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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로 만드는 타이어, 자동차 바퀴 고정관념 깰 것”

중앙일보 2018.02.08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요시다 켄스케 브리지스톤코리아 대표는 ’한국 시장은 한국타이어·넥센타이어 등 국내 기업이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어 쉽진 않지만, 좋은 기술에 반응하는 소비자들이 있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사진 브리지스톤]

요시다 켄스케 브리지스톤코리아 대표는 ’한국 시장은 한국타이어·넥센타이어 등 국내 기업이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어 쉽진 않지만, 좋은 기술에 반응하는 소비자들이 있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사진 브리지스톤]

10억 달러(1조800억원). 세계 시장 점유율 1위(2016년 기준 14.6%) 타이어업체 브리지스톤이 매년 지출하는 연구·개발(R&D)비 규모다. 자동차가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수소차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만큼 타이어 기업의 혁신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타이어 제조사들은 보다 환경친화적이면서도 소비자 안전에 최적화한 기술을 확보해야만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여기에 핵심 원료인 천연고무 가격 상승으로 이익 규모가 갈수록 줄어드는 난관도 헤쳐나가야 한다. 브리지스톤이 이 모든 것의 답을 찾기 위해 R&D에 주목하는 이유다.
 

브리지스톤코리아 요시다 대표
천연고무값 급등 회사에 큰 부담
매년 1조800억원 R&D에 투자
대안 원료 발굴해 새로운 시장 개척

한국·중국 기업 추격세 만만찮아
펑크 안나는‘에어프리’서둘러 개발
“평창올림픽 차량 우리 제품 달았죠”

중앙일보는 지난 6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요시다 켄스케 브리지스톤코리아 대표이사를 인터뷰했다. 그는 1998년 브리지스톤에 처음 입사해 유럽·중동·아프리카 등지를 누빈 ‘영업통’이다. 지난해 4월부터는 한국법인 총괄 대표를 맡았다.
 
그는 세계 1위 브리지스톤의 경쟁력은 “타이어 업계 최대 규모의 R&D 투자에서 나온다”고 설명한다. 원료에서부터 시제품, 사업 모델 개발 등 혁신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기 위해서는 R&D가 핵심이란 것이다.
 
최근 천연고무 가격 상승으로 타이어업계 이익률이 하락하자, 브리지스톤은 아예 대안 원료 개발에 뛰어들었다. 요시다 대표는 “러시아에서 자라는 민들레, 미국 사막 지방에서 구할 수 있는 구아율(고무식물의 일종) 등에서 추출할 수 있는 물질은 상업적 활용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현재로썬 천연 고무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대안 원료가 발굴되면 새로운 기회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차 시대를 준비하면서 주목하는 부분은 연비 향상 기술이다. 배터리 동력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전기차들이 같은 전기로 더 많은 거리를 달릴 수 있도록 바퀴 회전 저항률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기술을 브리지스톤이 개발했다. 타이어 합성고무 분자를 나노미터(㎚·10억 분의 1m) 단위로 잘게 쪼개면 타이어와 도로면 사이의 마찰로 생기는 저항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씨름장에서 입자가 고운 모래를 쓰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이 기술로 브리지스톤은 연료 소모는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는 전기차용 특수 타이어 올로직(Ologic)을 내놨다. 이 제품은 현재 독일 명차 BMW의 전기차 ‘I3’ 모델 표준 타이어로 장착됐다. 같은 기술을 적용한 친환경 타이어로는 ‘에코피아’가 있다. 지난 2015년 초 출시된 이 타이어는 전 세계에서 1000만개가 팔렸다.
 
요시다 대표는 또 소비자 안전을 위해 기존 고정 관념을 뛰어넘은 기술도 소개했다. 브리지스톤이 개발한 ‘드라이브 가드’ 타이어는 타이어에 펑크가 나도 시속 80㎞로 최대 80㎞ 거리를 더 달릴 수 있도록 제작됐다. 돌처럼 단단한 타이어 소재를 사용해 공기가 빠져도 차량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아예 공기를 주입하지 않아도 되는 ‘에어프리’ 타이어도 개발해 자전거에서부터 적용하고 있다.
 
전 세계 타이어 시장 점유율

전 세계 타이어 시장 점유율

그는 “에어프리 타이어는 공기를 주입하지 않아도 돼 타이어 펑크가 아예 발생하지 않는다”며 “현재는 자전거용 타이어부터 개발하고 있지만, 미래에는 자동차에도 에어프리 타이어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리지스톤은 지난 20년 전부터 미쉐린·굿이어와 함께 전 세계 타이어 시장 3위권을 형성한 업체다. 하지만 요시다 대표는 이들 상위 3사의 위상은 과거보다 못하다고 설명한다. 한국과 중국기업의 추격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전통적인 타이어 강자들의 점유율이 잠식되는 상황이 한동안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한국 법인 대표인 그에겐 넘어서야 할 산이 됐다. 한국·금호·넥센타이어 등 영업 네트워크가 견고한 국내 업체를 파고들어 한국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란 쉽지만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가 한국 시장에 매력을 느낀 건 한국 소비자 특유의 개방성이었다.
 
요시다 대표는 “한국엔 삼성·LG전자 등 글로벌 기술 기업이 많다 보니 소비자들도 혁신 기술을 갖춘 제품에 마음을 연다는 것을 느꼈다”며 “지난해 현대 제네시스 G70과 기아 스팅어 모델의 신차용 타이어(OE)로 브리지스톤 제품이 채택됐듯, 수입 타이어 업체에도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브리지스톤을 수입 타이어 업체 중에선 한국 시장 점유율 1위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브리지스톤은 오는 9일 개막하는 평창 겨울올림픽의 공식 후원사이기도 하다. 21대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 차량에 브리지스톤의 겨울용 타이어 ‘블리자크’가 장착된다. 그는 “‘우수한 제품으로 인류에 공헌하자’는 브리지스톤의 모토가 올림픽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며 “특히 여자 아이스하키 4강전에선 아동복지시설에 있는 아이들을 초대해 좋은 추억을 안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 브리지스톤
1931년 이시바시 쇼지로가 창립한 일본의 타이어 제조사다. 도요타·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와 함께 성장해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업체가
됐다. 일본·미주·유럽·아시아태평양 등 지역별로 총 4개의 전략 사업부를 운영하고 있고 종업원은 14만명이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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