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사랑한 호텔] 욕실 바닥이 뜨끈뜨끈···여기 캡슐 호텔 맞아?

중앙일보 2018.02.05 00:01
국내외 저가항공사의 파격 할인 프로모션만 봐도 마음이 설렌다. 하지만 막상 항공권을 예약하고 결제하는 경우는 드물다. 초특가 항공권은 비행기 출·도착 시간이 불리한 경우가 많아서다. 오전 7시나 8시 심지어 오전 4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도 있다. 서울에 산다면, 비행기 출발 시각보다 늦어도 3시간 앞서 인천공항으로 떠나야 한다. 이른 새벽 공항까지 닿을 교통편도 마땅치 않거니와, 새벽잠을 설치고 컨디션이 저하된 채 여행 첫날을 보내야 한다.
이른 새벽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야할 때 공항 호텔에서 숙박을 고려할 만하다. [중앙포토]

이른 새벽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야할 때 공항 호텔에서 숙박을 고려할 만하다. [중앙포토]

해서 아침 비행기는 최대한 비껴가자는 주의였는데 지난달 출장차 오전 7시 인천발 삿포로행 비행기를 타야 할 일이 생겼다. 집에서 새벽에 출발하느니, 이참에 지난해 1월 개장한 인천공항 캡슐호텔 다락휴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단기 해외여행을 떠나는 여행자들이 몰리는 목요일, 금요일에 빈방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라는 입소문만 들었지 묵어본 일이 없어 궁금했던 찰나였다.

인천공항 다락휴
1.5평 공간에 침대·화장대 아기자기
여유롭게 아침 비행기 타려면 고려할 만

출장 전날 밤, 공항열차를 타고 인천공항역에 내렸다. 공항철도 개찰구와 이어진 인천공항 교통센터에 인적이 드문 것이 어색했다. 평소에는 인파를 헤집고 여행가방을 질질 끌면서 다급히 수속을 밟으러 가던 길이었다. 비록 캡슐호텔이지만 엄연히 잠자리를 예약해둬서 절로 여유로웠다. 인천공항 교통센터에 있는 영화관에서 영화도 한 편 봤다.
인천공항 교통센터. 영화관, 편의점, 캡슐호텔 등이 모여 있다.

인천공항 교통센터. 영화관, 편의점, 캡슐호텔 등이 모여 있다.

공항철도 개찰구와 영화관이 있는 교통센터 지하 2층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층 올라서면 다락휴였다. 짐짓 고급 호텔에 들어서는 것처럼 프론트가 있었다. 프론트를 중심으로 양쪽에 객실 30개씩 총 60실이 늘어섰다. 프론트에서 방 키(카드키)를 받고 캡슐호텔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하러 객실로 향했다. 객실동과 인천공항 입국장 쪽으로 접근하는 통로 사이에 카드키로 열 수 있는 현관문이 있어 보안을 걱정할 일은 없어 보였다. 객실도 카드키를 태그 해야 열리는 구조였다.
다락휴 입구.

다락휴 입구.

문을 열고 내부를 둘러봤다. 우선 크기에 놀랐다. 캡슐 호텔이라고 해서 옴짝달싹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선택한 샤워실이 딸린 싱글베드룸은 잠시 쉬었다 가기에 적당히 넓어 보였다(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쪽에 있는 다락휴는 샤워실이 없는 싱글룸·더블룸과 샤워실이 있는 싱글룸·더블룸 등 총 4가지 타입이 있다). 침대며 세면대며 화장대가 갖춰진 객실이 6.6㎡(2평)이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호텔을 상징하는 흰 침구류, 객실에 비치된 슬리퍼 등 나름 ‘호텔’스러운 면모도 돋보였다. 침대 머리맡에 독서등과 USB 포트가 달린 것도 편했다.
레고 블록이 연결된 것 같은 캡슐 호텔. 블록 한 개가 한 객실이다.

레고 블록이 연결된 것 같은 캡슐 호텔. 블록 한 개가 한 객실이다.

나름 호텔스러운(?) 침구.

나름 호텔스러운(?) 침구.

흰 수건도 두둑히 갖췄다.

흰 수건도 두둑히 갖췄다.

곧장 씻고 잠을 청하려는데, 샤워룸이 없는 방을 예약했으면 후회할 뻔했다. 투명한 유리 부스 안에 반짝반짝 윤이 나는 샤워기가 달려 있고 피로를 녹이는 뜨거운 물이 펑펑 나왔다. 샤워실 밑바닥까지 열선이 깔려서 뜨끈뜨끈 발바닥을 지지며 씻을 수 있었다. 바깥소리나 옆 객실 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방음이 좋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객실 외벽에 충분히 방음재를 썼다는 설명을 나중에 들었다. 물론 없는 것도 있었다. 샤워실은 객실 내부에 있지만, 화장실은 공용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화장실까지 딸렸으면 객실 이용료가 껑충 뛰었을 것 같다. 또 옆방에서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에 단잠을 깼어야 했을 수도 있다. 냉장고도 없었다. 대신 교통센터 1층에 있는 편의점에서 물과 요깃거리를 사올 수 있어 불편함은 없었다.
큰 만족감을 줬던 샤워실. 바닥에도 열선이 깔려 있다.

큰 만족감을 줬던 샤워실. 바닥에도 열선이 깔려 있다.

5성급 호텔보다야 불편했겠지만 다락휴는 공항 의자에 널브러졌다면 누리지 못할 안락함을 안겨줬다. 다락휴 요금은 숙박(오후 8시에서 오전 6시 사이)할 경우 5만6000원부터다.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프라이버시가 보장된다면 이만한 요금을 지불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관련기사
 
글·사진=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