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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모델, 댄서 거쳐 바흐로 돌아온 지용

중앙일보 2018.02.08 14:39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음반을 낸 피아니스트 지용. [사진 워너뮤직코리아]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음반을 낸 피아니스트 지용. [사진 워너뮤직코리아]

 피아니스트 지용(27)은 스스로 ‘피아노 아티스트’로 소개한다. 그만큼 활동 범위가 독특하다. 2016년엔 구글 안드로이드 광고에서 모두 똑같은 음으로 튜닝된 피아노를 치며 등장했다. '서로 함께 그러나 똑같지 않게'라는 슬로건이었다. 재즈 페스티벌에 나가서는 컴퓨터로 음악을 만들어 내고 오렌지색으로 칠한 피아노를 명동 한복판에 놓고 연주하기도 했다. 발레리나와 연주하거나 재즈 그룹과 음원도 냈다. 바흐로 만든 뮤직 비디오에서는 직접 출연해 춤도 췄다.
지용은 사실 클래식 음악의 한복판에서 출발한 피아니스트다. 8세에 뉴욕에서 줄리아드 음악원 예비학교에 들어갔고 뉴욕 필하모닉 콩쿠르에서 우승해 매니지먼트사 IMG와 계약을 했다. 최근 몇년간 다양한 행보를 보였던 지용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라는 전통적인 음악으로 돌아왔다. 워너 클래식에서 인터내셔널로 발매한 음반이다. 지용은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어린 시절에 레슨도 별로 안 받고 내 감성으로 연주하던 때의 음악이 바흐를 연주하면서 돌아온 듯해 기뻤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앨범 낸 피아니스트 지용

 
바흐로 음반 녹음을 결정한 계기는?
“처음에는 앨범을 왜 내야하는지 몰랐다. 많은 아티스트가 평생 해온 녹음들이 있지 않나. 데이터의 공간을 나까지 낭비하는 게 싫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책임감을 느꼈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2년동안 공부하고 있었는데 어린시절에 연주하던 감성이 돌아왔다고 느꼈다. 바흐에게 감사하게 됐기 때문에 녹음을 결정했다.”
 
바흐는 어떤 작곡가인가?
“피아노를 2년 정도 안 치던 때가 있었는데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이 연주한 바흐의 샤콘느를 듣고 세상이 뚫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다시 피아노를 치게 됐다. 세상의 지식을 다 아는 것 같은 음악이었다. 이번에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하면서 바흐가 세상을 살릴 것 같다는 마음도 들었다. 사람들이 이 음악에서 평화를 느끼고 삶의 진실과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8일 기자간담회에서 피아노를 연주한 지용. [사진 워너뮤직코리아]

8일 기자간담회에서 피아노를 연주한 지용. [사진 워너뮤직코리아]

어떻게 해석했나?
“어떤 사람들은 바흐의 악보를 하나하나 다 따라야 한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하나의 보기 정도로만 여긴다. 나는 골드베르크의 변주곡을 하나하나 보기 보다는 전체로 생각하기로 했다. 중간에 몇번 변주인지를 잊을 정도로 전체를 봤다. 바흐에서는 다성화음이 들리는 사운드가 가장 중요하다. 또 바흐가 만일 살아있다면 다양한 음악을 다 들었텐데 그 당시의 스타일 그대로 연주한다면 ‘당신은 동굴에 살았느냐’고 물었을 것 같다.”
 
독주회 부제가 ‘‘아이 엠 낫 더 세임(I AM NOT THE SAME)’이다.
“다른 것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에 반기를 들고 싶은 마음에서 지은 제목이다. 모두가 똑같아지려고 노력하지 말자고 외치고 싶었다. 아름다운 음악은 각자 다른 개성에서 온다.”
 
2일 발매된 앨범에서 지용은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대한 독특한 해석을 보여준다. 리듬은 보다 춤곡에 가깝게 해석했고 빠르기는 기존 피아니스트들의 연주에 비해 자의적이며 다이나믹의 변화가 강렬하다. 지용은 24일 오후 7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라벨의 라 발스, 존 케이지의 4분33초, 슈만 아라베스크를 연주하는 독주회를 연다. 23일 오후 7시 30분 익산 예술의전당에서도 같은 공연을 한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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