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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도 못 녹인 양안 갈등…대만 “재해와 정치 연계 NO” 중국 도움 거절

중앙일보 2018.02.08 14:46
강진도 ‘하나의 중국’ 정책 수용을 놓고 꽁꽁 얼어붙은 중국과 대만의 갈등을 녹이지 못했다.
I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강진 현장을 방문해 이재민을 위로하고 있다. [AP=연합]

I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강진 현장을 방문해 이재민을 위로하고 있다. [AP=연합]

대만의 통일부 격인 행정원 대륙위원회 추추이정(邱垂正) 부주임(차관)은 7일 “이번 자연재해와 구호는 인도주의 행동”이라며 “이를 정치와 연계하는 다리로 삼아선 안 된다”며 중국의 지진 구조대 지원 제안을 거절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중국이 지진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중국의 항로 일방 발표 항의 성격
친중신문 "재난 정치학으로 윤활제 삼아야"
5.7, 4.8 여진 잇달아…2주동안 계속 예보

 
6일 밤 대만 동부 화롄(花蓮) 일대를 강타한 6.0 규모의 강진으로 지금까지 희생된 사망자 9명에는 중국인 3명이 포함됐다. 추 부주임은 “현재 충분한 인력과 자원으로 구조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그들(중국)의 제안에 깊이 감사하지만, 현재까지 그들의 도움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
 
대만 대륙위원회는 7일 이번 강진으로 다친 중국인 여행객 가족이 이미 대만을 방문했다고 발표했다. 대만은 보도자료에서 소삼통(중국과 인접한 진먼다오를 통한 통상·통항·통신 교류)을 적시하면서 중국에 대한 불만을 간접 표출했다. 대만 정부는 지난달 중국이 대만 해협의 중간선을 지나는 M503 항로를 일방적으로 개설한 데 항의해 중국 항공사의 설 추가 전세기 신청을 거부하면서 소삼통 채널을 늘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륙위원회는 “이미 1명의 부상자 가족이 (대만) 정부의 허가로 진먼다오(金門島) 소삼통 채널을 통해 타이베이 쑹산(松山)공항에 도착한 뒤 해협교류기금회(海基會·중국 관계를 담당하는 민간 기구) 관계자와 함께 화롄으로 이동해 가족을 만났다”고 발표했다.
 
친중 성향의 대만 신문은 ‘재난 정치학’을 거론하며 이번 강진을 양안 관계 회복의 윤활제로 활용할 것을 촉구했다. 대만 중국시보는 8일 “대만 이재민 모금과 원조가 대륙 네티즌 검색어 1위”라며 “이는 양안 관계가 불화이지만 인민의 혈육 간의 정이 여전하다는 증거로, 베이징과 타이베이를 막론하고 재난 정치학은 정치가의 필수 과목”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 1999년 리덩후이(李登輝) 총통이 ‘양국론’을 내놓으면서 전운이 감돌았으나 9·21 대지진 이후 중국이 원조를 제공하면서 긴장이 풀렸다”면서 “9·21을 본받아 재난 구조를 우선에 놓자”고 제안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해외판도 8일 “대륙 각계 온정 보내”라는 기사를 싣고 대만 지진에 대한 중국 국민의 깊은 관심을 보도했다.
 
왕쿤이(王崑義) 대만 단장(淡江)대 교수는 “차이잉원(蔡英文) 정부는 대만이 타협하는 듯한 어떤 제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만이 안보 위협으로 여기는 M503 항로를 중국이 개설한 데 대한 항의”라고 풀이했다. 왕 교수는 “대만인 2000여 명이 숨진 1999년 9·21 대지진에 비교해 이번 지진은 규모가 작아 대만 스스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만 중앙재해센터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10시(현지시간) 현재 사망 10명, 부상 267명, 실종 58명으로 집계됐다. 여진도 계속되고 있다. 대만 중앙기상국은 7일 밤 23시 21분(현지시간) 화롄현 동북부 22.1㎞, 지하 10㎞ 지점에서 리히터 규모 5.7의 강력한 여진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8일 오전 8시 54분에는 4.8 규모의 여진이 다시 발생하는 등 향후 2주일 동안 여진이 계속될 것이라며 주민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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