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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창 머리끈 개발해 수백억 모은 남대문시장 상인이 청년 창업교육 나선 이유는

중앙일보 2018.02.08 08:25
“일본 사람들은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을 좋아하지. 반면 미국인은 와일드 해 보이는 스타일을 선호하고…”

곱창머리끈 개발한 남대문시장 액세서리 타운 대표 성하준씨 등 상인 11명
대전 한남대 학생 11명 대상 이번 겨울 방학기간에 1대1 멘토링
"돈 벌 생각보다는 아이디어 개발에 집중하는 게 우선이다"

 
지난 6일 오전 서울 남대문시장 '우주 액세서리 타운' 내 한 점포. 이 상가 성하준(63) 대표를 포함해 상인 11명이 대학생을 상대로 액세서리 제조 실습 교육을 하고 있었다. 대전 한남대 의류학과(6)·융합디자인학과(2)·회화과(3) 소속 3~4학년 학생 11명이 대상이다. 상인들은 남대문시장에서 전 세계로 제품을 수출하는 만큼 나라별 국민 특성에 맞게 액세서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교육에 참여한 상인들은 대부분 남대문시장에서 20년 이상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상인들은 학생들에게 1대 1 멘토링 방식으로 창업 교육을 하고 있다. 전통시장에서 상인들이 직접 대학생을 상대로 창업교육을 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남대문시장 우주 액세서리 타운 점포에서 이 상가 성하준(63)회장과 한남대 학생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방현 기자

남대문시장 우주 액세서리 타운 점포에서 이 상가 성하준(63)회장과 한남대 학생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방현 기자

 
 
학생들은 이곳에서 지난 1월부터 이달 말까지 2개월간 겨울방학 기간을 이용해 창업노하우를 무료로 배운다. 대학이 마련해준 숙소에 머물며 남대문시장 점포에서 하루 6시간씩 현장 실습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상인 멘토단과 함께 창업캠프, 성공 사례 특강, 사업계획 발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2〜3명씩 팀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팀별로 직접 시장 조사를 하고 브랜드와 디자인을 한다. 이미 일부 팀은 제품을 만들어 온라인 쇼핑몰에 올렸다. 한남대는 현장실습에 대해 6학점을 인정해준다.  
 
실습에 참여한 한남대 디자인과 3학년 유채은씨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전통시장에서 성공한 분들에게 창업 노하우를 배우게 돼 뿌듯하다”며 “이번 배움의 기회를 잘 살려 남대문 시장에서 액세서리 창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상인 멘토 최익순(51)씨는 "학생들이 열심히 배우고 좋은 아이디어도 많이 내서 기대가 크다"고 했다.
서울 남대문시장 우주 액세서리 타운 점포에서 이 상가 성하준(63)회장(가운데)이 학생들에게 실습교육을 하고 있다. 김방현 기자

서울 남대문시장 우주 액세서리 타운 점포에서 이 상가 성하준(63)회장(가운데)이 학생들에게 실습교육을 하고 있다. 김방현 기자

 
 
학생들이 남대문시장서 창업교육을 배우게 된 데는 성하준 대표의 노력이 컸다. 우주 액세서리 타운 소유주인 성 대표는 학생들에게 창업공간으로 점포 11개를 내줬다. 또 별도의 작업공간을 제공했다. 그는 “이 같은 공간 제공은 연간 1억원 이상을 기부한 것과 같은 가치가 있다”며 “학생들이 원한다면 공간을 1년 내내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성 대표는 “지난해 한남대에서 ‘사회적 기업과 창업’이라는 과목으로 1년간 강의했다”며 “강의를 계기로 한남대측과 협약을 통해 학생들에게 창업 기회를 주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대학생들도 창업을 원한다면 적극 지원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유커의 빈자리를 동남아 여행객이 채우며 여행시장 다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동남아 여행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중앙포토]

유커의 빈자리를 동남아 여행객이 채우며 여행시장 다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동남아 여행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중앙포토]

 
성 대표는 남대문시장의 성공신화 주인공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82년 대학을 중퇴하고 200만원으로 남대문시장에 액세서리 가게를 열었다. 86년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이어 피어싱 건(귀걸이를 위해 귀에 구멍 뚫는 기계)'과 헝겊 안에 고무줄을 넣은 머리끈(일명 곱창)을 개발했다. 그는“이들 개발품이 크게 히트하면서 성공의 길이 열렸다”며 "열정만 있으면 아이디어는 나온다"고 했다. 그는 남대문시장에서 상가 건물 2채(600억원)를 소유하고 있다.  
 성 대표는 “청년 취업난이 극심한 요즘 젊은이들은 취업보다 창업에 눈을 돌려야 한다”며 “젊은이들이 남대문시장에서 창업에 성공하면 시장도 활성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 회장은 “창업 초기에는 당장 돈을 벌 생각보다 아이디어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며 “적어도 1년 동안 현장서 배워서 창업을 하는 게 실패할 확률이 낮고, 처음에는 혼자보다 2~3명이 함께 하는 게 위험부담이 적다”고 조언했다. 
 
1972년 남대문 시장모습. [중앙포토]

1972년 남대문 시장모습. [중앙포토]

 
남대문시장은 숭례문을 기점으로 1만172개의 점포가 서울 지하철 4호선 회현역과 신세계백화점 후문 인근까지 약 6만 6000㎡(2만평) 규모로 형성돼있다. 아동·남성·여성 등 각종 의류를 비롯해 액세서리, 주방용품, 식품, 잡화, 문구 등 1700여 종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시장 종사자 수는 약 5만명이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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