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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수사하라” 줄잇는 고발…코너 몰리는 김명수 대법원장

중앙일보 2018.01.30 08:00
지난해 12월 1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법관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김명수 대법원장. 오종택 기자

지난해 12월 1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법관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김명수 대법원장. 오종택 기자

사법부 블랙리스트(판사 뒷조사) 파문의 여파가 “사법부를 수사하라”는 법원 바깥의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후속 조치를 논의할 기구를 구성하고 법원행정처를 개편하겠다며 자체 수습에 나섰지만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검찰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자체 수습' 강조했지만
추가조사위 발표 후 양승태 고발 이어져
주광덕 의원은 김명수 대법원장 고발
법원 내부서도 "검찰 수사 필요" 목소리

 
시민 1081명으로 구성된 ‘천인공노 시민고발단’은 29일 서울중앙지검에 양승태(70) 전 대법원장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앞서 참여연대는 온라인으로 고발에 참여할 시민들을 모집했다. 이들은 뒷조사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관련자에 대한 즉각 수사를 촉구하면서 “법원 자체 조사에 기댈 수 없는 상황이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PC 3대를 확보해 조사한 결과 일부 판사들과 법원 내 진보 판사 모임의 동향 파악 정황이 담긴 문건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추가조사위는 우병우(51)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항소심 재판을 전후해 법원행정처가 당시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교감을 나눈 정황이 드러난 문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후 시민단체들의 고발이 이어졌다. 지난 24일에는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양 전 대법원장 등 당시 법원 관계자 14명과 우 전 수석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이 단체는 지난해 6월에도 양 전 대법원장 등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한 적 있다.
 
‘양승태 코트’의 직권남용 논란 외에도 추가조사위가 당사자의 동의 없이 PC를 개봉해 분석한 것을 놓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12월15일 김 대법원장과 추가조사위원 7명을 비밀침해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현재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지난해 고발 건과 김 대법원장에 대한 고발 건은 모두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에서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9월 22일 퇴임식을 마친 뒤 차에 탑승하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김경록 기자

지난해 9월 22일 퇴임식을 마친 뒤 차에 탑승하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김경록 기자

법조계 안팎에선 법원 외부에서 판사 뒷조사 의혹 등과 관련된 고발장 제출이 이어질 경우 김 대법원장이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24일 추가조사위의 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법원 스스로의 힘으로 이번 사안이 여기까지 밝혀졌듯이 앞으로도 그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조사 결과에 대한 후속 조치로 보완 기구를 설치하고 법원행정처 개편, 인적쇄신 등 내부 개혁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검찰과 정치권 등 외부 개입을 차단하고 자체 수습에 나설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 앞에 놓인 상황은 만만치 않다. 당장 법원 내에서도 추가조사위가 건드리지 못한 760여개 PC 암호파일을 조사해야 한다는 일부 판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법원과 검찰의 ‘특수한 관계’를 고려하면 당장 검찰이 강제 수사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김 대법원장 입장에선 여론이 급변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향후 관련 사건의 진행 추이를 지켜보면서 수사 진행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법원 관계자는 “일단 외부의 고발 등에 대해선 일일이 반응하지 않고 자체 수습에 전념한다는 방침”이라며 “법관 정기 인사가 이뤄지는 2월 중순 이전에 후속 조치 기구 구성 등이 마무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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