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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가톨릭 아일랜드, 동성혼 이어 낙태도 국민에게 묻는다

중앙일보 2018.01.30 10:20
아일랜드 정부가 오는 5월 말 낙태와 관련한 법 개정을 묻는 국민투표를 한다고 BBC 등 외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행·근친상간에 의한 임신이나, 치명적인 기형이 있을 경우 임신 12주까지 제한 없이 낙태를 허용하는 새로운 법안을 보건 장관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현행법, 산모 생명 위험할 때만 낙태 허용
근친상간이나 태아 기형이어도 출산 해야
5월 말 낙태 금지법 개정 여부 국민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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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린 교회의 영향력이 크고 서유럽에서 가장 보수적인 국가로 꼽히는 아일랜드에선 낙태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전면 금지된다. 1983년 개정된 법이 “태어나지 않은 생명의 권리”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법은 태아에도 동등한 생명권을 부여해 산모의 생명이 위험에 처했을 때에만 낙태를 허용한다. 
이 외엔 낙태가 전면 금지돼, 근친상간에 의해 임신했을 때에도 출산해야만 한다. 현행법은 불법 낙태 시 최고 14년의 징역형에 처한다.
 
이 때문에 많은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아일랜드 여성들이 의사의 처방 없이 낙태약을 복용하다 부작용을 겪고 목숨을 위협받기도 한다. 
바라드카르 총리는 “2000명 넘는 여성이 약을 먹어 비극을 맞았다”며 “우리는 여성들이 규제받지 않는 약을 복용해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을 더 내버려 둘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는 29일 기자회견에서 오는 5월 말 낙태금지법 개정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는 29일 기자회견에서 오는 5월 말 낙태금지법 개정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또 외국에서 낙태할 수 있다는 법의 이용해 매년 아일랜드 여성 수천 명이 영국 등 해외로 나가기도 한다. 83년 법 개정 후 약 15만 명이 낙태 수술을 받으러 해외로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BBC는 2016년에만 아일랜드 여성 3265명이 낙태 수술을 받기 위해 영국으로 출국했다는 통계를 전했다. 
 
유엔인권이사회(UNHRC)는 이런 상황을 초래한 아일랜드의 낙태 금지법을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라고 비판하며 개정을 촉구한 바 있다. 유럽평의회의 인권기구도 치명적인 태아 기형이나 강간으로 인한 임신 등의 경우 낙태를 허용할 것을 주문했다. 
 
아일랜드 내에서도 엄격한 낙태금지법에 대한 논란이 지속됐다. 특히 2012년 한 임산부 낙태수술이 거부된 뒤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법 개정 요구가 거세졌다.  
 
한편 아일랜드는 2015년 전 세계에서 최초로 찬반 국민투표를 통해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기도 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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