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 정권 때 무능했던 인권위 반성하고 변해야"…혁신위의 일침

중앙일보 2018.02.01 12:55
하태훈 국가인권위원회 혁신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11층 배움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 내 비정규직 문제해결과 과거반성과 재발방지 방안 등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태훈 국가인권위원회 혁신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11층 배움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 내 비정규직 문제해결과 과거반성과 재발방지 방안 등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로 출범 17년째를 맞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절반은 대통령과 정권을 위한 인권위였습니다. 지난 10여년 간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는 시정되지도, 예방되지도 못했습니다."

혁신위, 국가인권위 혁신 권고안 발표
"인권위 절반은 정권 위한 인권위였다"
인권위 블랙리스트·용산 참사 등 언급
과거 반성·시민단체 소통 강화 등 주문
인권위 "혁신위 권고, 적극 수용하겠다"

 
하태훈 국가인권위원회 혁신위원장은 1일 오전 인권위 혁신 권고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열린 인권위 혁신위원회(혁신위)의 권고안 발표 브리핑 자리에서 외부 혁신위원들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인권위 행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그러면서 과거 반성과 재발방지, 인권위 내 비정규직 문제 해결, 조사·구제 기능 혁신 방안 등을 인권위에 권고했다.
 
혁신위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반 '인권위 권한 강화' 방침을 공식화한 뒤 지난해 10월30일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근거해 설치된 인권위의 공식 법적 자문기구다. 시민사회 관계자 등 외부위원 10명과 내부위원 3명으로 구성됐다. 혁신위는 지난달 29일까지 약 3개월 간 인권위 혁신 과제를 제시하기 위해 내부 조사 등을 진행했고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13건의 권고를 인권위에 전달했다.
 
2012년 8월 '자질 논란'에도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임명됐던 현병철 전 위원장과 2014년 여당 지명으로 인권위원 활동을 한 유영하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 [중앙포토]

2012년 8월 '자질 논란'에도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임명됐던 현병철 전 위원장과 2014년 여당 지명으로 인권위원 활동을 한 유영하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 [중앙포토]

 
제일 먼저 혁신위가 언급한 권고안은 '과거반성과 재발방지'였다. 혁신위원인 명숙 국가인권위제자리찾기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인권위는 조직의 독립성을 갖춰야 인권 보호 의무의 책임을 다할 수 있지만, 과거 현병철 전 인권위원장 시절에는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 사례로 2010년 청와대로부터 전달된 인권위 직원 블랙리스트에 인권위가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고 침묵했던 일,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 등에 대해 무자격 인권위원들이 인권위의 역할을 방해한 일, 직원을 부당 징계하고 성소수자 혐오 행사에 인권위 사무실을 대관한 일 등을 꼽았다.
 
명숙 집행위원장은 "블랙리스트에 오른 직원들은 대부분 시민사회단체 출신이거나 2008년 촛불집회를 조사했던 조사관들이었다"며 "인권위는 이 블랙리스트건을 즉각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인권위원들이 인권위의 권력 감시, 인권 보호 기능을 왜곡·축소하지 못하도록 인권위원 자격 기준과 결격 사유를 구체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오른쪽 둘째)이 지난해 5월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 제고 방안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발표했다. 김성룡 기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오른쪽 둘째)이 지난해 5월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 제고 방안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발표했다. 김성룡 기자

관련기사
인권위 내부의 비정규직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현재 인권위 내에는 기간제 29명, 무기계약직 19명, 임기제 13명 등 61명의 비정규직 직원이 있다. 혁신위는 "노동권 감수성이 누구보다 높아야 할 인권위에서도 비정규직에 대한 임금·수당·성원권 차별 등이 발견됐고 직원들도 이에 대해 큰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했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및 차별 해소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혁신위는 또 인권위의 주요 3대 업무인 '인권침해·차별 조사 및 구제''인권 정책 추진''인권교육 구축' 등에 관해 전반적인 점검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꾸준히 인권위에 제기돼 온 취약계층을 위한 접근성 보장과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신속하고 능동적인 대응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혁신위는 "정책권고시 입안·검토·결정 전 과정에 인권위원과 직원, 시민사회·전문가 집단의 협력이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밖에 민간 출신의 인권 활동 경력자 채용을 확대하고 과장급 직원 공모제 실시, 시민사회와의 실질적인 교류 확대 등도 권고안에 포함됐다.
 
3개월의 활동 기간을 마무리한 혁신위는 "인권위가 혁신위 위원이 참여하는 '혁신추진실무위원회'를 구성해 권고를 이행하고 추가적인 혁신 과제를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위에 내부위원으로 참석한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은 "혁신위 권고안을 적극 수용하기 위해 담당 과에 이행 지시를 내렸다. 지혜를 모아 혁신위가 권고한 부분들을 최대한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