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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공매도 표적이 됐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중앙일보 2018.01.30 00:02 경제 9면 지면보기
Q. 요즘 신문에서 “암호화폐 테마주가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됐다” “셀트리온이 공매도와 전쟁을 벌인다”는 표현을 봤어요. 공매도는 뭐고, 암호화폐 테마주나 셀트리온은 왜 공매도 타깃이 된 건지 궁금해요.
 

공매도는 주식 빌려 먼저 팔고
나중에 주가 내리면 싸게 사 갚아
시세차익만큼 이득 얻는 투자기법
과열되면 주가 끌어내리는 부작용

주가 하락 예상해 주식 빌려 파는 투자자 늘어난 거죠" 

 
A. 공터, 공짜, 공매도의 공통점이 뭘까요? 한자 ‘빌 공(空)’을 쓴다는 겁니다. 비어 있는 땅이 공터, 돈 안 주고 거저 얻은 물건이 공짜인데 공매도의 뜻도 어렴풋이 짐작될 것 같은데요. 공매도(空賣渡·Short selling)는 없는(空) 주식을 판다(賣渡)는 뜻입니다. 가진 주식이 없는데도 팔겠다고 주문을 내는 거죠. 주식도 없으면서 팔겠다는 게 대동강 물을 판 봉이 김선달 같은 소리로 들리겠지만, 실제로 가능한 투자 기법입니다. 주식을 팔겠다는 계약을 먼저 해두고, 실제 주식을 넘기는 건 좀 나중에 하는 것이죠.
 
[그래픽=김회룡·박경민 기자 aseokim@joongang.co.kr]

[그래픽=김회룡·박경민 기자 aseokim@joongang.co.kr]

예를 들어 설명해볼게요. ‘㈜틴틴경제’라는 상장사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1년 전 1만원에 하던 틴틴경제 주식이 지금은 5만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1년 만에 주가가 5배로 뛴 것은 주식 시장에서 대단히 드문 일입니다. 이렇게 주가가 빨리 오르면 누군가는 틴틴경제 주식이 회사 가치보다 지나치게 비싸졌다고 생각합니다.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보다 내릴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겠죠. 이럴 때 공매도가 등장합니다. 지금 주가가 5만원이니 5만원에 팔고, 주식은 3일 뒤까지 넘겨주겠다고 계약을 합니다. 3일 후 주가가 4만5000원으로 떨어집니다. 예상대로 주가가 하락한 거죠. 그럼 4만5000원을 주고 회사 주식을 사서 5만원에 매도 계약을 해둔 사람한테 넘기고 5000원을 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판단을 잘못해서 5만원에 공매도를 한 틴틴경제 주식이 3일 뒤 5만5000원으로 올라버렸다면 어떡하죠? 5만원만 받고 팔기로 계약을 해뒀는데, 5만5000원에 사야 하니 5000원을 손해 보고 주식을 사서 넘겨야겠죠. 돈이 있으면 다행인데 돈 없이 공매도를 크게 냈다가 결제일에 주식을 못 넘기면 결제 불이행 사태가 발생할 겁니다.
 
이렇게 공매도는 주가가 앞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할 때 주식을 먼저 팔고 나중에 싼값에 주식을 사서 갚는 거예요. 주가가 하락해야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원칙적으로 공매도가 금지돼있어요. 단, 주식을 다른 사람한테 잠깐 빌려서 거래를 하고 다시 주식으로 갚는 차입 공매도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국내 뉴스에서 공매도라고 부르는 건 이 대차거래를 말합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은 주식을 빌려주겠다는 사람과 따로 계약을 맺어 수수료, 담보, 계약 만기일을 정합니다. 개인들은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려서 공매도에 참여합니다.
 
투자자는 자신이 가진 주식 가격이 내려서 손실을 볼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서 공매도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외국인과 기관들은 개인투자자보다 훨씬 손이 큽니다. 이들은 한꺼번에 대량으로 주식을 사다 보니 혹시나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에 대비해 공매도로 위험을 분산시킵니다. 100만원 어치를 한 종목에 투자하면서 90만원은 주식을 사고, 10만원은 공매도를 거는 식으로 주가가 폭락해도 조금은 손해를 덜 볼 수 있게 대비하는 겁니다. 또 시장 전체로 보면 어떤 종목이 실제 가치보다 터무니없이 올랐다는 평가가 공매도로 드러나는 셈이라 과열돼 거품이 끼지 않도록 ‘브레이크’ 역할도 합니다.
 
반대로 일반적인 주식 거래보다 공매도 거래가 더 과열돼서 주가가 급락할 우려가 있어요. 시세를 조종하려고 전략적으로 공매도를 많이 거는 세력이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럴 때 “어느 종목이 공매도의 타깃(표적)이 됐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런 걸 막기 위해서 지난해 3월부터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가 생겼습니다. 지정 기준이 지난해 한 번 바뀌어서 코스피 종목인 경우 ①당일 공매도 비중이 전 분기 코스피 시장 공매도 비중의 3배 이상이거나 20% 이상이면서 ②당일 주가 하락률이 5% 이상 ③공매도 거래대금 증가율이 6배 이상일 때 과열 종목이 됩니다. 코스닥 시장은 이보다 공매도 과열 지정 기준이 좀 덜 엄격합니다. 과열 종목이 되면 다음 거래일에 공매도 거래가 전면 금지됩니다.
 
지난해 말까지 가장 여러 번 공매도 과열 종목이 된 증권이 셀트리온제약입니다. 7번이나 공매도 과열 종목이 됐죠. 제약회사인 셀트리온과 계열사 셀트리온제약, 셀트리온헬스케어 등은 코스닥 시장에서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들입니다. 주가가 급등한 만큼 공매도도 많아서, 지난 25일 기준으로 셀트리온의 직전 40일 거래량 중 공매도 비중이 평균 10%가 넘습니다.
 
암호화폐 관련 종목도 마찬가지입니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투자하는 등 암호화폐가 희미하게나마 연관성이 있는 회사 주식을 ‘암호화폐 테마주’라고 하는데요, 암호화폐 시세가 크게 오르면서 이런 회사들 주가도 급등했습니다. 그러다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를 규제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암호화폐 가격도 내리고, 테마주 가격도 같이 내려갈 수도 있다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앞에서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갈 때 이득이라고 한 것 기억하고 있겠죠. 천정부지로 뛰었던 테마주가 이제 내리막길에 접어들 거라 생각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공매도에 돈이 몰리기 시작합니다. 메신저 앱으로 유명한 카카오도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회사 지분을 갖고 있어서 암호화폐 테마주로 분류됩니다. 지난 18일에는 공매도 거래 비중이 47%나 됐습니다. 이날 카카오 주식 거래 절반 정도가 ‘빈 거래’라는 말입니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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