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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왕국 데워줄 겨울동화를 꿈꾸며

중앙선데이 2018.01.28 02:00 568호 29면 지면보기
“산 속에서 2월에 개막식을 하게 됐으니 당일 날씨가 좋기를 빌던 기억만 나네요. 눈비가 오면 그런 스펙터클을 보여줄 수 없었을 테니까요.”
 

평창 올림픽 개막식 D-12

‘역대 최고로 아름다운 올림픽 개막식’으로 불리는 1992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을 연출한 필립 드쿠플레에게 2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막식을 위한 조언을 부탁하자 돌아온 첫마디였다. 왠 뜬금없는 날씨 이야기인가 했는데, 23일 열린 ‘개폐회식 미디어브리핑’을 위해 평창에 가보니 납득이 됐다. 전국에서 가장 춥다는 평창의 당일 체감기온은 영하 24도. 지난밤 내린 눈이 빙판길에 일으킨 눈보라가 여간 매섭지 않았다.
 
미디어브리핑도 ‘혹한대책’에 방점이 찍혔다. 지붕 없는 야외 행사장에서 3시간 이상 머물 35000명 관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만반의 대책이 세워졌다. 관람석 방풍막, 난방 쉼터와 히터 설치는 물론 유례없이 모든 개막식 관람객에게 무료 지급되는 방한용품 6종 세트(판초우의·무릎담요·핫팩방석 등)도 눈길을 끌었다.
 
정작 행사 내용은 선공개를 엄격히 규제하는 IOC 규정 탓에 구체적인 소개 없이 추상적인 키워드만 제시되어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했다. 송승환 총감독은 우리 전통문화 특성인 ‘조화’와 현대문화 특성인 ‘융합’을 컨셉트로 한국인의 ‘열정’과 전세계에 전하는 ‘평화’의 메시지를 표현하겠다고 했다. 이런 테마 아래 강원도의 씩씩한 다섯 어린이가 고대 신화부터 현재와 미래까지 시간여행을 하며 평화로운 꿈을 만나는 한편의 겨울동화 같은 판타지 세상이 펼쳐진단다.
 
양정웅 총연출은 ‘사람’과 ‘연결’ ‘흥’이라는 3가지 키워드로 연출 방향을 소개했다. 돈이 보이는 스펙터클 보다 ‘사람’이 우선하는 따뜻한 시적 표현을 모토로, 평화를 상징하는 ‘연결성’을 담기 위해 과거는 하늘과 별자리, 현대는 인터넷, 미래는 사람과 기술의 연결을 AR과 5G, 드론 등 첨단기술로 표현한단다. 이 모든 것은 ‘흥’이 넘치는 한바탕 축제로 완성되는데, 객석과 무대가 가까운 행사장 특성을 살려 관객이 함께 소통하고 어우러지는 마당 정신을 구현한다. 연극 ‘한여름밤의 꿈’으로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관통하는 무대미학을 세계에서 인정받은 양정웅 연출인만큼 더욱 기대가 된다.
 
이희범 조직위원장의 말대로 “개막식은 대회 성공의 척도”다. 2004 아테네 올림픽 개막식을 연출한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는 지난해 방한 당시 필립 드쿠플레와 같은 질문에 “올림픽 세리머니의 관건은 한 문화가 어떻게 캐릭터라이즈화 되느냐”라고 답했었다. 굴렁쇠 소년과 전통탈 퍼포먼스, 태권도 시범, 고싸움놀이, 호돌이와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까지, 작은 나라 한국의 모든 것을 보여주려 했던 88 서울올림픽으로부터 꼭 30년. 평창에 사람과 흥, 열정과 평화, 융합과 기술 등 21세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좋은 키워드는 다 나왔다. 이 키워드들이 평창의 혹한을 녹여낼 아름다운 겨울동화로 어우러지기를. ●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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