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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보다 못 내리고 발 헛디디고 … 당신도 ‘버스몸비’?

중앙일보 2018.02.08 01:02 종합 10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최근 쌍문동으로 향하던 서울 시내버스 안에서 40대 남성이 넘어졌다. 자리가 없어 서 있던 이 남성은 손잡이를 잡고 있지 않았다. 대신 그의 두 손이 꼭 쥐고 있던 건 ‘스마트폰’이었다. ‘악~’ 버스가 과속방지턱을 넘으면서 흔들리자 이 남성은 중심을 잃었다. 버스 바닥으로 상체가 곤두박질치면서 갈비뼈를 세게 부딪혔다. 이 남성은 ‘늑골 골절’로 3주 진단을 받고 입원했다.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남성의 과실이 확인됐지만, 버스회사도 ‘관리소홀’ 책임을 져 이 남성에게는 전국버스공제조합의 보험급여가 지급됐다.
 

정류장 지난 뒤 뒤늦게 “내려달라”
폰 잡느라 손잡이 안 잡아 넘어지고
폰에 심취 승하차 때 문에 끼이기도
“바닥에 관련 스티커, 주의 방송을”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인 ‘스몸비’. 스마트폰을 보느라 주변을 살피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버스 안에서도 스마트폰에 몰두하는 ‘버스몸비’(버스+스몸비)가 늘고 있다. 이로 인해 갖가지 안전사고가 생기고 있다. 버스업계는 하루 서울 시내버스 승객 약 420만명 중 60~70%가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추산한다. 문제는 승·하차할 때나 서 있을 때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항순 전국버스공제조합 서울지부 고객만족팀장은 “정확한 통계수치는 없지만 최근 1~2년 사이 승객이 스마트폰에 몰두해 생기는 안전사고가 예전보다 3배 가량 늘었다. 사고 대부분이 두 손으로 스마트폰을 잡느라 손잡이를 잡지 않아 넘어진 사고다. 특히 버스가 급출발·급정거를 했을 땐 대부분이 골절 같은 큰 사고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민경복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스마트폰에 중독된 사람은 안전사고를 겪을 위험이 정상인보다 1.9배 높다”면서 “보행 중 스마트폰만큼이나 버스 안 스마트폰도 위험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주의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회전이나 정차 등 상황을 살피지 못하고, 손잡이를 잡지 못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버스몸비’는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스마트폰에 몰두하다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지난해 서울 영등포구의 정류장에서는 한 40대 여성이 닫히고 있는 버스 출입문 틈에 한쪽 발을 밀어 넣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가 버스가 도착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뛰어온 것이다. 이 버스 회사의 관계자는 “다행히 버스가 출발하지 않아 큰 사고는 면했지만 이 여성은 신발이 벗겨지면서 중심을 잃고 넘어져 발목을 삐었다”고 말했다.
 
하차를 할 때도 방심할 수 없다. 직장인 박모(29·남성)씨는 계단을 내려오면서 친구와 카톡을 하다가 발을 헛딛어 정류장으로 넘어졌다. 그는 “바닥을 짚은 손바닥에 상처가 났고, 무릎엔 멍이 들었다. 다음날엔 발목이 욱신거려 한의원에 갔다”고 말했다.
 
안전사고를 겪은 승객과 기사 간에 갈등도 빚고 있다. 버스기사 고모(52)씨는 최근 한 여성 승객에게 치료비 20만원을 물어줘야 했다. 이 여성은 “기사가 급정거해 의자에 허벅지를 부딪쳐 멍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씨는 “이 여성은 당시 두 손으로 스마트폰을 잡고 손잡이는 잡지 않고 있었다”고 항변했다. 버스기사 구인서(48)씨는 “스마트폰 보다가 ‘못 내렸다. 문 좀 열어달라’고 외치는 승객이 하루에만 10명이 넘는다. 일부는 정류장이 아닌데도 내려달라고 조른다. 특히 이런 승객이 많은 학교 근처 정류장을 출발할 때마다 신경이 곤두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대책을 주문한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시민 스스로 대중교통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조절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중교통 운영 주체도 예방 대책을 내놔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민경복 교수는 “국민 90%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현실에서 하와이 등 해외처럼 과태료 부과로 강제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위험성을 모르고 하는 사람들도 많은 만큼 버스 바닥에 관련 스티커를 붙이고, 안내방송을 하는 등 캠페인을 펼쳐야한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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