두 최선을 다했다. 결과가 어떻든 후회는 없다.”
 
연출자로서는 엄청난 경험이다.
“20명의 크리에이티브팀, 30명의 프로덕션팀, 나머지 제작 인력 등 스태프가 1000명이다. 출연진은 2100명. 이렇게 많은 사람을 진두지휘하고 나니 100명이 만드는 뮤지컬은 쉽게 만들 수 있겠다 싶다(웃음). 무대장치 등 한국 기술력이 아직은 부족한 점이 있는데, IOC를 통해 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인력들과 일한 것도 값진 경험이다. 어쨌든 크리에이티브는 우리의 것이니 문제없다. 최근 예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개회식으로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바쿠 유러피안 게임이 있는데 여기 개회식은 연출, 스태프가 전부 외국인이었다.”
 
식장이 5각형인 게 정치적 구설을 낳고, 정구호 연출이 사퇴하고 곡절도 있었다.
“일일이 얘기하자면 끝도 없다. 이 시점에서는 그런 얘긴 안 하고 싶다. 어쨌든 난 잘 버텼다. 사공도 엄청 많았는데 애초 생각한 크리에이티브의 90%는 구현했다. 양정웅 총연출을 위시해 함께 해준 예술가 팀이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이젠 추위가 최후 변수겠다.
“지난주에는 눈이 오고 추워서, 출연자 1000명이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아이젠을 신발에 착용하고 연습했다. 옷을 서너겹 껴입는 건 기본이고. 내가 추위에 약한 편인데 이번 크리스마스, 신정에는 모든 선물이 털목도리, 장갑, 털조끼 등이었다. 평생 받을 방한용품 선물은 다 받은 거 같다. 겨울에 핫팩 열 개씩 붙이고 야외 촬영을 해본 배우로서 한마디 하자면 우리나라 핫팩이 최고다. 평창도 그 덕을 많이 봤다.”
 
남북 이슈가 많아서 올림픽 자체가 붐업이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솔직히 뉴스 볼 시간이 없어서 그런 내용을 잘 모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이 보안사항인 달항아리 성화대를 보도한 다음에는 보안이 더욱 강화돼서 중요한 리허설은 무조건 새벽 2~3시에 하는 상황이다.”
 
개막식 후 일정은 어떻게 되나.
“10일 하루 쉬고 바로 폐막식 준비에 들어간다. 서울 킨텍스에서 장유정 부감독과 연습 중인 폐막식 팀이 11일 평창으로 내려온다. 개막식 준비로 폐막식엔 거의 신경을 못 썼기 때문에, 개막식이 끝나면 더 바빠질 것 같다. 그조차 끝나고 나면 두 달 정도 따뜻한 곳에 가서 쉬고 싶다. 인터뷰 마치고 또 리허설이다. 개막식을 잘 치러서, 올림픽의 성공에 힘을 보태고 싶다.” 
 
송승환은 …
PMC 예술총감독. 성신여대 교수. 외국어대 졸업. 1965년 KBS 아역성우 데뷔. 1982년 백상연기상. 1997년 뮤지컬 퍼포먼스 ‘난타’ 총 지휘. 2007년 뮤지컬대상 프로듀서상. 2012년 제3회 대중문화예술상 보관문화훈장.

 
양성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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