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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수의 삼지연 스케치]현송월은 김정은 음악정치의 선봉장

중앙일보 2018.02.08 18:31
8일 북측 음악을 강릉 아트센터 무대에 올리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은 ‘김정은식 음악정치’의 전도사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남북간 실무협의 때 북측 회담 대표로 나온 데 이어, 지난달 21일엔 강릉과 서울의 공연장을 1박 2일간 점검하고 공연장을 낙점했다. 
 
그를 안내했던 실무자는 “카리스마가 느껴졌고, 현장에 다른 사람들도 있었지만, 본인이 모든 걸 판단하는 눈치였다”고 전했다.
 
지난 7일 오전 강릉아트센터에서 나와 버스로 이동하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사진 연합뉴스]

지난 7일 오전 강릉아트센터에서 나와 버스로 이동하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사진 연합뉴스]

 
현 단장은 보천보전자악단의 가수 출신으로 ‘준마처녀’라는 대중가요를 불러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2012년 3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당시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행사(국제부녀절 기념 은하수음악회)에선 임신 중에 무대에 올라 준마처녀를 부르기도 했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연습을 위해 7일 오후 첫 공연장인 강릉아트센터로 향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연습을 위해 7일 오후 첫 공연장인 강릉아트센터로 향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2015년 12월 중국 베이징 공연을 위해 방문할 때 대좌(대령급) 계급장을 달았고, 지난해 10월 7기 2차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 후보위원에 올랐다. 중앙위 후보위원은 노동당의 부부장 중 일부만 선출되는 고위직이다. 후보위원은 당연히 당의 부부장 이상급이라는 얘기다.
 
정보당국은 그가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에서 인기를 얻은 가수들이 인민배우(명인 격)나 공훈배우 타이틀을 달기는 하지만 권력의 중심에 들어간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지난 2015년 12월 중국 공연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했던 모란봉악단은 중국이 공연의 배경영상에 포함된 미사일 발사 장면을 문제삼자 공연을 취소하고 귀환했다. [연합뉴스]

지난 2015년 12월 중국 공연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했던 모란봉악단은 중국이 공연의 배경영상에 포함된 미사일 발사 장면을 문제삼자 공연을 취소하고 귀환했다. [연합뉴스]

 
여기엔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가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음악정치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이설주는 북한의 대중음악 전문가를 양성하는 금성학원 출신”이라며 “그도 은하수관현악단에서 생활한 경험을 토대로 악단의 생리를 잘 알고 있어 김정은에게 조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란봉악단이나 청송악단 창단에도 그가 일정하게 기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김정은은 집권 이후 은하수 관현악단을 비롯해 모란봉악단(2012년 7월), 청봉악단(2015년 7월)을 창단해 각종 행사에 동원하고 전국에 방송되게 하고 있다. 모란봉악단은 지난해 말 각 도 소재지를 찾아 장기간 순회공연을 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전국 순회공연 당시 신의주에선 하루 세 차례 공연을 하곤 했다”며 “북한 주민 상당수가 이들의 공연을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악단은 노래와 무용을 통해 주민들에게 단결과 충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음악정치의 일부분인 것이다. 이들의 공연 중 ‘용사들’,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은 당과 수령, 조국과 인민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담고 있다. 
 
또 ‘그이 없인 못살아’, ‘우리는 당신밖에 모른다’ 등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 노래도 상당수다. 또 ‘자나 깨나 수령님 생각’‘장군님 생각’ 등의 노래를 통해 김일성과 김정일을 잊지 않도록 감성적 자극을 하는 것도 악단의 몫이다. 
 
충성을 다짐한다는 노래 가사 외에 공연 중 배경 영상에 김일성이나 김정일, 김정은을 띄워 관람객의 박수를 유도한다. 김일성 때부터의 미사일 개발 관련 사진 200여장을 공개하면서 환호를 이끄는 식이다.
 
악단들은 화선공연이라 불리는 군부대에선 군가를 공연하는 등 때와 장소에 따라 선곡을 바꾼다. 삼지연관현악단은 8일 강릉공연과 11일 서울 공연에선 이런 체제 선전과 관련한 노래는 제외했다. 오폐라 음악이나 관현악곡을 비롯해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와 계몽기 가요를 들려줄 예정이다.
 
김정은 시대 들어 악단들의 노래는 경쾌하고 미래지향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단번에 도약하자는 내용을 담은 ‘단숨에’ 등이 새로 만들어진 노래다. 
 
북한에서 예술단 활동을 했다는 탈북자는 “이전에는 동지애의 노래 등 고난을 참고 나가자는 장중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노래를 많이 했다”며 “최근에는 밝고 힘찬 노래들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에는 좁은 곳에서 색깔전구가 반짝이는 공연을 많이 했다. 지금은 레이저 불빛이 번쩍이는 화려한 무대로 바뀌었다.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려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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