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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페이스북은 과연 바보일까

중앙일보 2018.02.02 01:46 종합 30면 지면보기
김한별 디지털콘텐트랩장

김한별 디지털콘텐트랩장

간단한 퀴즈 하나. 회식 자리에 불고기·생선회·채소볶음이 나왔다. 어떤 음식이 가장 맛있는지 세 명에게 평가를 부탁했다. 한데 둘은 편식이 심하다. 한 사람은 고기, 한 사람은 생선만 먹는다. 이들의 별점을 종합하면 ‘진짜’ 맛있는 음식을 가릴 수 있을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실제 음식 맛과 별개로 각자의 선호에 따라 평가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이 설문조사로 ‘신뢰할 수 있는(trustworthy)’ 미디어를 가리겠다고 했을 때 논란이 된 것도 같은 이유다. 국내외 미디어는 “정치적 선호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며 페이스북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비판은 며칠 뒤 실제 설문 문항이 공개되자 더 거세졌다. 문항이 ‘다음 웹페이지들을 알고 있느냐’ ‘각각을 얼마나 신뢰하느냐’ 단 두 개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콘텐트를 만드는 입장에서 본 ‘관전평’은 달랐다. 최고의 인재들이 모였다는 페이스북이 정말 단순한 질문 두 개로 미디어를 ‘줄 세우기’ 할 수 있다고 믿는 바보일까. 혹 우리가 뭔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페이스북 사용자는 약 20억 명이다. 국내에서도 SNS 뉴스 이용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한국언론진흥재단, ‘2017 언론 수용자 의식조사’). 페이스북은 이런 엄청난 숫자의 사용자 데이터를 다 갖고 있다. 누가 어떤 뉴스에 ‘좋아요’를 누르는지, 어떤 뉴스를 친구와 공유하는지 다 알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설문 문항이 달랑 둘뿐인 것은 바보여서가 아니라 너무 똑똑해서, 즉 ‘굳이 안 물어봐도 이미 아는 답이 많아서’가 아닐까. 페이스북 뉴스피드 책임자 애덤 모세리는 기자들과 나눈 트위터 문답에서 “널리 신뢰받는(broadly trusted)다는 건 다양한 독서 습관(a wide range of reading habits)을 가진 사람들에게 신뢰받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앞의 퀴즈로 다시 돌아가면 별점 평가자 가운데 누가 편식쟁이고 누가 아닌지, 평소 ‘식습관’을 자신들이 다 알고 있다는 얘기다. 같은 불고기 별점도 원래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의 별점과 평소 고기를 안 먹던 사람의 별점, 그리고 둘 다 잘 먹던 사람의 별점을 달리 평가한다면 결과가 달라진다.
 
이쯤 되면 다시 머리를 싸매야 할 쪽은 오히려 미디어다. 국내외 미디어 가운데 페이스북만큼 사용자 데이터를 잘 구축하고 있는 곳이 있을까. 우리는 자신의 독자에 대해 남보다도 잘 모르면서 ‘네가 우리에 대해 뭘 아느냐’고 다그친 건 아닐까. 차라리 페이스북에 ‘우리 뉴스 사용자 데이터와 설문 결과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말은 쉽다. 중요한 건 실력으로 이기는 거다.
 
김한별 디지털콘텐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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