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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핵잠함의 굴욕 … 시끄러워서 일본 해군에 들켰다

중앙일보 2018.01.30 01:56 종합 2면 지면보기
중국 최신 핵잠수함 ‘093A형’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일본 해군에 쫓기는 수모를 당했다. 사진은 지난 12일 공해상에서 일본 방위성에 포착된 중국 잠수함.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최신 핵잠수함 ‘093A형’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일본 해군에 쫓기는 수모를 당했다. 사진은 지난 12일 공해상에서 일본 방위성에 포착된 중국 잠수함.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최신 핵추진 잠수함이 동중국해에서 작전 중 소음으로 일본 해군에 발각돼 이틀간 쫓겨다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9일 전했다.
 

소음 개량했다는 최신예 093A형
센카쿠 해역서 작전 중 탐지당해
이틀간 추격전, 결국 공해서 떠올라
중국 군사전문가 “잠수함의 수치”

SCMP에 따르면 수모를 당한 함정은 ‘093A형’ 핵잠수함으로 지난 10일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하고 있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해역에 진입했다. 그러나 이 잠수함은 작전 개시 직후 소음으로 인해 일본 해군에 탐지됐다. 이후 이를 벗어나려 애썼지만 계속 추적당한 끝에 결국 12일 공해상으로 떠올랐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해상자위대 호위함 등이 중국 핵잠수함을 추적하면서 해당 해역에서 벗어날 것을 경고했다”며 “외교채널을 통해서도 중국 측에 항의했다”고 전했다.
 
093A형 핵잠수함은 크루즈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상(商)급 핵잠수함으로 2016년 취역한 중국 해군의 최신예 핵잠수함이다. 이전 모델인 ‘093형’의 소음 문제를 개선한 개량형이다.
 
당초 중국 해군은 093A형이 미국의 로스앤젤레스급 핵잠수함에 필적할 것으로 기대했다. 사거리 180㎞ YJ-18 등 크루즈미사일 등을 장착한 공격형 핵잠수함으로 상당한 화력과 첨단 장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소동으로 그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한 군사전문가는 “이틀간이나 중국 핵잠수함이 일본 해군의 추적을 당했다는 것은 수치”라며 “2004년에도 ‘091형’ 잠수함이 동중국해에 진입했다가 일본 해군에 의해 쫓겨나 중국 영해로 돌아온 적이 있다. 바닷속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잠수함이 쉽게 발각된다면 이미 잠수함 기능을 상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잠수함 소음 문제는 중국 해군이 당면한 큰 과제”라고 덧붙였다.
 
사실 핵추진 잠수함은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재래식 잠수함보다 소음이 심하다. 원자로를 24시간 가동하고 이를 식히기 위해 냉각펌프를 돌리기 때문이다. 반면 재래식 잠수함은 배터리를 충전할 때만 엔진을 가동하며 냉각펌프도 필요없다.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전 잠수함 함장)은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잠수함 소음 감소 기술을 수입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현재 중국의 잠수함 소음은 미국의 1970년대 수준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투자를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 수준으로 금방 따라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군사전문가 저우첸밍은 “이번 사건으로 미국이 지원하고 있는 일본의 대잠수함 작전 능력이 여실히 증명됐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을 중국이 일본 해군의 경계 상태를 테스트하기 위한 작전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특히 문제의 잠수함이 중국 국기를 매단 채 해상으로 떠올랐다는 것은 센카쿠 열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란 말도 나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터무니없는 변명이라고 일축한다. 앤서니 웡 마카오국제군사학회 회장은 “영유권 주장을 위해서라면 센카쿠 열도에서 부상해야지 왜 공해상으로 떠오르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공해상으로 떠오르는 잠수함은 통상적으로 자국기를 매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수개월씩 해저에서 작전을 벌이는 잠수함이 다른 나라 해군 앞에서 부상했다는 것은 발각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093A형 핵잠수함이 일본 해군의 추적을 견디다 못해 작전을 포기하고 부상했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베이징에 있는 해군연구센터 리지예 연구원은 “특정 잠수함이 발생시키는 특정 소음을 기록해두면 다른 곳에서도 그 잠수함을 판별할 수 있다”며 “이번에 추적된 중국 핵잠수함은 일본 해군에 의해 쉽게 구별되기 때문에 다른 작전에서도 크게 불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까지 공격형 핵잠수함을 6척까지 늘릴 방침이다. 또 2020년대에는 훨씬 소음이 적은 차세대 함수함 ‘095형’을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최익재·이철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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