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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문턱서 번번이 엎어지는 수사…가로막힌 '3개의 칼날'

중앙일보 2018.02.05 08:00
윗선 규명할 '키맨' 장석명 구속영장 기각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치닫던 ‘민간인 사찰 입막음 의혹’ 수사에 급제동이 걸렸다. 
윗선 개입 여부를 규명할 핵심 인물인 장석명(45)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재차 기각되면서다. 지난해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 사건과 마찬가지로 핵심 인물에 대한 신병 확보에 실패하며 검찰 수사가 이 전 대통령으로 향하는 문턱에서 좌초하는 모양새다.

영장 기각, 구속적부심으로 동력 잃은 검찰 수사
다스 실소유주 의혹도 ‘올림픽’ 암초 만나

 지난달 22일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불법자금 수수 및 '민간인 사찰 의혹 무마' 사건과 관련한 불법행위 관여여부를 조사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장석명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불법자금 수수 및 '민간인 사찰 의혹 무마' 사건과 관련한 불법행위 관여여부를 조사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장석명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사진=연합뉴스]

 
지금껏 검찰은 장 전 비서관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명박 정부였던 2011년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폭로를 막기 위해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에게 관봉 5000만원을 뒷돈으로 건네고(장물운반) 취업을 알선해 준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적용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달 25일과 지난 3일 이를 모두 기각했다. ▲피의자(장석명 전 비서관)의 지위와 역할 ▲증거인멸 가능성 ▲주요혐의에 대한 소명 정도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단 것이 그 이유였다.  
 
"증거인멸 시도 뚜렷. 법원의 판단 매우 부당"  
검찰 내부에선 법원의 이런 결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사 결과 관봉 5000만원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장 전 비서관의 역할이 상당 부분 드러났고, 이를 통해 주요혐의에 대한 소명이 이뤄졌으며, 증거인멸 가능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법원의 의견과는 달리 실제 증거인멸이 이뤄진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실제 검찰 수사 결과 장 전 비서관은 지난달 12일 소환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뒤 해외에 체류하고 있던 류충렬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에게 수차례 연락해 “과거 진술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진술’은 류 전 관리관이 2012년 검찰 수사에서 5000만원의 출처에 대해 “돌아가신 장인어른이 만들어 준 돈”이라고 주장한 내용을 의미한다. 장 전 비서관이 거짓 진술을 종용하는 등 실제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인 증거 인멸 우려를 넘어 실제로 장석명 전 비서관은 수차례에 걸쳐 은밀하게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 그럼에도 두 번이나 증거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매우 부당한 결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장석명은 의혹 규명할 '마지막 퍼즐'이자 '첫 관문'  
 민간인불법사찰 사건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입막음용으로 전달되ㅣㄴ 5000만원 돈뭉치. 시중에 거의 유통되지 않는 '관봉'으로 묶인 5만원 신권이 100장씩 묶인 돈다발 10뭉치로 구성됐다. [중앙포토]

민간인불법사찰 사건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입막음용으로 전달되ㅣㄴ 5000만원 돈뭉치. 시중에 거의 유통되지 않는 '관봉'으로 묶인 5만원 신권이 100장씩 묶인 돈다발 10뭉치로 구성됐다. [중앙포토]

검찰이 파악한 입막음용 자금 5000만원의 전달 경로는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장석명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류충렬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 순이다. 장석명 전 비서관은 입막음용 자금 5000만원이 청와대에서 총리실로 넘어가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등 자금 전달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중요 피의자에 해당한다. 하지만 구속영장 기각으로 검찰이 장 전 비서관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자금 전달 흐름은 물론, 권재진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임태희 청와대 비서실장 등 ‘윗선’의 개입 여부를 규명하는데도 큰 장애물이 생겼다.  

 
당초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 사건 ▲민간인 사찰 입막음(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 세 가지의 사건에 관련돼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검찰 역시 위 세 가지 사건 모두 ‘최종 윗선’에는 이 전 대통령이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군 사이버사 댓글 사건과 국정원 특활비 수수 의혹 모두 이 전 대통령을 수사선상에 올리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핵심인물 석방으로 동력 상실한 댓글 사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군 사이버사 댓글 사건의 경우 이명박 정부 당시 국방부 지휘라인의 가장 윗선에 있던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등 두 사람이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가 권력의 최고 정점인 청와대를 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특히 사이버사 증원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을 거쳐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수사망이 좁혀지리라는 것이 검찰 안팎의 대체적인 예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김관진 전 장관과 임관빈 전 정책실장 등 핵심 인사들이 법원 구속적부심을 거쳐 줄줄이 석방됨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을 향해 치닫던 검찰 수사도 동력을 상실했다. 국방부 윗선인 장관과 정책실장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시 대통령을 직접 수사선상에 올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검찰이 가진 '3개의 칼날' 모두 암초에 가로막히나  
여기에 더해 민간인 사찰 입막음 의혹 사건은 장석명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마저 기각되며 이 전 대통령을 직접 겨누기 어려워졌고,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한 수사 역시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라는 암초를 만나 속도감 있는 진행이 어렵게 됐다.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한 의혹 사건이 모두 크고 작은 장애물에 가로막혀 있는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특정인을 겨냥해서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수사가 한창 확대되는 와중에 구속영장 기각, 구속적부심을 통한 석방 등이 이뤄지면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잃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 각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기로에 서 있다는 마음으로 의혹 규명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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