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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Talk] 이상화가 은메달 따도 박수쳐 주실거죠?

중앙일보 2018.02.07 11:00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한국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대표 이상화가 선수촌에 입촌했다. [강릉=연합뉴스]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한국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대표 이상화가 선수촌에 입촌했다. [강릉=연합뉴스]

 
"제가 열심히 할게요. 비교는 안 하면 좋겠어요."
 
지난 6일 강릉선수촌 앞에서 만난 '빙속 여제' 이상화(29·스포츠토토)의 표정은 밝았습니다. 독일에서 전지훈련을 하느라 피곤할 텐데도 "조금 졸린다"고 말했을 뿐 연신 미소를 지었습니다. 올림픽 운영인력들의 "힘내라"는 말에도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벌써 네 번째 올림픽이라 그런지 긴장감마저도 즐기려는 고수의 풍모가 느껴지더군요.
 
이상화는 인터뷰에서 취재진에게 한 가지를 당부했습니다. '맞수' 고다이라 나오(32·일본)와 자신을 비교하지 말아 달라는 것입니다. 지난 4일 입국해 5일 훈련을 시작한 고다이라는 "이상화를 이긴다는 생각보다 뜨거운 경쟁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상화 역시 "우리는 늘 뜨거웠다"며 웃은 뒤 "중학생 때부터 알던 선수다. 갑자기 나온 선수가 아니다. 그 선수를 꼭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어 "(둘을) 비교하는 기사가 많다. 그래도 한국 선수인데 저에게 좀 집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애교 섞인 투정을 했습니다.
 
고등학생이었던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에서 5위에 오른 이상화 선수는 2009년 밴쿠버 종목별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세계적인 선수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이후 이상화 선수에겐 수많은 '라이벌'들이 생겼습니다.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선 세계기록 보유자였던 예니 볼프(독일)와 경쟁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이후엔 위징, 왕베이싱 등 중국 선수들이 이상화를 추격했죠. 2015~16시즌엔 1000m 강자였던 장훙(중국)이 500m에서 이상화의 아성을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무릎 부상으로 힘들어했던 이상화 선수는 "월드컵 우승만 못 했을 뿐인데 나보고 '부진하다'고 해서 솔직히 힘들었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2014 소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도는 이상화. [뉴스1]

2014 소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도는 이상화. [뉴스1]

 
이상화의 마지막 올림픽,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고다이라가 급부상했습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지만 고다이라가 이처럼 이상화를 위협한 건 2016~17시즌부터입니다. 8년 가까이 수많은 라이벌과 싸우고 또 싸우면서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압박감을 이겨낸 겁니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만난 이상화는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금메달을 따든 못 따든 울 것 같아요. 경기를 마친 뒤 많은 분이 손뼉을 쳐주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그럴 겁니다. 만에 하나 고다이라에게 져 은메달을 딴다 해도, 아니 메달을 따지 못한다 해도 이상화는 대한민국을 빛낸 '빙속 여제'입니다.
 
강릉=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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