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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증언 통해 가늠해본 이재용의 삼성경영

중앙일보 2018.02.07 05:0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서히 경영에 시동을 걸면서 그가 앞으로 삼성을 어떻게 이끌어갈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 5일 석방되면서 "1년 동안 저를 돌아볼 수 있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 됐다"고 말한 것처럼 구속 전과 후가 크게 다를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경영 스타일이 어떻게 달라질지 가늠하긴 어렵지만 1심ㆍ2심 재판 과정에서 한 증언 등을 통해 윤곽을 가늠해볼 수 있다. 

"앞으로 그룹 회장 타이틀은 없을 것"
그룹 관리보다 삼성전자 경영에 주력
M&A 나서고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주주가치 제고 및 사회공헌 예상

 
이 부회장의 증언을 종합하면 그는 삼성그룹 전체를 관리하는 것보다는 삼성전자의 경영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재판에서 "확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앞으로 그룹 회장이란 타이틀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분만 따지면 삼성물산이 더 많지만, 열정을 갖고 일해 온 삼성전자에 실질적으로 내 지배력이 더 크다"고도 했다. 삼성그룹의 총수 역할보다는 삼성전자 부회장 활동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삼성전자 내에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IT 업계는 경쟁이 심하고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시대와 기술의 변화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2016년 국내 기업 사상 최대규모인 80억 달러에 전자장비업체 하만을 인수한 것처럼 그가 혁신 산업 분야에 대한 M&A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는 1년 중 가장 바쁜 출장이고 가장 신경 쓰는 출장이다. 애플과 페이스북 등 20~30개 고객사와 만난다”라는 증언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무죄가 아닌 집행유예로 나왔기 때문에 외부 노출 가능성이 많은 국내 활동은 자제할 전망"이라며 "다만 장기간 공백으로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와의 네트워크 교류가 단절된 만큼 글로벌 스킨십 강화에는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은 주주가치 제고에 경영의 무게를 둘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는 창업주의 손자가 아닌 성과와 실력으로 경영능력을 인정받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반영됐다. 이 부회장은 재판에서 “지분 몇 프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실력으로 어떤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지, 임직원에게 어떤 인정을 받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경영을 잘해야 경영진으로 지위를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고도 했다. 그가 옥중 경영을 하면서 50대 1의 주식 액면분할을 결정한 것도 주주가치를 높이려는 그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삼성전자는 국민 신뢰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사회공헌 사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재판 중에 ‘헌신’, ‘나누는 참된 기업인’, ‘사회에 대한 보답’ 등을 수차례 언급한 것이 이를 예고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배구조 개편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인위적으로 (기업을) 장악하거나 혹은 다음 세대로 넘겨주기 위한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버지 세대와는 다른 길을 갈 것을 시사했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자산 매각, 사업 재편 등을 통해 계열사 간 지분 구조를 단순화해 순환출자 고리를 줄여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ㆍ삼성물산의 이사회 의장에 각각 이상훈 사장과 최치훈 사장을 내정하는 등 이사회 위주의 책임 경영 등으로 경영의 투명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주요 사업별로 그 앞에 놓인 과제도 산적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중국 시장 스마트폰 점유율이 1%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1분기(3.1%)와 비교해 절반 가까이 추락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전 세계 스마트폰 2위 시장으로 부상한 인도에서도 샤오미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삼성전자는 이달 25일 세계 최대 통신 박람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갤럭시S9을 공개하며 반격을 노린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끈 반도체 부문은 올해 순항할 것으로 보이지만  ‘반도체 굴기(堀起ㆍ우뚝 섬)’를 선언한 중국이 시장에 본격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공급 확대의 요인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더 벌리는 ‘초(超)격차 전략’과 함께 상대적으로 약한 파운드리(위탁생산)와 시스템 반도체에도 힘을 싣기로 했다.
 
이 부회장이 점찍은 미래 성장동력으로는 자동차 전장사업이 첫손에 꼽힌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과 결합이 가능한 분야다. 이 부회장은 하만뿐 아니라 이탈리아의 전장회사인 ‘마그네티 마렐리’의 인수를 검토하는 등 전장사업에 애정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용ㆍ강기헌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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