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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본사 CEO 한마디에 … 한국 철수설 재점화

중앙일보 2018.02.08 00:02 경제 1면 지면보기
메리 바라

메리 바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실적이 좋지 않은 한국GM을 팔고 한국 시장을 떠날 것이란 소문은 제법 오래된 얘기다. 하지만 소문이 불거질 때마다 한국GM 최고경영자(CEO)들은 이를 부인해왔다. 그런데 이번엔 분위기가 좀 다르다. 미국 본사 CEO가 직접 한국GM에 대해 언급했다.
 

“현재 비용 구조로 사업 지속 어려워”
메리 바라 CEO 한국 콕 집어 언급

한국GM 3년치 순손실 2조 육박
판매 급감에도 작년 다섯 차례 파업

블룸버그 등 외신도 철수설 거론
산은에 추가 자금 지원 요청설도

글로벌 GM의 메리 바라(56·사진) CEO는 6일(현지시간)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 콘퍼런스콜에서 자사의 현재 경영 상황을 “비용이 너무 높아 어떤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대 이상의 수익을 낸 곳은 북미뿐”이라며 북아메리카를 제외한 다른 국가의 수익성을 우려했다.
 
특히 한국GM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바라 CEO는 “독자 생존이 가능한 비즈니스를 추구하기 위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이 ‘조치’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자 그는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합리화 조치(rationalization action)나 구조조정(restructuring)을 초래할 수 있는 조치”라며 “지금 당장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금과 같은 비용 구조로는 사업을 이어가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한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언급했다. 구조조정의 폭과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CEO로서 구조조정은 필요하다는 인식을 밝힌 것이다. 또 바라 CEO는 “한국은 몇몇 국가와 함께 GM 구조조정 활동의 주목(focus)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구조조정 대상 국가 중 실명을 거론한 건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 시장 철수’는 아닐지라도 ‘구조조정’을 본사 CEO가 언급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GM 내에서도 생산성이 낮은 공장으로 분류된다. 2014~2016년 한국GM의 당기 순손실은 1조9718억원에 달한다. 판매 대수(52만4547대)가 12.2% 감소한 지난해에도 한국GM은 6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다. 대규모 적자 상황에서 한국GM 노사는 지난해 임금 협상을 위해 25차례 교섭하며 231일을 허비했다. 다섯 차례 파업도 벌어졌다.
 
한국GM 군산공장의 연간 생산대수

한국GM 군산공장의 연간 생산대수

콘퍼런스콜 이후 외신은 한국 철수설을 거론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그동안 GM은 미국 이외 국가에서 ‘수익성 개선 여지가 없으면 철수한다’는 명확한 전략을 채택했다”며 “이런 전략을 유지한다면 다음으로 철수설에 직면할 사업장은 한국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위스턴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도 “올해 GM이 한국에서 매우 과격한 일을 할 것 같다”며 “역사를 고려할 때 완전 철수(outright exit)를 예측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한국GM은 “GM 본사는 한국GM이 수익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지속해서 밝혀왔고 이번 콘퍼런스콜도 비슷한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한국 시장 철수설도 애널리스트의 개인적 의견일 뿐”이라고 밝혔다.
 
2대 주주(17.02%)인 산업은행이 한국GM 이사회의 주요 결의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비토권)를 지난해 10월 상실한 이후 GM이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하더라도 한국에서는 이를 견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GM의 국내 4개 공장에 납품하는 1차 벤더는 323개, 2차 벤더는 3000여 개로 추산된다. 한국GM 군산공장 가동률이 20%대로 하락하면서 1차 벤더인 이원솔루텍이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등 부품 업계로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GM이 철수할 경우 즉시 1만6000명의 실업자가 발생하고 협력업체 연쇄 부도 등으로 최소 20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뒤숭숭한 상황에서 한국GM 노사는 7일 오후 2시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상견례를 진행했다.
 
GM의 한국 철수설과 함께 GM과 한국 정부의 협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GM이 산은에 증자를 포함한 추가 자금 지원을 요구한다는 내용이다. 익명을 원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비공식적으로 양측에서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은은 “GM 본사가 한국GM과 관련한 구체적인 경영 정상화 방안을 우리 측에 제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문희철·고란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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