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지청급 검찰청, 마음대로 마약 수사 못한다

중앙일보 2018.01.30 11:12
검찰의 마약 수사 체계가 확 바뀐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30일 “앞으로 전국 35개 지청에 근무하는 마약 담당 검사와 수사관은 관할 지검장의 승인을 얻기 전에는 수사를 개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검에 따르면 전국 41개 지청 중 고양, 부천, 성남, 안산, 안양, 평택지청만이 자체 마약수사가 가능하다. 나머지 35개 지청은 별도 승인을 받아야 수사에 나설 수 있다.    

1월29일자로 대검 예규 신설
지검장 승인시 수사개시 가능
지청서 지검으로 인력 재편
“수사 현실 모르는 얘기” 비판도

 
검찰은 이런 내용을 반영해 대검 예규(마약 수사 개시 지침)를 신설했다. 예규에 따르면 지청 관내에서 마약 범죄 등이 발생하더라도 수사 규모 및 필요성을 고려해 상급 기관인 지검이 수사하는 게 원칙화됐다. 다만 지리적 여건 등으로 지청 수사가 불가피할 때에는 지검장 승인을 받아 실시하게 된다. 춘천지검 산하에 있는 강릉, 원주, 속초, 영월지청 등의 경우 신설된 예규를 적용하면 각 지청에서 마약 사건을 찾아냈을 때 지금처럼 바로 수사에 착수하지 못하고 춘천지검장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얻은 뒤 수사하게 된다. 
대검 관계자는 “지청에 있던 마약 수사관들을 빼서 상위 지검으로 모으는 인력 재편도 병행했다”며 “이런 지침은 29일자로 실행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대검찰청에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찰청에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연합뉴스]

법조계에선 ‘문무일 검찰총장표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 총장은 지난해 8월 대검 예규인 ‘지청의 부패범죄 수사 개시에 관한 지침’을 개정했다. 인지수사에 착수하려면 지검장 승인을 받게 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면서 지청 내 특별수사 전담 부서도 폐지했다. 지검장 승인을 받게 하는 식으로 특수ㆍ인지수사 총량 축소 방안을 모색해 왔는데 마약 수사에도 이를 적용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특수부 폐지처럼 지청의 마약 담당 부서를 폐지하는 것은 아니다. 지청도 수사할 수 있는 길은 열어뒀다”고 설명했다.  
 
일선 강력ㆍ마약통 검사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방의 한 강력통 검사는 “마약 수사를 지청 단위에서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학생은 공부하겠다고 하는데 선생님이 책 내려놓으라고 하는 격이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출신 김희준 변호사는 “마약 수사는 유통망 적발 등 수사의 시급성이 우선돼야 한다”며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지청에서 직접 수사를 바로 못하게 하거나 지검장 승인 절차 등을 받도록 하는 것은 수사 현실을 너무 모르는 얘기다”고 지적했다.
문무일 검찰총장 [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 [연합뉴스]

대검은 수사의 효율화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대검 관계자는 “마약 사건이 갈수록 대형화, 국제화하는 경향이 있어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검찰도 법규 및 인력재편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약 수사를 소홀히 하거나 경찰에 넘겨주는 절차를 밟는 것은 전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법무부 산하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에선 마약 수사를 맡고 있는 강력부의 기능을 축소ㆍ폐지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