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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SK하이닉스가 창출한 사회적 가치는 7조…가난·불평등 해결하면 돈 버는 세상 만들자"

중앙일보 2018.02.08 17:12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글로벌 지속가능 발전 포럼'에 참석, 주제 발표 도중 SK가 지원한 사회적 기업이 제작한 가방에 대한 돌발 퀴즈를 내고 있다. [사진 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글로벌 지속가능 발전 포럼'에 참석, 주제 발표 도중 SK가 지원한 사회적 기업이 제작한 가방에 대한 돌발 퀴즈를 내고 있다. [사진 SK]

8일 글로벌 지속가능 발전 포럼이 열린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 주제 발표차 무대에 오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검은색 백팩 하나를 들고나와 돌발 퀴즈를 냈다. "방탄소년단이 맸던 이 가방은 어떻게 만든 걸까요?" 정답은 사회적 기업 '모어댄'이 탈북자들과 버려진 자동차 가죽 시트를 활용해 만든 것이었다. 최 회장은 "영리만을 추구하는 기업은 이런 생각을 해낼 수 없다"며 "사회적 기업들의 색다른 접근이 세상을 바꾸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태원 SK 회장, 연세대 '글로벌 지속가능 발전 포럼'서 주제 발표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 개발하니…임금·세금, 비용만은 아니더라"
"주유소 등 자산 공유 경제 실험…다른 기업 동참하면 큰 SOC 될 것"
"탄소배출권 시장처럼…사회적 가치 거래 시장 만들자"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주제로 한 최 회장의 발표는 "기업의 역할이 '이윤 추구'만이 아니라 가난과 불평등·환경오염 등 사회 문제까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였다.
 
그의 해결책은 간단했다. 이타심에만 의존하지 말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시장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사회적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회계 시스템도 소개했다. 회사가 얼마나 많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했는지, 어떤 사업에 투자해야 더 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를 알 수 있으려면 그 가치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기본이란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글로벌 지속가능 발전 포럼'에 참석,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글로벌 지속가능 발전 포럼'에 참석,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SK]

 
SK그룹은 이미 지난해부터 SK하이닉스에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회계 시스템을 도입했다. 일명 '이중 결산 장부 관리(Double Bottom line management)'다. 매출액·영업이익·당기순이익 등 경제적 이익을 계산한 기존 회계 장부에 사회적 가치를 측정한 재무제표를 추가했다. 
가령 SK하이닉스가 전기를 아낄 수 있는 반도체를 생산하거나 장애인 고용을 늘리면 이를 '사회적 이익'으로 계산한다. 반대로 오염 물질 배출로 과태료를 부과받거나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면 이를 '사회적 비용'으로 계산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형태의 손익계산서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기존 손익계산서에선 비용에 해당하는 세금이나 임금은 '사회적 손익계산서'에선 이익 항목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계산한 결과 지난해 10조64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SK하이닉스는 '사회적 당기순이익'만 7조13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회장은 "올해부터는 SK의 모든 계열사가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도 측정해 표시하도록 했다"며 "이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조직원들이) 사회적 가치도 함께 추구하도록 생각을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 자신도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과거엔 세금 내는 것이 비용이라고 생각했는데, 사회적 가치를 함께 고려하면 절세가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일로 보유 자산을 활용한 공유 경제를 들었다. 가령 SK는 전국에 깔린 주유소를 공유 인프라로 내놓을 예정이다. 이런 자산 공유 사업에 다른 기업도 동참한다면, 도로·철도와 같은 거대한 사회적 인프라가 될 것이란 구상이다.
 
최 회장의 궁극적 목표는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처럼 사회적 가치가 돈으로 교환되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일로 돈도 벌 수 있게 해주면, 많은 기업과 사람들이 이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히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시장의 힘을 빌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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