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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청년들도 명절 잔소리가 두려워

중앙일보 2018.02.08 14:55
곧 설이 다가옵니다. 설에는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차례도 지내고 차례 음식을 먹은 후에는 세배를 하며 세뱃돈을 주거나 받기도 하죠. 또 민족 대명절인 만큼 한국에선 3일, 중국에선 일주일 동안 쉬기도 합니다.  
 
한국에선 가끔 주말과 연이어 쉬게 되면 5일이라는 긴 휴가가 생기게 되죠. 그러다 보니 직장을 다니는 젊은 사람들은 명절 연휴를 이용하여 여행을 가기도 하죠.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또는 친척 집을 가지 않거나 차례를 지내지 않는 젊은 세대들도 많이 있는데요. 명절 잔소리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거나 차례 음식을 만드는 게 출근보다 힘들다거나 모처럼의 연휴인데 그냥 쉬고 싶다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YOLO(욜로, You only live once의 앞 철자를 따온 말)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젊은 세대들이 개인의 삶을 중요시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설날 가족 모임을 피하거나 차례를 드리지 않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은 설날을 춘절(春节,춘졔)라고 부르며 한국처럼 민족 대명절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중국에서는 '恐年族(새해가 두려운 사람들)'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새해를 보내기 무서워한다는 의미인데요. 중국의 젊은 세대들은 설날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중국의 즈후(知乎)라는 커뮤니티에서 한 네티즌은 이런 질문을 올렸습니다.  
为什么越来越多的年轻人春节过年不想回家?''왜 점점 많은 젊은 세대들이 춘절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으려고 하나?''라는 질문인데, 중국 네티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부모님, 친척분들의 잔소리
그중 한 네티즌이 올린 글을 보면 중국의 젊은 세대들도 한국의 젊은 세대들처럼 명절에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간략하게 요약해보면 부모님의 잔소리와 간섭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마 이런 느낌일 거 같은데, 고향에 오래 못 내려가다 보니 엄마, 아빠도 보고 싶고 집도 그립고 엄마가 해주는 밥도 먹고 싶지. 근데 집에 도착하면 그 맛있는 것들 말고도 잔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기도 하고 자유롭게 행동하지도 못해. 내가 올해 24살인데, 요즘 다들 새벽 늦게 자면서 휴대폰 하잖아? 근데 집에 가면 아침 7시부터 일어나서 집안일을 도와드려야 하고 못 일어나면 잔소리하고 안 도와드리면 불효녀 같고...... 어쨌든 하나부터 열까지 부모님께 맞춰드려야 해.'' 
한국의 젊은 세대도 마찬가지인듯합니다. 부모님 세대와 지금의 젊은 세대가 사는 사회가 다르다 보니 제약 없이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인생을 추구하기에 이런 반응이 나오는 듯합니다.  
 
이 네티즌은 이어서 부모님에 잔소리에 대해 글을 올렸는데, 내용은 이렇습니다.  
 
''아무리 세대 차이가 있다지만 집에 도착하면 남자친구는 있니? 결혼은 언제 하니? 여자애가 너무 기가 세면 시집 못 간다, 일은 무슨 일이냐 공무원 시험 봐서 안정적으로 살면 얼마나 좋니, 집 나가서 살면 뭐가 좋아 그래도 본가가 최고지...... 날 위해서 하시는 말씀이라는 건 잘 알겠지만 가끔은 집에 있는 게 더 힘들 때도 있어.''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하지만 이 네티즌은 마지막에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부모님이 문자로 '보고 싶다'라고 한 마디 마음이 미어진다며 춘절에는 집에 내려간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집에 가서 잔소리 듣기 싫어. 남자/여자 친구는 있니? 결혼은 안 하니? 언제 아이 낳니? 한 달에 얼마 버니?...... 우리 집은 그립지만 친척들은 만나고 싶지 않다.''
 
역시 사람 사는 곳은 한국이나 중국이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
나에겐 너무 먼 고향, 너무 많은 친척, 너무 큰 소비
잔소리가 싫어서 가기 싫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너무 멀고 만나야 할 친척이 너무 많아서 가기 싫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땅이 넓은 중국에서는 충분히 있을만한 불만인 것 같은데요. 한 네티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왕복 이틀, 친척들 만나는데 5일, 내 휴가는 안녕.''
7일 휴가를 거의 이동시간과 친척들을 만나는데 쓰기 때문에 힘들다는 말인데요, 친척을 만나는 게 출근보다 힘들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친척들이 많다 보면 세뱃돈을 줘야 하는 '조카'도 많다고 합니다. 친척 형, 누나, 언니, 오빠가 아이를 낳으면서 세뱃돈을 쥐여줘야 하는데 월급이 많지 않은 사회 초년생인 젊은 세대에게 있어서 이런 '소비'는 부담스럽다고 하기도 합니다.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중국 펑황즈쉰(凤凰资讯)에서는 '다가오는 춘절, 춘절이 두려운 젊은 세대(春节临近 不少年轻人沦为“恐年族)'를 제목으로 한 신화망(新华网)의 기사를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기사에서 중국의 한 직장인은 조카들의 세뱃돈 외에도 가족 모임 회비, 어른들 용돈 등 지출만 해도 수 천 위안을 넘는다며 두 달치 월급을 쓴다고도 말했습니다.  
 
또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고향이 먼 경우, 긴 휴가인 만큼 가족뿐만 아니라 동창회도 가끔 갖는다고 합니다. 동창회에선 사회에서 얼마나 성공했는지, 수입은 얼마나 되는지 항상 비교 대상이 되기 때문에 동창회를 참석하는 것도 불편하다고 하네요.
이런 이유들로 중국의 젊은 세대들은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 무섭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합니다.  
 
사람마다 집안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명절 분위기를 즐겨하지 않는 젊은 세대가 생겨나면서 명절 연휴의 의미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듯합니다.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부모님 세대는 명절 차례상을 위한 주방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는데,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아까울 때 스트레스를 받는 문화는 조금 달라질 필요도 있지 않을까요?
 
올해 설날에도 고향으로 내려가 부모님과 친척들을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고 모임을 갖는 분들이 대부분이실 텐데요. 올해에는 취업이나 결혼, 혹은 월급 같은 문제로 대화를 나누기 보다는 ''무엇을 하든 잘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해주고, 젊은 세대에게 힘을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명절 분위기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차이나랩 왕철·루이
 
참고:  
펑황즈쉰(凤凰资讯): '다가오는 춘절, 춘절이 두려운 젊은 세대(春节临近 不少年轻人沦为“恐年族”)'
즈후(知乎): '왜 점점 많은 젊은 세대들이 춘절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으려고 하나?(为什么越来越多的年轻人春节过年不想回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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