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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이재용, 첫 M&A는 마그네티 마렐리?

중앙일보 2018.02.08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삼성전자가 글로벌 M&A(인수합병) 시장에서 다시 ‘통 큰 배팅’에 나선다. 대형 M&A에 적극적이던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다.
 

작년 대형 인수 0건 … 삼성 선택은
신사업 발굴 맡은 손영권 센터장
“삼성전자 갈 길은 자동차 전자장비”
의료에 IT 융합, 디지털 헬스사업
AI·사물인터넷 업체도 인수 대상

7일 삼성전자와 M&A 업계에 따르면 2014~2016년 이 부회장이 최고결정권자 역할을 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14건의 대형 M&A를 성사시켰다. 2016년에는 세계 1위 전장 기업인 하만을 국내 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인 80억 달러(약 8조69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구속된 지난해에는 사실상 M&A가 실종 상태였다. 구글·애플·아마존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적극적으로 스타트업 인수에 나선 것과 대비된다.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 사장(왼쪽)과 디네쉬 팔리월 하만 대표가 지난해 라스베이거스에 열린 ‘CES 2017’에서 자율주행 콘셉트 차량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 사장(왼쪽)과 디네쉬 팔리월 하만 대표가 지난해 라스베이거스에 열린 ‘CES 2017’에서 자율주행 콘셉트 차량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앞으로 삼성의 추진할 M&A 방향에 대한 실마리는 손영권 삼성전략혁신센터장의 움직임을 통해 가늠해볼 수 있다. 그는 하만 인수를 성사시킨 핵심 인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전략혁신센터(SSIC)에서 삼성의 미래성장 동력 발굴을 총괄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삼성 M&A 전략은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디지털 헬스케어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3개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우선 순위는 자동차 전장이다. 손 사장은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젠 반도체만으론 안 된다”며 “앞으로 삼성전자의 여정은 자동차 전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는 “자동차 부품 시장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자동차 전장은 차량에 들어가는 IT장치로 텔레매틱스(자동차 무선통신 기술),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장치), 디스플레이, 차량용 반도체 등 수백여 개에 달한다. 자동차 산업이 빠르게 IT와 융합하면서 고가 차량일수록 전장 비중이 더 크다. 그만큼 시장이 넓고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미국 삼성전략혁신센터 산하에 3억 달러(약 3300억원) 규모의 ‘오토모티브 혁신펀드’를 조성하고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또 지난해 말 전장사업팀의 새 수장에 노희찬 삼성전자 사장(CFO·최고재무책임자)을 선임하고 조직의 규모를 키우는 등 전사 차원의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과거의 자동차가 ‘기계장치’였다면 미래의 자동차는 ‘전자장치’가 돼 가고 있다”며 “전장은 삼성전자의 앞선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 용이한 만큼 M&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핵심축은 의료에 IT를 융합해 질병을 예방하고 환자의 치료·관리를 돕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기존 의료 제품의 범주를 넘어선 혁신 기술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을 포괄하는 비즈니스 소프트웨어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전자 제품의 경쟁력을 높인 결제서비스 ‘삼성페이’와 음성인식 인공지능 ‘빅스비’는 삼성전자가 인수한 루프페이·비브랩스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서비스다.
 
손 사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헬스케어와 예방 의학 관련 기술에도 투자 기회가 열려 있다”며 “비즈니스 소프트웨어의 경우 인터넷, 자동화, 네트워킹, 정보 전송 및 보안 분야 회사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만 인수를 통해 삼성전자 경영진은 대규모 M&A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것이며 더 큰 거래(big deal)를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반도체·휴대전화 등 이미 세계 1위 경쟁력을 가진 시장에선 M&A 대신 자체 성장 전략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M&A 업계에서 거론되는 삼성전자의 M&A 후보 기업으로는 이탈리아의 자동차 전장 회사 ‘마그네티 마렐리’가 첫 손에 꼽힌다. 2016년 하만과 함께 인수를 저울질한 곳이다. 이후 삼성전자는 마그네티 마렐리와 인수 가격 조율을 벌였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 협상에 진척을 보지 못하고 흐지부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부회장은 석방 사흘째인 7일에도 공식 일정 없이 개인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자신에게 과도한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며 “당분간은 휴식을 취하면서 경영 복귀를 위한 구상에 집중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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