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재일기] 올림픽 뒤에도 평화의 불꽃 이어져야

중앙일보 2018.02.08 01:48 종합 29면 지면보기
전수진 정치부 기자

전수진 정치부 기자

올림픽 성화봉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7일 강원도 정선에서 진행된 평창 겨울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에 참여했던 기자가 들고 뛰었던 성화봉의 무게는 1.3㎏에 달했다. 무게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불꽃이 타오르는 금속 본체인데, 그 상단 마개엔 비밀 재료가 포함됐다. 비무장지대(DMZ)에서 남북을 갈랐던 낡은 철조망이다. ‘평화 올림픽’을 지향한다는 취지로 DMZ 철조망을 녹여내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성화 봉송 주자로 7500명을 선정한 것도 남측 5000만, 북측 2500만명의 인구를 합한 7500만명에서 따왔다. 성화 봉송에도 남북 화합의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7일 이 성화봉을 들었던 이들은 대부분 평범하지만 스토리를 가진 이들이었다. 지난해 가을 성화 봉송 주자로 선정됐다는 전화를 받고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선정될 리 없다”며 장난 전화인 줄 알았다는 주부 김난영(42)씨는 아들 셋, 딸 하나를 키우는 정선 토박이다. 이날의 1번 주자였던 그는 “드디어 축제가 개막한다는 실감이 든다”며 “평창이 평화의 제전으로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자의 다음 주자였던 김준영(61)씨는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가 마비됐지만 휠체어를 물리치고 걷는 쪽을 선택했다. 진행 요원의 부축을 받으며 200m를 완주한 그는 “몸에 장애가 있어도 마음만 있으면 극복하지 못할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스페인에서 온 알베르토 리힐리아는 성화봉의 의미를 듣고 “이 성화가 한반도 평화에 조금이라도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화 봉송 후 이동하는 차편에선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방남 속보가 전해졌다. 주자들 사이에선 “우리가 든 성화를 김여정 제1부부장이 직접 보게 되는 거냐”는 얘기도 나왔다.
 
성화 점화는 9일 평창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다. 평창 개막에 맞춰 방남하는 김여정은 현장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게 된다. 친오빠인 김정은 위원장도 평양에서 실시간으로 생중계를 보고 있을 터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염원하며 한반도 남측 방방곡곡을 누빈 성화의 무게감이 그들의 마음에도 전해지기를 바란다. 북측 인사들의 잇따른 방남이 대북 제재 국면에 균열을 내기 위한 꼼수라면 곤란하다. 한반도 비핵화로 완성될 평창 그 후의 평화는 그들의 진정성에 달려있다. 하루 뒤면 타오를 성화는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진정한 평화의 불꽃을 피워올릴 수 있어야 한다. 200m 성화 봉송을 마치고
 
전수진 정치부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