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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성적 대화보다 더 부담스런 돈 이야기

중앙일보 2018.02.08 01:05 경제 6면 지면보기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 (9)
가정경제가 어려워 지면 가족 구성원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중앙포토]

가정경제가 어려워 지면 가족 구성원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중앙포토]

 
돈 문제를 주제로 하는 머니코칭 상담을 진행하면서 일반 가정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접하게 된다. 돈을 더 벌어야 하는데 못 벌어서 문제가 되기도 하고 아껴 쓰지 않고 신나게 써버리는 사람이 있어 화가 나며, 투자 실패의 쓴잔을 마시기도 한다. 
 
가정 경제에 문제가 발생하면 돈에 국한하지 않고 가족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대화도 즐겁지 않고 같이 놀아도 재미가 없다. 여행을 가도 시큰둥하고 사고 싶은 물건을 사도 죄책감이 스멀스멀 밀려든다. 돈 문제가 단순히 돈 문제로 그치지 않는 것은 재정적 어려움을 겪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돈의 어려움을 겪은 부부를 코칭하다 보면 함께 고민하기보다는 혼자 걱정하며 끙끙 앓는 경우가 많다. 서로 사랑한다는 이유로 아픔을 혼자만 겪고, 어려움을 알게 하기 싫고 해결하고 나서 말하고 싶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악순환을 만들어 낸다.
 
 
남편이 현금 대신 카드를 줄 때
가장이 경제 문제를 모두 떠맡는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돈의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 [중앙포토]

가장이 경제 문제를 모두 떠맡는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돈의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 [중앙포토]

 
사업을 하다가 어려워진 가정의 가장은 어려움을 가족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싶지 않아 현금 대신 카드를 주면서 ‘요즘 좀 어려우니 아껴 쓰면 좋겠다’는 정도만 말한다. 아내는 남편이 얼마나 힘든지 모른 채 카드를 쓴다. 시간이 지나면서 남편은 눈치도 없이 돈을 써대는 아내가 원망스럽다. 아내는 돈을 주면 알아서 아껴 쓸 텐데 남편 카드를 쓰니 얼마나 쓰고 있는지 체크도 힘들고 매번 살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으니 마음이 역시 편하지 않다.
 
“돈을 더 버는 게 중요할까요?, 아끼고 제대로 쓰는 게 더 중요할까요?” 이런 질문에 대부분은 ‘아끼고 제대로 쓰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지금 현재 버는 정도를 10점 만점에 5 정도라고 했을 때 마음먹는다고 10점 만큼 벌 수는 없다. 그리고 그렇게 번다고 하더라도 지출이 관리되고 통제가 되지 않으면 돈이 남아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나면 아무런 변화도 생기지 않는다.
 
“돈을 아껴 쓰고 제대로 쓰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이 필요하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냥 아껴 써야겠다고 결심하는 것만으로는 변화를 만들어내기 힘들다. 어떤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남편이랑 같이 대화를 해 봐야겠어요. 얼마나 쓰고 있는지, 어디에 쓰고 있는지 서로 정리해봐야 할 것 같아요. 한 번도 남편이랑 돈에 대해서 구체적인 얘기를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어디에 얼마나 써도 되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 이야기를 시작하면 서로 마음을 다칠 것 같아 입을 닫게 되는 상황이 참 많다. 일이 잘 안 돼 예전처럼 돈을 가져다줄 수 없는 가장, 남편이 힘든 것 뻔히 보이는 데 필요한 돈을 달라고 할 수 없어 카드빚이 점점 늘어가는 아내, 그러면서도 서로 돈에 대해 대화는 하지 않는다. 그리고 문제는 점점 악화되어 간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대화 부재가 가져오는 문제가 있다. 아빠가 힘들 것 같아서 자기 판단으로 진로를 포기하는 자녀, 자녀의 생각을 알고도 야단을 칠 수도 없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지도 못하는 아빠의 아픔. 서로 현재 상황을 터놓고 얘기하다 보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데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상처받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를 점점 악화시키는 현상들이 있다.
 
 
돈 이야기를 금기시하는 이유
가정경제 인식의 중요성. [중앙포토]

가정경제 인식의 중요성. [중앙포토]

 
가정에서 ‘돈의 대화’를 시작하자. 돈 이야기는 나누기 힘든 이야기다. ‘성적인 대화보다 더 은밀하고 부담스러운 대화가 돈 이야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가족들끼리도 돈에 대해 서로 말하지 않는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그 대화의 문을 열면 수많은 불편한 일들이 펼쳐질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 하지만 그 문을 열면 점점 악화되어 가는 가정경제의 흐름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알 게 된다.
 
서로 비난하거나 자책하지 말고 현실을 함께 인식하는 시간을 갖자. 현재 가정의 수입과 지출 상황을 기록하고 살펴보고 현재 상황이 변화가 필요한 상황인지 인식하자. 그리고 가정경제가 어떻게 회복하면 좋을지, 각자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서로 나누어보자. 일방적 기준을 정하지 말고 서로 필요와 욕구를 나누다 보면 원하는 가정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다음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 살펴보자. 소득을 더 늘릴 수 있다면 어떤 방법이 있는지, 지출을 줄인다면 누가 어떤 부분에 대한 지출을 줄여야 하는지, 그 부분을 줄이는 것이 가정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정리해 보자. 그다음 실행계획을 세워 하나씩 실천해 보자. 그 과정이 조금 고통스러울 수도 있지만 혼자 심적·물적 고통을 감내하고 사는 것보다는 훨씬 힘이 적게 들고 함께 하는 위로가 도움될 것이다.
 
문제는 빨리 해결에 착수할수록 빨리 해결할 수 있다. 건물의 붕괴, 화재의 위험, 질병 등 대부분의 위험은 문제가 작을 때 빨리 해결에 나설수록 쉽고 회복이 빠르다. 돈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혼자 끙끙대면서 해결해 보겠다고 시간을 보낼수록 문제는 더 악화한다. 가족이 함께 문제를 안고 격려하면 힘도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대화는 생각보다 많은 문제를 해결한다. 가족들끼리 돈의 문제도 그럴 때가 많다. 두렵고 힘들겠지만 어려움이 있다면 오늘 가족들과 함께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 보자. 그래야 훗날 기쁨도 함께 나눌 수 있다.
 
신성진 배나채 대표 truth64@hanmail.net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news.joins.com/article/22335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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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진 신성진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필진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 같은 환경, 같은 조건인데도 누구는 부자가 되고 누구는 가난해진다. 그건 돈을 대하는 마음이 다른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른바 재무심리다. 오랜 세월 재무상담을 진행하고 강의도 한 필자가 재무심리의 신비한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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