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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의 글로벌 J카페] 감감 무소식 '코닥코인'...주가는 곤두박질

중앙일보 2018.02.01 14:42
지난해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끈 카메라 앱 '구닥'은 코닥의 일회용 카메라 펀세이버(FUN SAVER)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구닥이란 이름도 코닥에 '구닥다리'라는 의미를 섞어 만들었다. 필름 카메라로 찍고 현상을 맡긴 뒤 며칠씩 기다리던 시절처럼, 앱으로 사진을 찍으면 며칠이 지나야 어떻게 찍혔는지 확인할 수 있다. 불편함을 자청하는 아날로그 감수성이 이 앱의 인기 비결이다.
 

필름 회사로 시작해 암호화폐까지
ICO 연기 발표에 주가 13% 급락

아날로그 '퇴물' 취급받던 코닥은 요즘 암호화폐로 시끄럽다. 130년 전통의 필름업체 이스트먼 코닥은 지난달 9일 블록체인 기반의 사진 저작권 관리 플랫폼 '코닥원' 계획을 공개했다. 블록체인 기술로 개발한 암호화폐 '코닥코인'으로 코닥원에서 사진 저작권을 사고판다는 구상이다. 코닥은 이런 방식으로 사진작가들이 작품을 온라인으로 안전하게 거래하면서 저작권 문제를 편리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종된 코닥의 코다크롬 35mm 컬러 필름[중앙포토]

단종된 코닥의 코다크롬 35mm 컬러 필름[중앙포토]

 
당시 코닥은 지난달 31일 암호화폐공개(ICO)를 하겠다고 밝혔다. ICO는 기업이 주식을 팔아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공개(IPO)처럼 가상화폐를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파는 것이다. 한때 '미국 공학도들이 가장 취직하고 싶어하는 직장'이었던 코닥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ICO 예정일인 지난달 31일이 지나도 코닥코인은 감감무소식이다. 코닥 홈페이지에는 "ICO가 몇 주 미뤄졌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언제 코닥코인을 살 수 있는지 날짜도 명시하지 않았다. 제휴사 웬디지털(Wenn Digital)의 홍보 담당자인 아리안 홉킨스는 "ICO 준비는 진행되고 있다. 투자자 공인 작업 단계에 있고, 이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린다"고 밝혔다. ICO 지연 소식에 이스트먼 코닥의 주식은 곤두박질쳤다. 지난달 31일 종가는 전날보다 13.11% 하락한 7.95달러였다.
 
코닥은 지난달 9일 암호화폐 '코닥코인' 개발 계획과 암호화폐 채굴기 '캐이마이너'를 공개했다. [EPA=연합뉴스]

코닥은 지난달 9일 암호화폐 '코닥코인' 개발 계획과 암호화폐 채굴기 '캐이마이너'를 공개했다. [EPA=연합뉴스]

 
코닥원 측은 "코닥코인 구매는 공인된 투자자들에게 전달되는 제안서에 기반을 둬서만 판매된다"며 "코닥코인 공식 사이트 외 유사 웹사이트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오는 코닥코인 거래 정보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코닥은 지난달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를 통해 비트코인 채굴기 캐시마이너(Kashminer)도 공개했다. 임대료 3400달러(약 362만원)를 내면 2년 약정으로 빌려준다. 코닥은 이 채굴기로 월 375달러를 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트코인 시세를 1만4000달러로 계산한 예상수익이다. 채굴된 암호화폐 절반은 기기 유지비와 전기료, 보험료 등의 명목으로 코닥이 가져간다. 2년 사이 암호화폐 시세가 폭락할 경우 투자자들은 손해를 볼 수도 있어 '사기'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지난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2018 CES에서 코닥이 사진 거래용 암호화폐 '코닥코인' 개발 계획과 암호화폐 채굴기 '캐시마이너'를 공개했다. [EPA=연합뉴스]

지난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2018 CES에서 코닥이 사진 거래용 암호화폐 '코닥코인' 개발 계획과 암호화폐 채굴기 '캐시마이너'를 공개했다. [EPA=연합뉴스]

 
코닥의 모태는 조지 이스트먼이 1884년 설립한 '이스트먼 드라이 플레이트&필름 컴퍼니'다. 1892년 이스트먼 코닥으로 이름을 바꿨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코닥의 일회용 카메라는 매년 1억대가 넘게 팔리는 인기 상품이었다. 2000년대 들어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코닥의 설 자리는 좁아졌다. 2004년부터 미국 내 일반 필름 카메라 판매를 중단하고 디지털카메라 사업에 매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2012년 파산보호를 신청해 2013년 법원 결정으로 기업회생 절차를 시작했다. 파산 전인 2011년 51억4800만달러였던 매출은 2016년 15억4300만달러로 줄었다.
 
코닥이 겨우 살아남은 것은 터치센서 덕이다. 코닥은 터치스크린을 만들기 위해 필름에 금속 박막을 입혀 센서를 만드는 사업에 주력했다. 이제는 디지털카메라, 잉크젯 프린터, 3D프린터, 드론 등을 만들어 팔며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올해 CES에서는 안드로이드운영체제 기반의 스마트폰 IM5를 공개했다. 코닥은 브랜드만 제공하고 제조는 영국의 전자업체 불리트 그룹이 맡았다. 영화용 필름도 아직 생산한다. 영화용 필름 제조사는 이제 코닥이 유일하다. 영화 '라라랜드', '덩케르크' 등이 코닥 필름으로 촬영됐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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