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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人流] 두 명의 ‘센 언니들’ 슬로 라이프를 시작하다

중앙일보 2018.02.08 00:01 강남통신 4면 지면보기
영화 포스터 제작자로 유명한 그래픽 디자이너 김혜진 대표(왼쪽)와 패션 스타일리스트 출신의 공간·브랜드 기획자 서은영 대표. 두 사람은 지난해 말 슬로 라이프를 제시하는 복합문화공간 굿사마리안레시피를 열었다. 장진영 기자

영화 포스터 제작자로 유명한 그래픽 디자이너 김혜진 대표(왼쪽)와 패션 스타일리스트 출신의 공간·브랜드 기획자 서은영 대표. 두 사람은 지난해 말 슬로 라이프를 제시하는 복합문화공간 굿사마리안레시피를 열었다. 장진영 기자

‘일 잘하는 세련된 센 언니’. 이 두 사람을 설명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말이 있을까. 패션잡지 기자였고 김연아와 많은 여배우들의 의상을 담당했던 스타일리스트를 거쳐 지금은 공간·브랜드 기획자가 된 서은영 대표(49·크리에이트베티)와 ‘박하사탕’ ‘나쁜남자’ 등 영화 포스터 제작자로 유명한 그래픽 디자이너 김혜진 대표(47·꽃피는 봄이 오면)의 이야기다. 2017년 12월 말 두 사람이 합심해 공간을 만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울 논현동 주택가에 자리 잡은 ‘굿사마리안레시피’다. 레스토랑이면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플라워숍인 동시에 또 농산물판매점인 곳. 이 공간을 통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하겠다는 두 사람을 만났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김연아·김민희 스타일 맡았던 서은영 & 영화 포스터 제작자 김혜진

지난 1월 29일 찾아간 굿사마리안레시피에는 손님들의 음식 테이블 옆으로 먹음직스러운 청송사과와 한라봉, 제주 성이시돌 목장에서 직송한 유기농 우유 등 신선식품과 현미·둥근마·꿀·올리브유 등 먹을거리가 보기 좋게 진열돼 있었다. ㄱ자로 구부러진 옆 공간에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일본 공방에서 만든 그릇이며 특이한 모양의 포크·스푼, 북유럽풍 조명 등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리빙 소품들이 눈길을 끈다. 더 안쪽엔 푸른 식물들이 가득 차 있다. 업종을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것들이 한 공간 안에 구성돼 있지만 콘셉트는 하나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모든 것’이다.
굿사마리안레시피는 파주부터 보길도까지 직접 발품을 팔아 찾아낸 식재료를 예쁘게 포장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 판매한다. 장진영 기자

굿사마리안레시피는 파주부터 보길도까지 직접 발품을 팔아 찾아낸 식재료를 예쁘게 포장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 판매한다. 장진영 기자

 
어떻게 이런 공간을 만들게 됐나.
서은영(이하 서) ‘우리 둘이 즐거운 일을 좀 해보자’는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그러다가 김 대표가 아이를 위해 만든 요리 사진을 보여줬는데, 건강한 식재료는 물론이고 그 모양새나 맛이 너무 훌륭했다. 이걸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개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결국 슬로 라이프를 지향하는 총체적인 공간이 됐다.
 
- 성공한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사업가로 바빴을 텐데, 원래 요리를 즐겼나.
김혜진(이하 김) 몇 년 전 몸이 허약한 아이에게 건강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이고 싶어 시작했다. 아이 입맛이 까다로워 보양이 되면서도 맛있는 요리를 하려다 보니 몸에 좋은 재료를 찾게 됐다. 조미료 없이도 맛을 낼 수 있는 식재료도 공부했다. 설탕 대신 양파·꿀·사탕수수원당을 넣고, 밀가루 대신 면역력을 키우기에 좋은 통밀 가루로 국수를 만드는 식이다. 그 모든 게 지금 굿사마리안레시피 요리의 근간이 됐다.
식사 공간에는 따뜻한 느낌의 라탄 소재 의자를 배치했다. 장진영 기자

식사 공간에는 따뜻한 느낌의 라탄 소재 의자를 배치했다. 장진영 기자

 
- 상호명은 무슨 뜻인가.
성경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을 말한다. ‘선한 이방인’ ‘남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미국 출장길에 우연히 LA에 있는 굿사마리안병원을 보고 ‘이런 이름을 가진 병원이라면 환자를 얼마나 소중하게 대할까’란 생각이 들더라. 우리 몸을 소중히 생각하는 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겠다는 우리 콘셉트와 딱 맞았다.
둘의 인연은 15년 전 시작됐다.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2003) 포스터 제작을 맡은 김 대표가 촬영에 필요한 패션 스타일링을 서 대표에게 의뢰했던 것. 당시 서 대표는 영화 주인공 배두나의 스타일링을 맡고 있었다. 이후 둘은 20여 편의 포스터 촬영을 함께했다.
 
- 오랜 시간 함께 일했다. 통하는 게 있나 보다.
일단 성격이 비슷하다. 일에 대한 집중도나 직설적인 화법도 같다. 혹자들은 이런 성격이 ‘드세다’ ‘어렵다’고 하지만, 오해가 생기지 않으니 힘들 일 없고 그래서 함께 일하는 게 편했다.
대기업과 일할 땐 아무리 좋은 의견을 내도 최종결정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게 제일 힘들었다. 그런 면에서 김 대표의 꼼꼼함과 속도감은 놀랍다. 소품을 사기 위해 출장을 가면 내가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호텔 방에 김 대표가 고른 물건들이 도착해 있다. 이미 많은 물건을 다 조사하고 준비해 놓은 것이다.
 
- 음식뿐 아니라 여러 가지 물건이 많다.
이곳은 단순한 레스토랑이 아니다. 건강한 슬로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공간이다. 요즘은 무엇이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감)를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농부들이 정성 들여 재배한 수확물 하나하나는 너무 훌륭하지만 ‘날 것’ 그대로 소비자에게 내놓을 순 없다. 날 것을 세련되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수익도 나야 한다. 굿사마리안레시피의 건강한 식재료로 만든 적당한 가격대의 음식은 가성비를, 슬로 라이프가 느껴지는 인테리어와 물건들은 가심비를 잡는 요소들이다.
굿사마리안레시피 내부의 리빙편집숍 공간. 장진영 기자

굿사마리안레시피 내부의 리빙편집숍 공간. 장진영 기자

 
- 지금까지와는 다른 분야다. 어렵지 않았나.
말도 마라. 파주부터 제주도까지 대동여지도를 그릴만큼 전국을 돌아다녔다. 맛 좋은 멸치를 구하러 보길도까지 배를 타고 몇 시간을 들어갔다. 식재료를 찾고 나니  그다음엔 생산자를 설득하는 게 어렵더라.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조금씩 가져다 판다고 하니 물건을 안 주려고 했다. 우리 상품 디자인과 홍보 계획을 듣고 나서야 하나씩 풀렸다.
 
- 앞으로 계획은.
공간으로 슬로 라이프를 보여준 것에서 그치지 않고 농·어업 등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을 보여줄 계획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라이프를 스타일링하는 개념이다.
 

그들의 취향

- 세련된 스타일과 좋은 안목으로 유명하다. 노하우가 있나.
첫째는 호기심, 둘째는 연습이다.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이것과 저것을 함께 놓으면 예쁠까. 호기심을 가진 후에는 실제로 도전과 연습하는 과정이 있어야 좋은 스타일링이 나온다. 좋은 안목을 기르는 과정 역시 똑같다.
뭐든지 보는 걸 좋아한다. 책·영화·그림 등 뭐든 가리지 않고 본다. 여행지에 가서도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새로운 공간과 풍경을 보는 것을 즐긴다.
 
- 즐겨 찾는 SNS나 미디어 채널.
핀터레스트는 안목을 기르기 좋은 SNS다. 자신이 찍은 사진을 올리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달리, 자신이 필요한 사진을 모아놓는 기능 위주라 다른 사람의 컬렉션을 통해 안목을 키울 수 있다.
SNS를 즐기진 않지만 몇 개의 인스타 계정은 일부러 찾아본다.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버그도프굿맨백화점’, 영국 ‘리버티백화점’, 잡지 ‘라이프’다.
 
- 최근 읽고 있는 책.
요네하라 마리의 ‘미식견문록’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최근 성경책을 새로 마련했다. 이번엔 제대로 읽어 보려고 한다.
 
- 소중한 남자에게 작은 선물을 한다면.
책.
좋은 방한 아이템이고, 또 제일 쉽게 멋을 낼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인 모자를 선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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