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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리포트]시진핑 천년대계의 젖줄...이 곳은 어디

중앙일보 2018.01.30 11:09
허베이(河北) 성에 서울 면적의 반만한 호수가 있다. 바로 베이징에서 약 150km 떨어진 바오딩(保定)시 안신(安新)현에 위치한 바이양뎬(白洋淀)이다. 중국에서 평지에 위치한 호수 중 가장 큰 바이양뎬은 크고 작은 143개의 호수로 이루어져 있는데 수면 면적을 모두 합하면 300㎢(제곱킬로미터)에 이른다. 약 605㎢인 서울의 절반 크기인 셈이다.
[출처 : 이매진 차이나]

[출처 : 이매진 차이나]

중국에서 평지에 위치한 호수 중 수면 면적이 가장 넓은 바이양뎬에는 다양한 생태계가 공존한다. 호수에는 약 40여 종의 어류가 서식하는데, 특히 잉어·붕어·얼룩새우·민물게가 많이 잡힌다. 오리·기러기 등 서식하는 조류도 197종이나 된다.   

중국 평지에 있는 호수 가운데
수면면적 가장 넓은 바이양뎬
수려한 경치 일품,수질 골머리

 
배가 지날 수 있는 수로들을 제외하고는 수위가 깊지 않아 갈대·마름·연꽃·연뿌리 등의 수생 식물들이 자란다. 또한 바이양뎬의 연안은 189개의 어촌이 발달해 있는, 10만 허베이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기도 하다.  
갈대를 수확하는 바이양뎬의 주민들 [출처 : 중신망]

갈대를 수확하는 바이양뎬의 주민들 [출처 : 중신망]

북국의 강남, 북쪽 지방의 서호

바이양뎬은 '북국의 강남이자 북쪽 지역의 서호'라고 불린다. 강남은 양쯔강의 남쪽 지역으로 행정구역 상으로는 장쑤, 안후이, 저장 성을 이르는 말로 예로부터 정통 중국 문화와 풍부한 물산, 수려한 자연 환경을 갖춘 지역이다. 바이양뎬이 북국의 '강남'이라 불리는 이유는 풍요로운 생태계와 수자원 뿐만 아니라 물을 끼고 있는 고장 특유의 아름다운 경치와 정취 때문이다.
 
바이양뎬의 사계절 [출처 : 바이양뎬 풍경구 홈페이지]

바이양뎬의 사계절 [출처 : 바이양뎬 풍경구 홈페이지]

바이양뎬은 사계절이 모두 아름답다. 봄에는 활짝 피는 복숭아꽃과 푸른 버드나무가 가득한 관광지다운 모습을 연출한다. 여름에는 호수에 가득 핀 연꽃과 녹음이 절정을 맞는다. 가을에는 황금빛 갈대밭 사이로 활짝 핀 갈대꽃과 검푸른 색의 호수와 어울리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겨울철에는 호수가 점점 얼기 시작하고 눈이 내리면 은빛의 ‘겨울 왕국’이 펼쳐진다. '허베이의 명주'로 오랜 사랑을 받아 온 바이양뎬을 중국 여유국은 국가 5A급 관광지로 지정했다.  

바이양뎬의 연꽃을 감상하는 관광객들 [출처 : 바이양뎬풍경구 홈페이지]

바이양뎬의 연꽃을 감상하는 관광객들 [출처 : 바이양뎬풍경구 홈페이지]

 
바이양뎬은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호수로도 유명하다. 원앙섬과 휴한섬(鸳鸯岛和休闲岛), 하화대관원(荷花大观园), 민속촌인 왕가채(王家寨), 수상유원지(水上游乐园), 문화원(文化苑), 이국풍정원(异国风情园), 악성서원(渥城书院) 등이 바이양뎬의 주요 경관이다.
 

호수에 담긴 항일 영웅들의 이야기

 
실제 기러기털 부대의 모습과 바이양뎬 이엔링뚜이 기념관 [출처 : 바이두 백과]

실제 기러기털 부대의 모습과 바이양뎬 이엔링뚜이 기념관 [출처 : 바이두 백과]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가즈인상(嘎子印象)과 관련된 이야기다. '가즈인상'의 '가즈(嘎子)'는 '개구장이'를 뜻하는 말이자 소년병 '장가'를 말한다. 이와 얽힌 이야기는 1939년 안신현을 점령한 일본군과 맞서 싸웠던 기러기털 부대(雁翎队)에 대한 항일투쟁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러기털 부대는 안신현 세 구역의 소대와 어민들로 구성된 항일무장세력이었다. 이들은 고기를 잡을 때 사용하는 산탄총을 무기로 전투에 펼쳤는데 물보라로 화약이 물에 젖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러기 털로 총구를 막았던 데서 '기러기털 부대'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작은 고깃배를 타고 기러기가 줄지어 날아가듯 신속하게 매복 지점에 접근한 그들은 수면 아래 쇠로 된 줄을 매어 일본군의 수송선을 저지했다. 또한 이들은 연잎과 갈대 숲에 몸을 숨겨 일본군을 습격하기도 했다. 신출귀몰 적진을 누비며 일본군과 한간(매국노)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기러기 부대가 크고 작은 전투를 70여 차례 치르면서 포로로 잡은 일본군과 위군(만주국의 군대)의 수는 천여명에 달했다고 한다. 백성들은 이들은 '물 위에 나는 장군', '호수 위의 신병'이라는 불렀고 승리에 고무된 기러기털 부대의 인원도 10명에서 200명까지 늘어났다. 
1963년 영화 '소병장가'의 포스터 [출처 : 바이두 백과]

1963년 영화 '소병장가'의 포스터 [출처 : 바이두 백과]

바이양뎬을 배경으로 펼쳐진 '기러기 부대'를 모티브로 한 항일 인민영웅들의 이야기는 1958년 순리(孙犁)의 백양정기사(白洋淀纪事)와 쉬광야오(徐光耀)의 소설 '소병장가(小兵张嘎)'로 만들어졌다. 이 두 문학작품은 바이양뎬의 어부와 부녀자 등 보통 사람들이 일본군과의 전투를 거치며 고향을 지켜내는 이야기다.  
 
 
이 중 소병장가, 즉 소년병 장가의 이야기는 1963년 영화 '소병장가'로 개봉했다. 장가라는 소년이 바이양뎬에서 일본군과 맞서 싸우는 팔로군의 정찰 대원으로 활약하며 성장하는 내용을 그린 이 영화를 통해 영화의 배경인 바이양뎬 또한 유명세를 얻었다. 이후 소병장가는 2003년 20부작 드라마로 방영되었고, 2004년에는 애니메이션 영화로 재탄생했다. 소년병 장가의 항일 정신과 공산당에 대한 충성심을 귀감으로 삼고자 중국 국가 여유국은 2005년 바이양뎬을 전국 10대 홍색여유경구(全国十大红色旅游景区) 중 하나로 지정했다.  
 

바이양뎬, 국가급 경제 신구의 친환경 성장의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호수로

바이양뎬은 이제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중국정부는 2017년 4월 1일 허베이성 바오딩(保定)시의 3개 현인 슝현(雄县), 롱청현(容城县), 안신현(安新县)을 엮은 ‘슝안신구(雄安新区)’를 국가급신구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바이양뎬의 85% 수역은 안신현에 속한다. 최근 슝안신구의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개발에 한 가운데 있는 호수인 바이양뎬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시진핑 주석이 지시한 ‘슝안신구 7대 건설 요구’에는 '녹색 스마트 시티 건설'과 '친환경 생태도시 건설'의 내용을 담고 있다. 슝안신구 관리위원회 책임자의 소개에 따르면 신구 계획의 '녹색 공간'의 비율은 적어도 70%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현재 수질오염 처리와 산림조성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친환경'은 슝안신구 개발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슝안의 생태핵심인 바이양뎬은 최근 물 부족 및 수질오염이 심각해진 상태다. 2016년 허베이 환경상황공보(环境状况公报)에 따르면 바이양뎬의 수질은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이 10mg/L 이하에 해당하는 V등급(V등급은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없는 등급(나쁨)이다)으로 측정되었다.  이에 따라 향후 슝안 건설은 수처리 환경분야가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기적으로는 300억 위안을 투자해 바이양뎬 생태 회복에 나설 계획이다.  
 
중국인에게 정서적 풍요로움과 즐거움을 선사했던 바이양뎬. 이제는 '녹색 성장'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척도로 주목받고 있다. 
 
차이나랩 서유진, 조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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