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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체력·운동능력 향상, 손상된 간·세포 회복 돕는 수퍼푸드

중앙일보 2018.01.30 00:02 3면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겠다.” 복싱계의 영웅 무하마드 알리는 자신의 말처럼 벌 같이 날렵하고 강렬한 펀치로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가 꼬박꼬박 챙겨 먹던 식품이 있다. 벌이 만든 꽃가루 ‘비폴렌(bee pollen)’이다. 노란색의 작은 알갱이인 비폴렌은 꽃가루·화분으로도 불리는데, 로열젤리·프로폴리스와 함께 ‘벌이 준 최고의 선물’로 꼽힌다. 비폴렌은 독일 연방건강성에서 ‘의약품’으로 공표했을 정도로 강력한 수퍼푸드로 주목받고 있다. 
산화를 막고 체력을 끌어올리는 비폴렌의 기능이 다수 연구에서 입증됐다. 사진 속 갈색 그릇에 담긴 내용물이 비폴렌이다.

산화를 막고 체력을 끌어올리는 비폴렌의 기능이 다수 연구에서 입증됐다. 사진 속 갈색 그릇에 담긴 내용물이 비폴렌이다.

 

비폴렌 건강학

꿀벌은 1초에 날갯짓을 200번 넘게 한다. 꿀 1㎏을 모으기 위해 꿀벌은 지구 한 바퀴에 맞먹는 약 4만㎞를 비행한다. 이처럼 무한한 에너지로 벌은 쉴 틈 없이 꽃을 찾아다닌다. 그 힘의 원천으로 꼽히는 것이 비폴렌이다.
 
꿀벌은 꽃에 앉아 꿀을 빨면서 뒷다리로 꽃가루를 모은다. 이 꽃가루를 타액과 섞어 덩어리로 뭉친 뒤 뒷다리의 꽃가루 주머니(화분롱)에 저장한다. 그런 다음 열심히 벌집으로 실어 나른다. 덩어리진 꽃가루가 바로 비폴렌이다. 비폴렌은 어린 꿀벌의 성장을 도우면서 여왕벌의 먹이(로열젤리)로 쓰일 정도로 꿀벌에게 중요한 식량이다.
 

고대부터 동서양 치료제로 쓰여
비폴렌의 역사는 9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7000년께 스페인 동굴벽화에서 비폴렌의 흔적이 발견되면서 ‘인류 최초의 수퍼푸드’라는 수식어가 비폴렌에 붙었다. 고대 그리스신화 속 신들이 영생을 누리기 위해 먹는 음식인 신찬(神饌)으로도 비폴렌이 등장한다. 유럽을 주름잡던 바이킹(북게르만족)은 비폴렌을 힘의 근원으로 여겼다. 비폴렌은 클레오파트라가 미용을 위해 즐겨 먹은 ‘젊음의 가루’이자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사용한 ‘의학적 치료제’로도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선 비폴렌을 ‘화분’ ‘꽃가루’로 불렀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화분을 질병의 치료제나 식용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미국의 꽃가루 연구가 바인딩 박사는 “꽃가루는 완전한 영양물질이며 오랫동안 먹어도 부작용이 없는 완전식품”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국립양봉연구소장인 레미 쇼뱅 박사는 비폴렌을 가리켜 “영양식품 목록 중 맨 앞자리에 설 수 있는 최고의 식품”이라고 극찬했다.

 
예로부터 비폴렌이 애용된 건 풍부한 영양소 때문이다. 비폴렌엔 20여 종의 아미노산, 비타민 A·B·C·D·E 등 13가지 비타민, 칼륨·칼슘·인·마그네슘·철 등 11가지 미네랄, 피토케머컬(식물 영양소) 등 200여 가지의 생리활성 물질이 들어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비폴렌에는 벌꿀이나 로열젤리보다 비타민이 많이 들어 있다. 비타민B군의 경우 벌꿀보다 최대 378배나 풍부하다. 비타민B군은 피로감을 해소하고 피부 건강에 도움을 준다. 여드름 치료와 피부 재생을 도와 노화를 예방한다. 혈액순환, 스트레스 제거에 효과적이며 신진대사 기능을 좋게 한다. 비폴렌에는 필수지방산인 리놀레산과 리놀렌산이 골고루 들어 있다.
 
영양소가 풍부한 덕분에 비폴렌은 몸에서 천연 자양 강장제 역할을 한다.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를 비롯해 많은 운동선수가 체력 및 운동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비폴렌을 애용했다. 영국의 올림픽 트랙 코치인 톰 맥나브는 “비폴렌은 운동선수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활력을 주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풍부한 항산화 물질이 노화 막아
비폴렌은 ‘천연 항산화제’로 불린다. 국립농업과학원에서 2015년 발간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비폴렌엔 폴리페놀·플라보노이드·피토스테롤 같은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 이 같은 항산화 물질은 몸을 늙게 하는 활성산소를 무력화시킨다. 실제로 2013년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온라인 학술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생후 6개월 된 물고기에게 농약 독성을 유도한 뒤 비폴렌을 먹였더니 항산화 작용으로 세포 복원 작용이 빨라졌다.

 
암 환자가 항암 치료제를 복용하면 암세포뿐 아니라 일부 건강한 세포도 손상을 입는다. 그런데 비폴렌이 암 환자의 건강한 세포를 보호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폴렌은 일부 항암 치료제에서 사람의 세포를 보호하고 세포 내 염색체에 손상을 주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2010년 ‘유럽 의학 화학 저널’에 실렸다.
 
비폴렌은 간이 독성 물질에 손상되는 것을 막아준다. 2013년 ‘증거 기반 보완대체의학지’에 발표된 쥐 연구에 따르면 간이 손상된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하루 200~400㎎의 비폴렌을, 다른 그룹에는 플라보노이드가 든 약 ‘실리비닌’을 투여했다. 그랬더니 두 그룹 모두 손상된 간이 회복됐다.
 
그런데 실리비닌을 투여한 그룹은 심한 설사 증상을 보이며 체중이 줄거나 죽었다. 연구팀은 “간 손상을 치료할 때 비폴렌이 실리비닌보다 안전한 치료법이 될 수 있고 간 해독에 도움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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