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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이제 북한에서도 무시당한다?

중앙일보 2018.01.30 12:00
4일 평양 광복백화점 앞에서 먹거리를 택시 트렁크에 싣는 평양 주민들. 용봉식료공장에서 생산된 귤단물, 튀기과자 등이 보인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

4일 평양 광복백화점 앞에서 먹거리를 택시 트렁크에 싣는 평양 주민들. 용봉식료공장에서 생산된 귤단물, 튀기과자 등이 보인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

 
 

북중 접경지역 사업가들이 전하는 북한 이야기
제재 하에서도 북한산 식료품, 경공업 제품 품질 크게 향상
장마당, 백화점 점령했던 중국산 내몰아
기업 자율권 확대, 기술 중심 경제정책 때문으로 풀이

“북한 사람들은 중국 신발은 ‘한 주일 신’이라고 부른다. 중국 신발은 일주일 신으면 망가진다는 말이다. 최근 들어 북한에서는 북한산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커졌다.”
 
북·중 접경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손선재(가명)씨의 전언이다. 손씨 뿐만이 아니다. 국경 무역에 종사하는 사업가들은 한국개발연구원이 주최한 좌담회에서 최근 들어 북한산 제품의 품질이 크게 좋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대북 제재로 힘겨운 시절을 보내고 있으리라는 식의 일반적 관측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KDI 북한경제연구협의회에서는 최근 중국 단둥 및 연변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사업가들을 초청해 ‘북ㆍ중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경제’라는 제목의 좌담회를 진행했다. 30일 발간된 KDI 북한경제리뷰에 실린 좌담회 내용 중에는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이 북한산 제품의 품질 향상에 대한 내용이다. 다음은 손씨의 발언 내용이다.  
“제가 듣기로는 신의주 장마당이 몇 년 전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고 한다. 이제는 북한산이 더 좋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산 제품들이 4~5년 만에 포장이나 질이 너무 좋아졌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중국 빵이 북한에 들어가서 북한 시장을 채웠는데 이제는 못 들어간다고 한다. 왜냐하면 중국산 빵의 질이 좋지 않아서 북한 사람들이 사 먹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산 빵의 질이 훨씬 좋다고 한다. 맥주 등 중국산 술도 북한산보다 좋지 않다는 인식이다. 화장품도 예전에는 북한산 화장품이 민망할 정도로 질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화장품도 얼마나 정교한지 모른다. 중국산 포장보다도 훨씬 좋다.”
 
북한경제 전문가인 김명순(가명) 교수도 손씨 발언에 동의했다.  
“지난해 평양에 방문했을 때, 방직 공장에 갔었다. 옷을 너무 잘 만들더라. 백화점 등 실제 시장에서 유통되는 옷들도 디자인을 포함해서 참 잘 만들어져 있었다. 한국 제품이랑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경공업 분야 중 상당한 부분이 자급자족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2010년에 북한에 갔을 때 80% 이상이 중국산이었는데, 작년에 평양에 갔을 때 북한산 규모가 엄청 늘어난 것을 목격했다. 아직 가전제품 쪽은 국산화가 약한 것 같지만, 경공업 분야에서는 옷부터 일용품까지 국산화 제작이 많이 가능해진 것 같다. 신발, 양말, 옷, 장난감, 식품 이런 분야에서 예전에는 볼 수 없던 북한산 물건들이 다 매장에 진열되어 있었다.”
 
 
다음은 사업가 최진해(가명)씨의 전언이다.  
“단둥에서 대북무역에 종사하고 있는 조선족 분들은 건설 사업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음식점 운영 등 상업적 분위기도 활기를 띠어 평양 시내가 상당하게 변했다고 입을 모은다. 평양 수도 건설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으므로 다음에는 원산 쪽으로 개발 중심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한다. 당장 신의주만 봐도 최근 3~4년 사이에 아파트와 고층빌딩이 많이 올라왔고, 강변 쪽에도 15~20층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요즘 전기가 잘 들어오고 있는 것도 특기할 만한 사항인데, 광물제재 이후 전기를 파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무상공급이 아닌 판매 시스템하에서 오히려 전기 사정이 좋아진 것으로 신의주가 경제력이 있는 도시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어떻게 강력한 제재 하에서 이런 발전이 가능했을까. 김명순 교수는 기업에 대한 자율권 부여 등 시장경제 요소의 확대와 과학기술을 우선시하는 경제정책의 결과물로 봤다. 김 교수는 “시장을 확대할 것인가 축소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했던 김정일 시기와 달리 지난 5년 동안 북한경제는 강성국가 건설이라는 목표를 두고 차근차근 정책을 실현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업 분야에서 기업관리 개선조치가 도입된 이후에는 국가지표가 현저히 줄어들고 기업지표가 늘어났다. 실행 과정에서 양자를 교체하여 기업지표를 늘릴 수 있게 돼 기업의 자율권이 확대된 측면이 있고, 이것이 기업 활성화의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자율권 확대로 기업이 생산물을 직접 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직매장이 많이 늘어났고, 경공업 분야의 발전으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김정은 위원장이 소위 지식경제라고 풀이되는, 과학기술을 우선시하는 경제발전 모델을 강력하게 추진한 것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대북 제재가 되려 북한 내 유통 물품을 풍부하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손선재씨는 “석탄이나 수산물 수출 제재로 해당 물품들이 싼 가격에 시장에 나오면서 국민 생활은 오히려 윤택해졌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도 북한이 계속 이 상태로 버틸 수는 없다는 데 동의했다. 김명순 교수는 “언제까지 시간을 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 상태를 지속하는 건 어려울 것”이라며 “대화와 교류를 통해 북한이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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