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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들 "세부능력이 공통능력이냐" '판박이' 학생부 불만

중앙일보 2018.02.08 16:38

"여러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에서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 똑같은 문구로 적혀 있는 황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여러 상위권 친구들과 생기부('학교생활기록부')를 비교하다가 똑같은 문구를 발견하고는 탄식했습니다. '세부능력'이 아니라 '공통능력'인가요?"

(강원도 북평고 3학년 김모군)
 

8일 교육부 주최 '3차 대입정책 포럼'서 쓴소리
"친구들과 비교하다 똑같은 문구 발견하고 탄식"

"교사는 학생들에게 일정 부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할 내용을 적어오라고 하거나, 특정 등급 이내의 학생들에게, 또는 등급별로 차등을 두어 세부능력 특기사항을 똑같이 기입합니다."
(대전성모여고 3학년 박모양) 
 
대입을 치르고서 이달 고교를 졸업하는 고교 3학년들이 학교생활기록부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교육부가 8일 서울교대에서 마련한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제3차 대입정책 포럼'에서다. 이날 포럼엔 김군, 박양 등 고3 두명과 고2 1명(도림고 2학년 오모군), 그리고 2학년 학부모 2명(군포 산본고, 공주사대부고), 교사 3명이 발제자로 나섰다. 이날 주제는 특히 학생부종합전형 개선안에 초점이 맞춰졌다. 학생부종합전형, 줄여서 '학종'은 학생별로 기록하게 돼 있는 학생부의 교과, 비교과 영역을 심사해 대학이 신입생을 뽑는 전형이다. 수시 전형 중 하나인데, 점점 그 비중이 커져 서울대는 78.5%, 전국적으론 24%에 이른다.  
8일 서울교대 에듀웰센터에서 대입제도 개편방안 마련을 위한 '제3차 대입정책포럼'이 열렸다. [뉴스1]

8일 서울교대 에듀웰센터에서 대입제도 개편방안 마련을 위한 '제3차 대입정책포럼'이 열렸다. [뉴스1]

 비평준화 지역의 일반고인 북평고의 김모군은 "수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 4개, 학생부 교과전형 2개에 지원해 5곳의 교대에 최초 합격했다"며 "초등교사가 되고 싶고 개인적으로 자질이 있다고 생각하는 저도 수능 전형만으론 교육대에 합격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전형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고 이 전형에 대한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김군은 학종 준비에 대해 주변 친구들의 말한 문제점을 일일이 열거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진짜 많아진 것에 비해 우리 학생들이 가진 정보가 매우 적다" "선생님마다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기준이 달라서 문제다." "(학생부에) 쓸 걸 만들어야 하고 기억할 게 너무 많다" "학교에 따라 유불리가 심해서 공정성이 의심된다" 등이었다. 
 
김군은 "수능형 학교 수업 체제에서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잘 관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학생들도 알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자신을 선생님에게 알릴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학생부의 진실이 왜곡 또는 과장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군은 특히 학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일명 '세특')과 관련해선 "공부 잘 하는 학생만 적어주는 항목으로 변질돼고 있다. 우리 학교도 선생님들 사이에 세특을 적어주는 등급 커트라인이 암묵적으로 있다고 들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래픽= 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 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 대목에서 김군은 "여러 학생의 세특이 똑같은 문구로 적혀 있는 황당한 일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강의식 수업만 가만히 듣고 있으면 학생들이 가진 세부능력 및 특기를 표출할 수 없다. 입시 제도가 변화하고 수업이 변화해서 학생들이 역량을 표출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군에 이어 발제에 나선 대전성모여고 박모양도 "학생부종합전형의 취지는 정말 좋다"면서도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느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양은 '교과담임제를 하는 현재 상황에서 한 교사가 전교생을 평가해 (학생부를) 작성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박양은 특정 등급의 학생들 간에 학생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재 내용이 똑같다는 사실을 소개하며 "학생들이 쓰는 생활기록부나 내신 등급에 따라 기입하는 생활기록부는 사실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고 평가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양은 '기록하기 위해 생활한다'는 표현을 소개하며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해보신 학생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군은 학생부종합전형 개선안으로 이 전형에서 수능최적학력기준 적용을 폐지하자고 제안했다. 김군은 "학생부종합전형엔 내신, 교내대회, 독서, 동아리 등 지원자를 평가할 기준이 골고루 있는데 왜 수능최저기준이라는 자격 기준을 또 두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양은 "학생부에 기록해야 할 내용이 너무 많다"며 "학생들이 활동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내가 한 일을 어떻게 기록해야 할지에 노력을 기울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항목과 최대 글자 수를 축소해 객관적 사실만 작성하게 하고 주관적 생각과 느낌은 대학 면접 때 확인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날 포럼에선 대학들이 학생부종합전형 채점 기준을 자세히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경기도 군포 산본고 2학년 학부모 강모씨는 "대학이 이 전형 선발기준을 공개해 객관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이 전형이 '금수저 전형'이란 이야기를 듣는 것은 객관적 지표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진해고 박재현 교사는 "지원한 학생들이 합격하고 떨어진 이유를 고교에 공유하는 대학은 극히 일부"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이달 말에 제4차 포럼을 열어 학생·학부모·교사들의 의견을 듣고 올 8월에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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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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