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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기자 ‘미투’ 선언 “남자 선배가 집에서 자고 가라고…”

중앙일보 2018.02.08 01:26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한 전직 기자가 언론사에 근무하던 시절 자신이 당한 성추행 피해를 폭로했다.
 
전직 기자 A씨는 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미투’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올리고 “저는 성추행, 성희롱 피해자입니다”라고 고백했다.  
 
A씨는 “첫 직장에서 신입 교육을 담당한 부장은 대부분 회식자리에서 제 옆에 앉아 어깨나 허벅지를 만졌고, 어떤 날은 다리를 덮어놓은 겉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가 고충을 토로하자 한 남자 동기는 “너 때문에 회식 많이 잡히는 것도 짜증 나는데 찡찡대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두 번째 직장에 다니던 중 회식을 마치고 일을 하기 위해 경찰서로 돌아가려던 그에게 한 남자 선배가 전화를 걸어왔다고 A씨는 밝혔다. 이 남자 선배는 “우리 집에서자고 가라”고 말했고, A씨는웃어넘겼다고 한다. 그런데 다음 회식을 마치고 해당 남자 선배는 아예 자신의 집 방향 택시에 A씨를 강제로 태웠고 몹시 불쾌한 일이 이어졌다. A씨는 택시를 세워달라고 소리쳤으나 택시기사는 모르는 척 십여 분을 달렸고, 남자 선배가 세워달라고 하자 그제야 택시가 멈췄다고 A씨는 적었다.  
 
또 타사 선배와의 사석에서 한 선배는 말할 때마다 A씨의 허리에 손을 감고 귓속말을 했으며 술자리에 있던 다른 ‘형님’들은 이를 한 번도 말리지 않았다고 A씨는 주장했다. 그는 “야근을 하다 밤늦은 시간 전화 취재를 하면 지금 있는 곳으로 와야 알려주겠다는 경찰도, 지금 5성급 호텔에 있으니 와서 목욕이나 하고 스트레스를 털어내라는 남성 취재원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씨가 일했던 매체 중 하나였던 YTN의 여기자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입사 1년여 만에 퇴사한 막내 기자가 어렵사리 목소리를 냈다”고 밝혔다.  
 
협회 측은 “사건 이후 피해자를 따라다녔을 크나큰 괴로움에 공감하며 좀 더 일찍 들여다보고 고충을 헤아리지 못한 불찰에 대해 선배이자 동료로서 한없는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어 “철저한 진상규명과 피해 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사가 절차에 따른 모든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절박하게 요청한다”면서 “비단 공론화된 사건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아직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은 추가 피해 가능성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협회 측은 또 “피해자가 숨겨왔던 기억을 어렵게 꺼내놓았다. 이제 우리가 그 기억의 퍼즐을 함께 맞추며 아픔을 보듬고 상처 치유에 힘을 모을 차례이다. YTN 여기자협회는 이 연대의 중심에서 피해자와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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