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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부통령 발언에 "희떱다"는 北 외무성 국장

중앙일보 2018.02.08 12:06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5일(현지시각) 저녁 평창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방한에 앞서 중간 기착지인 알래스카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기자들에게 방문 목적을 설명하고 있다.[CNN 촬영]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5일(현지시각) 저녁 평창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방한에 앞서 중간 기착지인 알래스카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기자들에게 방문 목적을 설명하고 있다.[CNN 촬영]

북한 외무성 국장급이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발언을 두고 “희떠운(버릇없는) 소리”라며 비난했다. 펜스 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이동하면서 북한 대표단과 만남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자”며 여지를 남긴 것과 관련해서다. 8일 방한하는 펜스 부통령은 “나는 (북측과) 어떤 만남도 요청하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도 만남의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던 기존의 기조에선 한 발 물러서 여운을 남겼다. 앞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북한과 어떤 형태로든 만남 기회가 있을지 그냥 지켜보자”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고 봐야 한다”고 말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오른쪽)이 5일 평양에서 방남하는 예술단을 배웅하고 있다. 북한은 7일 김 제1부부장과 최휘 국가체육지도위 위원장 등을 대표단으로 파견한다고 통보했다.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오른쪽)이 5일 평양에서 방남하는 예술단을 배웅하고 있다. 북한은 7일 김 제1부부장과 최휘 국가체육지도위 위원장 등을 대표단으로 파견한다고 통보했다. [연합뉴스]

 
그러나 북한은 이 발언이 나온 7일 외무성 조 국장을 내세워 북ㆍ미 대화 가능성을 부인하고 나섰다. 조 국장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명백히 말하건대 우리는 남조선 방문 기간 중 미국 측과 만날 의향이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포함된 고위급 대표단이 방남할 것으로 확정된 뒤 내놓은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평창올림픽이라는 판에서 미국에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전직 통일부 고위관료는 “행간을 읽으면 오히려 미국과 만나되 자신들이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만나주겠다’는 시혜적 태도를 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조 국장이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같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국가수반급인 미국 부통령의 동선을 두고 외무성 국장이 입장을 내놓은 것도 격에 맞지 않는다. 조 국장은 “우리는 체육 축전을 정치적 공간으로 이용하려 하지 않으며, 그럴 필요를 느끼지도 않는다”면서 “미국은 푼수 없는 언동이 자신들의 난처한 처지만 더욱 드러낸다는 것을 알고 점잖게 처신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국장은 이어 펜스 대통령 측이 남측에 “북한 대표단과 동선이 겹치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했다”라고 소개하면서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이 역시 펜스 부통령 측이 이번 방한에서 천안함을 둘러보고, 북한 억류 후 사망한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모를 대동해 평창 개막식에 참가하기로 한 것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김여정 제1부부장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개막식 당일인 9일 남측으로 이동한다. 이동 시간과 경로 등은 8일 정오 현재까지도 확정되지 않았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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