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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중앙일보 부동산선임기자 ahnjw@joongang.co.kr

3.3㎡당 6000만 vs 4000만원...올해 분양시장 판도 가를 분양가 줄다리기 '빅매치'

중앙일보 2018.01.30 06:00
용산 옛 외인주택 자리에 들어서는 '나인원 한남'이 3.3 ㎡당 6000만원이 넘는 가격을 추진하며 주택도시보증공사와 분양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사진은 투시도.

용산 옛 외인주택 자리에 들어서는 '나인원 한남'이 3.3 ㎡당 6000만원이 넘는 가격을 추진하며 주택도시보증공사와 분양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사진은 투시도.

연초 재건축 규제, 보유세 인상 등 못지않은 주택시장의 '뜨거운 감자'가 분양가다. 깐깐한 청약 규제에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고가 단지들의 분양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강남권과 준강남으로 불리는 과천, 용산 등에서다.  
 

용산 '나인원 한남' 분양가 줄다리기 석달째
사업자는 3.3㎡당 6000만원 가격 제시
HUG "주변 시세 수준으로 낮춰라"
단지 간 격차 커 기준 애매한 '주변 시세'
분양가 결과, 이후 강남권 등 잇단 분양에 영향

이들 단지는 입지여건이 뛰어나고 가격 상승 기대감이 높아 분양가가 분양 성적에 결정적이지는 않다. 그보다는 분양가에 따라 사업자의 희비가 엇갈리고 당첨자가 안을 '로또' 크기가 달라진다. 이후 분양시장 흐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연초부터 가격을 좀 더 받으려는 사업자와 조금이라도 낮추려는 당국 간의 줄다리기가 뜨겁다. 견제의 총대를 메고 있는 대표는 분양보증 권한을 쥐고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다. 분양 승인은 자치단체가 내주지지만 분양보증을 받지 못하면 분양 승인을 받을 수 없다.  
 
사실 이 줄다리기는 하나 마나 한 게임이다. 승자는 정해져 있다. HUG다. 인·허가권을 쥐고 있어서다. 그동안 모두 HUG의 승리로 끝났다.  
 
주택업계 관계자들은 “어떻게 ‘갑'을 이길 수 있나. 이번만 사업하는 것도 아니고”라고 입을 모은다. 
 
분양가 논란 예상되는 인기 단지들 분양 잇따라 
 
그래도 분양가 숫자에 따라 상당한 금액의 분양수입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사업자는 줄다리기하지 않을 수 없다. 수도권에서 3.3㎡당 50만원만 더 받아도 수백억 원이 더 들어온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수도권에 분양된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3.3㎡당 1500만원이다. 평균 주택 크기가 100㎡(공급면적, 30평형)인 1000가구 단지에서 분양가를 3.3㎡당 50만원 올리면 분양수입이 150억원 늘어난다.  
 
그런데 HUG와 사업자 간 줄다리기에서 정작 화제는 승패보다 HUG가 제시하는 ‘기준’이다. 줄다리기에서 양편을 가르는 줄 가운데의 빨간 리본 말이다. 이 리본을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다.   
 
공공택지(택지지구 신도시 등)에 시행 중이고 민간택지(공공택지 이외의 사업장)에 문을 열어놓은 분양가상한제를 기준으로 삼으면 이런 줄다리기가 필요 없다. 상한제는 ‘공식’이어서 땅값과 건축비만 합치면 된다. 상한제 분양가는 HUG가 신경 쓸 필요 없이 분양승인권자인 자치단체의 분양가심사위에서 조정된다.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고 법적으로 별다른 가격 제한이 없는 민간택지 분양가가 골치다. 분양시장이 호황을 누리며 분양가 인상 압력이 높은 요즘은 분양가 줄다리기도 더 팽팽할 수밖에 없다.  
 
2016년부터 HUG가 분양가 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후 보기 드문 ‘빅 매치’에서 손에 땀을 쥐는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벌써 석달째 끌고 있다. 사업자 입장에서 수천억 원이 왔다 갔다 하고, 주택 수요자는 억대가 오르락내리락한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옛 외인주택 부지에 들어는 '나인원 한남' 아파트다. 지상 5~9층 전용 206~273㎡(공급 249~335㎡) 335가구다.  
 
사업시행자인 대신에프앤아이(F&I)는 3.3㎡당 평균 6360만원의 분양가를 제시했다. 역대 최고다. 주택형에 따라 5600만~6900만원 선이다. 가장 큰 주택형 분양가가 70억원 선이다. HUG는 주변 시세보다 높다며 하향 조정을 권고하고 있다.
 
용산 '나인원 한남' 3.3㎡당 평균 6360만원
 
쟁점은 ‘주변 시세’다. HUG는 2016년 강남구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단지(디에이치아너힐즈)와 힘든 분양가 줄다리기를 한 뒤 지난해 3월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보증 처리기준’을 마련했다. ‘인근’ 아파트 평균 분양가나 평균 매매가격보다 10% 넘게 비싸거나 해당 ‘지역’에서 최근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의 최고 평균 분양가나 최고 분양가를 초과하면 분양보증을 거부하겠다고 했다.  
 
앞서 분양이 있었으면 어렵지 않다. 앞선 분양가 잣대를 대면 된다. 지난 26일 견본주택 문을 열고 본격적인 분양에 들어간 과천 7-1단지 재건축 아파트(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의 분양가는 최종 3.3㎡당 2955만원으로 결정됐다. 조합은 3100만원 이상을 원했지만, HUG의 분양가 처리기준을 넘지 못했다. 과천의 최근 분양가는 2016년 5월 과천주공7-2단지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센트럴 스위트 2689만원이었다. 이 가격의 110%는 2957만원이다.  
 
근래 분양이 없는 오래간만의 분양이면 복잡해진다. 한남동에 새 아파트 분양은 2009년 한남더힐 이후 9년 만이다. 용산구에 2015~16년 3개 단지의 분양이 있었지만 나인원 한남과 꽤 떨어져 있어 비교하기가 힘들다. 이들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2200만~2700만원이었다.  
 
나인원 분양가를 같은 동(한남동)의 시세와 비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HUG가 말하는 ‘인근 지역' 시세가 세부기준이 없는 고무줄이다.

 
2006년 분양가상한제부터 '인근 지역' 시세와 비교  
 
사실 ‘인근 지역' 시세는 HUG가 처음 쓰는 게 아니다. 노무현 정부가 2006년 판교신도시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때 처음으로 만든 기준이다. 당시 전용 85㎡ 초과는 ‘인근 지역' 시세와 상한제 분양가 간 차액의 일부를 채권으로 구매토록 했다(채권입찰제). 당첨자가 가져갈 시세차익을 환수하려는 목적이었다.  
 
그 뒤 채권입찰제는 없어졌지만 이 기준은 남아있다. 이명박 정부가 시작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개발한 공공택지에서다. 분양가를 인근 지역 시세와 비교해 따로 설정했다. 2009년 처음에는 분양가가 인근의 70% 미만이면 10년, 70% 이상이면 7년이었다.  
 
지금도 그린벨트를 해제해 해당 지구면적의 50% 이상 개발한 공공택지의 분양가에 이 기준이 적용된다. 인근 시세 대비 분양가 비율과 주택 유형에 따라 전매제한 기간이 1~6년으로 나뉜다.  
 
이들 인근 시세 기준은 정밀하다. 정부는 지침을 만들어 자치단체장이 분양가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당 주택건설대지가 속한 시·군·구 중에서 분양 단지와 유사한 생활환경을 지닌 구·읍·면·동을 ‘인근 지역’으로 정하도록 했다. 
 
단지 전체 평균 가격이 아니라 주택형별로 인근 시세와 비교하게 했다. 인근 지역 내 분양 아파트의 주택형과 크기가 비슷한 아파트의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삼았다.  
'나인원 한남'이 주변 시세 기준으로 보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분양전환 가격이 3.3㎡당 최고 8000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평균 실거래가는 3.3㎡당 5000만원이 좀 넘었다.

'나인원 한남'이 주변 시세 기준으로 보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분양전환 가격이 3.3㎡당 최고 8000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평균 실거래가는 3.3㎡당 5000만원이 좀 넘었다.

 
HUG 지침은 두루뭉술하다. 그래서 사업자 측은 인근에 단지 규모, 주택형, 주택 유형 등이 비슷한 한남더힐을 비교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남더힐은 최고 12층의 전용 59~240㎡ 600가구로 2011년 입주했다. 당초 임대주택이었다가 2013년부터 분양전환(소유권 이전)이 이뤄지고 있다. 초대형 주택형의 분양전환가가 3.3㎡당 6500만~8000만원에 달한다.  
 
인근 시세 기준 한남더힐이냐 주변 단지들이냐 
 
아직 분양전환되지 않은 집이 꽤 남아 있어 한남더힐의 시세를 알기 힘들다. 한국감정원과 국민은행은 아직 한남더힐 시세를 조사하고 있지 않다. 
 
본지가 지난해 1년간 분양전환되거나 거래된 한남더힐 105가구의 실거래가격을 집계한 결과 3.3㎡당 5200만원 선이었다. 지난해 6월 전용 244㎡가 가장 비싼 3.3㎡당 7766만원인 78억원에 분양전환됐다. 3.3㎡당 최저 거래가격은 4500만원이었다.
 
나인원 한남은 최고급 마감재·커뮤니티시설 등을 설치해 "차원이 다른" 고급 아파트를 짓겠다고 한다. 한남더힐이 지은 지 10년쯤 지난 때에 들어서는 '신상'이기도 하다.     
 
업계에 따르면 HUG는 최근 나인원 한남 현장을 방문해 한남더힐과 한남동 일대 다른 아파트들을 포함해 가격을 검토한 뒤 분양가를 조정하도록 했다. 한남더힐 외에 한남동에 들어서 있는 아파트는 대개 소규모 아파트다. 시세는 3.3㎡당 3000만원이 안 된다. 한남더힐과 이들 단지의 시세를 산술평균하면 3.3㎡당 4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HUG는 “지난해 8월 기존 최고 가격으로 분양된 서울 성동구 성수동 뚝섬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의 3.3㎡당 4750만원을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약 나인원 한남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면 분양가가 어떻게 될까. 시행사는 2006년 4월 6242억원에 대지를 매입했다. 업계는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쳐 3.3㎡당 4000만~4500만원으로 보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문을 연 과천 주공7-1단지 재건축 '과천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 견본주택. 분양가가 당초 3.3㎡당 3100만원 이상으로 추진돼다 HUG의 제동으로 2955만원에 결정됐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문을 연 과천 주공7-1단지 재건축 '과천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 견본주택. 분양가가 당초 3.3㎡당 3100만원 이상으로 추진돼다 HUG의 제동으로 2955만원에 결정됐다.

시행사 입장에선 현재 추진하는 분양가보다 최악에는 3.3㎡당 2000만원가량 낮춰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분양가가 3.3㎡당 2000만원이 내려가면 시행사의 분양수입이 2800억원 감소한다. 3.3㎡당 1500만원에 해당하는 분양수입은 2100억원이다. 3.3㎡당 6360만원을 모두 받으면 총 분양수입이 1조8000억원에 달한다.  

 
한남더힐 전례 따라 임대주택 전환 가능성 
 
HUG가 주변 시세로 압박하면서 나인원 한남과의 분양가 줄다리기는 이제 본게임에 들어서고 있다. 나인원 한남이 HUG에서 바라는 분양가로는 분양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한남더힐의 전례를 따라 분양가 규제가 전혀 없는 임대주택으로 사업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수학 공식 같은 기준이 없는 가운데 HUG와 나인원 한남이 너무 큰 분양가 격차를 어떻게 줄일지 주택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다.  
 
HUG와 나인원 한남 게임은 이 단지에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 줄지어 나올 강남권과 과천 등의 재건축 단지 분양가 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HUG는 이번에 많이 밀리면 강남권 등의 분양가 인상 러시를 누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나인원 한남은 1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분양수입이 달려 있다. 안장원 기자 agnh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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