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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내셔널] 전남 강진과 네덜란드의 ‘특별한 인연'

중앙일보 2018.01.29 00:01
전남 강진 하멜기념관 앞에 세워진 하멜 동상. 『하멜표류기』를 들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강진 하멜기념관 앞에 세워진 하멜 동상. 『하멜표류기』를 들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네덜란드 고위 인사들이 한국을 찾으면 꼭 방문하는 지역이 있다. 다름 아닌 전남 강진군이다. 지난해 11월 강진군이 주최한 외국 대사관 대상 팸투어에는로디 엠브레흐츠 주한 네덜란드 대사가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대한민국 축구 영웅’인 거스 히딩크 감독도 2012년 5월 강진을 찾아왔다. 올해도 강진에서 열리는 각종 축제 기간에 맞춰 네덜란드에서 손님이 올 예정이다.
전남 강진 하멜기념관.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강진 하멜기념관. 프리랜서 장정필

 

조선시대 제주도 표류한 하멜 강진 병영서 7년간 생활
네덜란드 대사관 제안으로 고향 호르큼시와 강진 교류
강진에 하멜 흔적…하멜기념관 중심으로 하멜촌 조성

네덜란드와 아무런 연관이 없을 것 같은 남도의 작은 고장 강진의 연결고리는 조선을 서방에 알리게 된 책『하멜표류기』를 쓴 헨드릭 하멜(1630~92)이다. 네덜란드 호르큼시(市) 출신인 하멜은 동인도회사의 선원으로 1653년 7월 일행과 함께 상선을 타고 대만에서 일본으로 항해 중 태풍을 만나 그해 8월 제주도에 표착했다. 36명의 하멜 일행은 조선에서 13년여간 억류됐다가 일본을 거쳐 본국으로 돌아갔다.
전남 강진 하멜기념관에 전시된 물품들. 하멜이 실제 썼던 물품들이 그의 고향 네덜란드 호르큼시 기증으로 전시돼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강진 하멜기념관에 전시된 물품들. 하멜이 실제 썼던 물품들이 그의 고향 네덜란드 호르큼시 기증으로 전시돼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360여 년 전 인연의 끈을 다시 잇자고 손을 내민 것은 네덜란드였다.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 측은 1996년 1월 강진군에 하멜의 고향 호르큼시와의 교류를 제안했다. 강진은 하멜이 7년간 머물렀던 곳이다. 두 지역은 98년 10월 정식으로 자매결연을 하고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하멜을 계기로 올해로 21년째 계속되는 특별한 관계다.
전남 강진 하멜기념관에 전시된 네덜란드 전통 나막신.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강진 하멜기념관에 전시된 네덜란드 전통 나막신. 프리랜서 장정필

 
하멜이 1656년부터 63년까지 지냈던 강진에는 그의 흔적이 남은 곳들이 있다. 강진 병영마을 한 골목 옛 담장(등록문화재 제64호)이 대표적이다. 돌을 비스듬히 세워서 쌓은 뒤 그 위에 다시 반대 방향으로 돌을 세워 쌓는 빗살무늬 형태의 돌담으로 전통 네덜란드식이다. 하멜 일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인근에는 『하멜표류기』에도 등장하는 은행나무(수령 800년 이상 추정)도 있다. 하멜 일행은 이 나무 아래에서 쉬며 고국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전남 강진 하멜기념관.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강진 하멜기념관. 프리랜서 장정필

 
하멜은 강진의 중요한 관광 자원이다. 하멜기념관은 하멜과 관련된 여러 볼거리가 전시돼 있다. 기념관 입구에서는 150㎝ 크기의 하멜 동상이 관광객을 반긴다. 하멜의 고향 호르큼시가 기증한 것이다. 호르큼시 하벤데이크 거리에는 같은 형태의 동상이 있는데 이를 축소한 것이 하멜기념관 입구 동상이다. 기념관 내부에는 수저·접시 등 하멜이 썼던 생활용품과 네덜란드 전통 나막신 등 볼거리 2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원본을 복제한 『하멜표류기』도 있다. 
전남 강진 하멜기념관 인근의 네덜란드식 담장. 하멜 일행이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강진 하멜기념관 인근의 네덜란드식 담장. 하멜 일행이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강진군은 병영면 일대에 ‘하멜길’도 조성했다. 하멜의 흔적이 있는 장소를 둘러보는 한 골목길(총 길이 2.4㎞)과 하멜 일행이 각종 노역을 했던 조선시대 육군 총 지휘부 병영성을 걷는 병영성길(1.2㎞) 등 2가지 코스다. 길 곳곳에는 과거 하멜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캐릭터가 세워져 있다.
 
전남 강진 하멜기념관 인근의 은행나무. 하멜 일행이 이곳에서 쉬며 고향을 그리워한 것으로 전해진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강진 하멜기념관 인근의 은행나무. 하멜 일행이 이곳에서 쉬며 고향을 그리워한 것으로 전해진다. 프리랜서 장정필

네덜란드식 풍차가 세워진 하멜 기념관 일대는 하멜촌이 조성되고 있다. 2013년부터 시작된 공사는 오는 20년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총 150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4만4064㎡ 규모 부지에 하멜마을, 숙박시설, 공원 등을 조성하는 게 골자다. 네덜란드 수제 맥주 원료와 기술을 바탕으로 생산한 맥주를 하멜촌에서 판매하는 방안도 강진군과 호르큼시가 논의하고 있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하멜을 공통분모로 강진과 네덜란드 호르큼시는 원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논의하는 등 교류하고 있다”며 “하멜촌이 완성되면 강진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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