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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통쾌한 멍석말이

중앙일보 2018.02.07 00:02 경제 6면 지면보기
<8강전> ●퉈자시 9단 ○안국현 8단 
 
3보(32~44)=퉈자시 9단의 실수는 때 이른 초반부터 나왔다. 상황을 살펴보자. 안국현 8단이 32로 우상 흑을 포위하자, 퉈자시 9단은 33으로 붙이고 곧장 35로 좌상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퉈자시 9단은 좌상 실리가 토실토실하기 때문에 일단 35로 달려나가는 게 시급하다고 본 듯하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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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좌상 실리에 너무 집착했던 걸까. 35를 위해 임시방편으로 해둔 33이 참으로 이상한 수였다. 여기선 '참고도'처럼 흑1로 둔다 해도 백2로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A로 붙여 끊는 수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이다. 이 타이밍에서 흑3으로 뛰어나갔다면, 우상도 돌보고, 좌상도 챙길 수 있어서 실전보다는 훨씬 알찬 진행이었다.
 
하지만 실전에서 흑은 33을 둔 대가로 '회돌이'를 당하는 치욕을 겪는다. 회돌이는 상대의 돌을 연단수로 돌려치는 통쾌한 공격 기법을 말한다. 백은 기다렸다는 듯이 38로 뛴 다음 40, 42로 기분 좋게 흑돌을 멍석말이했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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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이 흑을 싸바르는 사이, 중앙에는 은근한 백의 두터움이 쌓였다. 반면에 흑은 잔뜩 웅크리고 있는 모양으로, 비효율의 극치다. 안국현 8단은 내친김에 44로 좌상 흑의 머리를 한 방 때렸다. 중앙으로 뻗어 나가는 백의 기세가 웅장하다. 이 바둑 뭔가, 백이 잘 풀리는 기분이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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