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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기림을 온 베르빡에 기리노이 볼끼 새빘네"

중앙일보 2018.02.03 08:01
김순근의 간이역(17)
겨울이 춥고 길수록 봄은 더 가까이 다가온다. 따뜻한 남쪽, 경남 통영 동피랑·서피랑 벽화 마을에는 이미 봄이 와 있다. 활짝 핀 붉은 동백과 다닥다닥 붙은 산동네 집 담벼락의 예쁜 벽화, 햇살 가득한 골목길에서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 같은 봄기운이 느껴진다.
 
 
동피랑 길. [사진 김순근]

동피랑 길. [사진 김순근]

 
벽화 마을인 동피랑, 서피랑은 강구안을 사이에 두고 좌우에 있다. ‘피랑’은 비탈진 벼랑을 뜻하는 이 지역 말이다. “기림을 온 베르빡에 기리노이 볼끼 새빘네(그림을 온통 벽에 그려놓으니 볼 것이 많네).” 벽화 마을을 걷다 보면 외계어 같은 지역 방언들을 간간이 접하게 되고 웃음보가 터져 나와 이 또한 여행의 재미를 더해준다.


 
달동네서 관광명소로
동피랑은 싱싱한 횟감들이 가득하고 다양한 먹거리로 넘쳐나는 중앙시장 바로 뒤편에 있다. 옛날 이순신 장군이 설치한 통제영의 동포루가 있던 곳이어서 강구안이 한눈에 들어오는 등 전망이 좋다.
 
 
동피랑 입구. [사진 김순근]

동피랑 입구. [사진 김순근]

싱싱한 횟감이 넘쳐나는 동피랑 입구 중앙시장. [사진 김순근]

싱싱한 횟감이 넘쳐나는 동피랑 입구 중앙시장. [사진 김순근]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고개를 뒤로 젖혀야 마을 입구 집들이 보일 정도로 가파르다. 그래서 마을탐방은 좌우로 난 큰길을 이용해 정상인 동포루에 오른 뒤 골목길을 요리조리 돌아 내려오며 구경하는 것이 좋다.
 
산동네의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다닥다닥 붙은 집의 담벼락과 벽면마다 형형색색의 다양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대비 효과라고 할까, 나뭇잎과 풀 등 초록빛이 사라진 요즘 동화 속 풍경 같은 벽화들이 한결 도드라져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다가 보이는 동피랑 골목길. [사진 김순근]

바다가 보이는 동피랑 골목길. [사진 김순근]

 
동피랑 벽화 마을과 다른 벽화 마을과의 차이점은 벽화와 바다의 만남이다. 눈앞 벽화를 구경하다 먼 곳을 바라보면 강구안의 짙푸른 바닷물과 해안을 에워싸듯 촘촘히 들어선 건물들이 펼쳐지며 또 다른 풍경화를 그려낸다. 골목 양쪽의 담과 건물이 온통 하얀색으로 칠해져 있고 골목 너머로 파란 바다가 보이는 곳을 지날 때면 마치 지중해의 한 마을 길을 걷는듯한 느낌이다.
 
 
동피랑 바다 전망. [사진 김순근]

동피랑 바다 전망. [사진 김순근]

 
동피랑은 전망이 좋은 데다 마을 곳곳에 커피숍들이 많아 통영의 몽마르트라는 별칭이 붙었다. 커피집들은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저마다 다양한 벽화로 홍보하고 있어 벽화 마을 속 이색벽화지대다.
 
 
지중해풍 느낌이 물씬 풍기는 동피랑 골목길. [사진 김순근]

지중해풍 느낌이 물씬 풍기는 동피랑 골목길. [사진 김순근]

동피랑 동포루 주변에 활짝 핀 동백. [사진 김순근]

동피랑 동포루 주변에 활짝 핀 동백. [사진 김순근]

 
동피랑은 통영시의 대표적인 낙후된 지역이었다. 그래서 통영시에서는 이곳에 옛 동포루를 복원하고 주변을 공원화할 계획을 세웠다. 마을이 철거될 위기에 처하자 2007년 ‘푸른통영21’이라는 시민단체가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깃든 마을을 보존하자는 취지로 ‘동피랑 색칠하기 전국벽화공모전’을 열었고, 전국 미술대 재학생 등 18개 팀이 낡은 담벼락에 그린 다양한 벽화들이 모여 동피랑 벽화 마을이라는 작품을 완성했다.
 
 
온통 벽화로 뒤덮힌 동피랑 골목길. [사진 김순근]

온통 벽화로 뒤덮힌 동피랑 골목길. [사진 김순근]

 
이후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찾아들면서 지금은 통영을 대표하는 관광명소 중 하나가 됐다.


 
서피랑, 동피랑보다 전망이 한 수 위
동피랑이 마주 보이는 곳에 있는 서피랑은 동피랑보다 벽화가 적은 대신 전망은 한 수 위다. 동피랑보다 늦게 그려진 서피랑 벽화는 마을 초입에 집중돼 있다. 99계단, 피아노 계단이 대표적인 벽화다. 
 
 
서피랑 99계단. [사진 김순근]

서피랑 99계단. [사진 김순근]

서피랑 99계단길 옆 카페. [사진 김순근]

서피랑 99계단길 옆 카페. [사진 김순근]

 
특히 가파른 오르막길에 놓인 99개의 계단의 벽화는 서피랑의 상징처럼 돼 있다. 그림과 함께 다양한 글도 새겨져 있는데 TV프로 1박 2일에서 멤버들이 계단의 벽화들을 재미있게 구경하며 오른 뒤 계단에 적힌 글들이 문제로 나오자 난감해했던 곳이기도 하다.
 
 
서피랑 입구. [사진 김순근]

서피랑 입구. [사진 김순근]

 
서피랑 정상의 서포루에서 바라보는 강구안 전망은 압권이다. 99계단이 끝나는 지점부터 꼭대기까지는 건물이 없는 가파른 비탈이어서 서포루에 서면 사방으로 거침없이 펼쳐지는 시야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동피랑과 서피랑은 도보 10분 정도로 인접해 있어 두 곳을 비교하며 둘러보는 것이 좋다.
 
 
서피랑은 전망이 빼어나다. [사진 김순근]

서피랑은 전망이 빼어나다. [사진 김순근]

서피랑 등대. [사진 김순근]

서피랑 등대. [사진 김순근]

 
두 곳을 오가는 길 또한 볼거리다. 좁은 골목길과 시장길이 이어져 심심할 틈이 없다. 특히 싱싱한 횟감으로 넘쳐나는 중앙시장이 있어 눈요기에 좋고, 횟감을 사며 바로 옆 초장 집에서 기본 양념비를 내고 회로 먹을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돼 있다.


 
푸짐한 통영 먹거리
동피랑과 서피랑 벽화 마을을 더 유명하게 만든 것은 푸짐한 통영의 먹거리다. 전통의 충무김밥을 비롯해 꿀빵, 우동면에 짜장을 부어주는 ‘우짜’, 물메기탕, 볼락구이, 졸복국, 도다리쑥국 등.
 
 
졸복국. [사진 김순근]

졸복국. [사진 김순근]

 
여기에 통영의 독특한 음식문화인 다찌를 빼놓을 수 없다. 다찌는 원래 술을 주문하면 안주는 공짜로 딸려 나오는 선술집이었다. 회, 굴, 탕, 조개 등 푸짐한 제철 해산물이 20여 가지가 나오고 술은 기본으로 딸려 나온다. 
 
 
통영 다찌 집은 제철 해산물이 기본으로 나온다. [사진 김순근]

통영 다찌 집은 제철 해산물이 기본으로 나온다. [사진 김순근]

 
1인당 3만원 등 정액으로 받고 있어 일종의 저렴한 통영식 한정식이랄 수 있다. 황남동 일대에 많이 밀집해 있으며 주말에는 예약이 필수다.
 
벽화 마을탐방 후 시간이 허락된다면 인근 남망산 조각공원을 찾아가자. 높이 80m 남망산을 중심으로 조성된 이곳은 5,000여 평의 부지에 세계 10개국의 유명 조각가 15명의 작품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전시되어 있다. 한산도, 해갑도, 죽도 등 한려수도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등 전망도 좋다.
 
김순근 여행작가 sk4340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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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근 김순근 여행작가 필진

[김순근의 간이역] 은퇴는 끝이 아니다. 새로운 도전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걱정과 두려움도 있겠지만, 성공의 성취감은 무엇보다 값질 것이다. ‘간이역’은 도전에 나서기 전 잠시 쉬어가는 곳이다. 처음 가는 길은 먼저 간 사람들이 겪은 시행착오 등 경험들이 큰 힘이 된다. 성공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한 이들의 경험담과 조언을 공유하고, 좋은 힐링 여행지를 통해 도전에 앞서 갑자기 많아진 시간을 알차게 보내며 막연한 두려움을 씻어내고 새 출발의 의지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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