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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올림픽 때 벤 존슨 잡아낸 KIST, 평창서도 도핑과 전쟁

중앙일보 2018.02.07 00:40 종합 16면 지면보기
벤 존슨

벤 존슨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1988년 서울올림픽. ‘육상의 꽃’이라 불리는 남자 100m 결승전 사흘 뒤 전 세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9초79의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벤 존슨(캐나다)이 금지 약물인 스타노조롤(남성 호르몬제)을 사용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당시 존슨의 부정행위를 적발해내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도 도핑 테스트를 총괄한다.
 

대회 중 혈액·소변 등 2500건 검사
158명 3교대로 24시간 정확한 분석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대결은 갈수록 치열하다. 서울올림픽 당시 40여 가지에 불과하던 금지 약물은 평창올림픽에서는 400여 가지로 늘었다. 도핑 검사를 회피하는 수법도 더욱 교묘해지고 대담해졌다. 러시아는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당시 국가 주도로 선수들에게 금지 약물을 제공한 뒤 도핑 샘플을 바꿔치기했다가 적발돼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평창올림픽에서 러시아를 퇴출시키고 러시아 출신 선수는 개인 자격으로만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KIST 도핑 컨트롤센터에서 연구원이 질량 분석기로 시료를 분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KIST 도핑 컨트롤센터에서 연구원이 질량 분석기로 시료를 분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창올림픽은 IOC가 ‘도핑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처음 치르는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다.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철저한 잣대를 들이대며 도핑 감시 시스템을 구축했다. KIST는 물론,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와 공조해 대회 기간 중 혈액 검사 700건, 소변 검사 1800건 등 총 2500건에 달하는 도핑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리처드 버짓 IOC 의과학 국장은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 31일까지 10개월간 평창올림픽 종목별 상위 20위권 이내 선수를 대상으로 1만6000여 건의 사전 조사를 실시했다. 러시아 선수들의 경우 전수 조사를 마쳤다”면서 “올림픽 기간 중 진행할 도핑테스트는 횟수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핑 검사 절차는 까다롭고 철저하다. 시료 확보는 조직위가 담당한다. 선수의 소변 또는 혈액을 채취한 뒤 전용 키트 두 개(A와 B)에 나눠 담아 번호를 매기고 밀봉하기까지의 과정을 맡는다. 평창에서 사용할 키트는 2016 리우올림픽 당시 사용한 제품과 동일하다. 제조사인 스위스의 베를링거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새 제품을 출시했지만, 최근 결함이 발견돼 리우 모델을 다시 쓰기로 했다. 시료 채취에는 전문 검사관을 비롯해 1000여 명이 투입된다.
 
운송과 경호는 군인들이 맡는다. 운전자와 경호원이 2인 1조가 돼 인증 절차를 거친 뒤 해당 샘플을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KIST 도핑컨트롤센터로 가져간다. 차량에 부착한 GPS 신호를 통해 운송 차량의 이동 상황과 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
 
분석은 KIST의 몫이다. 신속하고 정확한 결과를 내기 위해 158명이 3교대로 24시간 근무한다. KIST에 도착한 샘플 중 A는 즉시 분석하고, B는 추후 비교 분석을 위해 냉동 보관한다. ‘시료 바꿔치기’ 시도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KIST에서의 모든 과정은 24시간 녹화된다. 실험실에 들어가려면 두 명이 동시에 지문 인식 시스템을 통과해야하고, 10분 이상 머무를 수 없다. 국제도핑검사 전문가, 국제반도핑기구(WADA) 참관단 등 별도의 감시자들이 전 과정을 지켜본다.
 
서민정 조직위 도핑팀장은 “IOC를 비롯한 주요 기구들과 공조해 혈액 도핑(경기 직전 자신 또는 타인의 혈액을 수혈받아 체내에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량을 늘리는 방법), 바이오 도핑(인체 단백질 성분과 유사한 약물로 도핑 테스트를 피하는 방법) 등 신종 수법까지 꼼꼼히 체크할 예정”이라면서 “평창올림픽의 모든 기록은 깨끗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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