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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ㆍ성인 웹툰도 '어둠의 경로'는 공짜...'불법'에 밀리는 웹툰시장

중앙일보 2018.02.07 16:10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 오원석 기자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 오원석 기자

 대학생 A(23)씨는 얼마 전부터 불법 웹툰 사이트를 끼고 산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대형 웹툰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작품은 물론 중소 업체 콘텐트까지 한데 몰아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불법이란 걸 알지만 돈을 내지 않고 똑같은 웹툰을 볼 수 있어 이용한다"며 "스마트폰에서 네이버·다음 웹툰 앱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불법 웹툰 사이트의 대표격인 '밤토끼'에 직접 접속해봤다. 네이버·다음 웹툰 등에 올라있는 웬만한 유료 작품이 모두 공짜로 제공되고 있었다. 별도의 회원가입 절차 없이도 웹툰을 볼 수 있었다. 웹툰 업체들은 대개 미공개 최신 회차를 200원 선에서 유료로 제공한뒤 수익금 일부를 작가들에 돌려준다. 하지만 불법 사이트에서는 최신 유료 웹툰도 공짜다. 불법 사이트의 유혹에 빠진 독자들이 많아질수록 작가들의 유료 회차 판매 수익금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이날 오후 네이버 웹툰에서는 '고수'의 최신 회차인 31화까지 공개됐지만 불법 사이트에서는 33회까지 볼 수 있었다. 

불법 업체 '밤토끼' 업계 1위 네이버 추월
별도 회원가입 없이도 웹툰 볼 수 있어
작가들 "수입 40%까지 줄어 창작의욕 꺾여"
해외에 서버둔 업체 적발도 쉽지 않아

 무섭게 성장한 국내 웹툰 시장이 '불법의 역습'에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국내 웹툰 시장규모는 5480억원(KT경제경영연구소·2016년)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방송ㆍ영화·출판ㆍ광고 등 다방면에 걸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웹투노믹스(webtoon+economics)’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다. 하지만 불법사이트가 기승을 부리면서 합법 시장은 오히려 쪼그라드는 모양새다. 시장이 혼탁해지고 작가들의 창작 의욕이 꺾이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성인용 웹툰의 경우 성인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볼 수 있게끔 돼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이용이 우려된다.
 
 
 업계에서는 2016년 들어 불법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밤토끼의 경우, 지난해 12월 1억5324만 페이지뷰(PV)를 기록하며 업계 1위인 네이버 웹툰(1억2080만PV)을 제쳤다. 불과 2년도 안 돼 국내 1위 웹툰 사이트를 탈환한 셈이다. 

 
웹툰 불법 유통경로. 오원석 기자

웹툰 불법 유통경로. 오원석 기자

불법 사이트가 웹툰을 제공하는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웹툰 화면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 올리거나 그림 파일을 내려받는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현재는 스마트폰 화면을 통째로 캡처하는 방식이 대세가 됐다. 
 일부 웹툰 업체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캡처 기능을 차단하는 등 대안을 마련했지만 아이폰은 애플에서 이런 기능을 제공하지 않아 차단 효과가 떨어진다. 최근엔 유료 웹툰을 자동으로 복제하는 소프트웨어까지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불법 웹툰 사이트 및 게시판 차단 추진내역. [자료 문화체육관광부]

불법 웹툰 사이트 및 게시판 차단 추진내역. [자료 문화체육관광부]

 업계는 웹툰 불법복제로 인한 피해액을 지난해 기준 2000억원 내외로 추산한다. 2017년 웹툰 시장의 1차 매출이 약 4283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시장의 절반 정도가 '어둠의 경로'인 불법 시장으로 흘러나간 셈이다. 이러다보니 작가들도 타격을 체감한다. '신과 함께''방탕후루' 등을 그린 인기 웹툰작가 주호민(37)씨는 "유료 판매 수익의 20% 정도는 떨어진 것 같다"면서 "40% 정도 수익이 줄었다고 말하는 작가도 있다"고 말했다. 
 이희윤 네이버 웹툰 사업팀장은 "과거 불법복제 영화나 음원의 경우 P2P 공유 사이트 같은 특정 환산 경로가 있어서 접근이 제한적이었고 적발도 용이했다"면서 "지금 불법 웹툰 사이트들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홍보에 나서기 때문에 무차별 확산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각종 불법 도박·성인광고가 올라와 있는 불법 웹툰 사이트. 오원석 기자

각종 불법 도박·성인광고가 올라와 있는 불법 웹툰 사이트. 오원석 기자

 불법과 합법을 통털어 1위 웹툰 사이트가 된 밤토끼 역시 사이트의 IP가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나온다. 이마저 여러 경로를 거쳐 세탁된 IP일 가능성이 있어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성인 사이트인 '소라넷'처럼 베일에 가려진 운영자를 잡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밤토끼 사이트 운영자는 비밀 메신저 '텔레그램' 아이디를 공개해놓았다. 해당 아이디로 메시지를 보냈지만 응답은 없었다. 
 콘텐트를 공짜로 제공하는 불법 웹툰 사이트는 어떻게 돈을 벌까. 
광고가 수익모델이라는 것이 업계 추정이다. 실제로 불법 사이트 홈페이지는 불법 도박사이트 및 성인 광고가 빼곡하다. 정확한 수익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높은 PV를 감안할 때 광고만으로 수십억원의 수입을 올렸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제효원 한국만화가협회 사무국장은 "불법 웹툰 사이트의 난립은 웹툰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심대한 위협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유료 업체들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 작가들의 창작 욕구를 꺾어 소비자 역시 다양한 웹툰 콘텐트를 만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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