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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세 펠로시 10cm 하이힐 신고 8시간 7분 연설했다··· 이민자를 위해

중앙일보 2018.02.08 15:19
 “우리의 드리머(DREAMers)들이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두려움과 불확실성이란 잔인한 구름 아래에 있습니다.”
미 하원 역사상 최장 연설 기록을 세운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로이터=연합뉴스]

미 하원 역사상 최장 연설 기록을 세운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로이터=연합뉴스]

 
‘드리머’를 구하기 위해 낸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8시간 7분에 걸친 마라톤 연설을 펼쳤다. 미 하원 역사상 최장 기록이다. 드리머는 어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불법 이민 온 청년들을 일컫는 말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7일(현지시간) 펠로시 원내대표가 불법체류 청년 추방을 유예하는 프로그램, 이른바 ‘다카(DACA)’를 대체할 수 있는 일명 ‘드리머’ 법안 입법을 촉구하며 이런 마라톤 연설을 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78세인 펠로시는 10㎝ 넘는 하이힐을 신고 꼿꼿하게 선 채 드리머를 위한 연설을 펼쳤다. 중간중간 물로 조금씩 목을 축였을 뿐,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오후 6시 넘어서까지 8시간 넘게 단상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WP는 “앉지도, 화장실에 가지도 않은 채 연설한 그가 단상에서 내려오자 민주당 동료 의원들이 큰 박수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미 하원 역사상 최장 연설 기록을 세운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AFP=연합뉴스]

미 하원 역사상 최장 연설 기록을 세운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AFP=연합뉴스]

펠로시의 연설은 1909년 챔프 클라크 당시 원내대표(민주당)가 5시간 15분 동안 연설한 기록을 깬 것으로, 당시 클라크는 관세법을 둘러싼 갈등으로 단상에 올랐었다. 미국 하원에선 의장, 원내대표 등에게 연설 시간의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그는 연설 시간 대부분을 다카 프로그램으로 혜택을 받는 청년들, 즉 ’드리머‘를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파하는 데 썼다. 이를 위해 어린 나이에 미국 땅을 밟은 후 이 나라에서 꿈을 이루고자 하는, 미국 시민이 되려는 청년들의 사례를 수없이 들었다. 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부탁해 수집한 자료였다.  
 
또 중간중간 성경 구절도 인용했다. 핵심은 이들에게 합법적인 미국 시민권을 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 언론과 SNS에서는 이를 두고 의사진행방해를 의미하는 '필리버스터'에 빗대 “다카버스터(다카 입법을 위한 필리버스터)”라 칭하기도 했다.  
 
다카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때 만들어진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이를 폐기한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이를 보완할 입법의 시한으로 오는 3월 5일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강력히 반발해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장벽을 세우는 예산을 배정하는 데 민주당이 동의하면 드리머 180만 명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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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최근에도 자신의 트위터에 “민주당은 다카와 관련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민주당을 압박한 바 있다.  
 
미 의회가 펠로시의 열정에 부응해 드리머 구제 입법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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