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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은 보조 장치일뿐, 노동시장 번영하게 할순 없어

중앙선데이 2018.01.28 01:01 568호 19면 지면보기
그룬월드 S&P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폴 그룬월드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신인섭 기자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폴 그룬월드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신인섭 기자

올해 세계 경제 전망은 온통 핑크빛이다. 경제 분석가들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지난 10일 올해 세계 경제가 3.7%(구매력 평가 기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통화기금(IMF)은 3.9%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저조했던 무역도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폴 그룬월드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4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각국의 국내총생산(GDP)과 무역이 동반 성장하면서 한국 같은 수출 중심 국가가 큰 혜택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S&P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55%에서 2.8%로 0.25%포인트 올렸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3.2%로 전망했다.

세계 무역 성장률, GDP 웃돌아
한국 같은 수출국 큰 혜택 볼 것

미국과 무역 갈등이 최대 리스크
중국 높은 부채는 중기 위험요인

 
 한국 경제를 낙관하는 근거는.
“세계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다. 최근 6~7년 만에 가장 우호적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무역이 상당히 개선된 점이다. 금융위기 이전 세계 무역성장률은 세계 GDP 성장률의 두 배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줄곧 무역 성장률이 GDP 성장률을 밑돌았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회복했다고는 하나 한국이 큰 도움을 얻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무역이 GDP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처럼 개방적이고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무역 회복이 더뎠던 이유는.
“금융위기가 미국 소비자와 가계에 깊숙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상당 기간 은행과 가계 모두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부터 소비가 회복되면서 정상적인 경제 회복에 들어갔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정책이 발목 잡지 않을까.
“올해 한국 경제는 무역 덕분에 성장하겠지만, 동시에 무역 갈등이 최대 리스크(위험 요인)다. 미국 정부는 대미 무역 흑자 국가를 주시하고 있다. 이런 긴장 요인은 한국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는 부정적 요인이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정도는 아니다. 노이즈와 실제 정책을 구분 필요가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지지층을 겨냥한 상징적인 정책이기 때문에 한국은 충분히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
 
 지난해 미중간 무역 갈등 고조를 아시아 최대 리스크로 꼽았는데 실현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좋은 것 아닌가. (웃음) 지난해 틀렸음에도 올해도 무역 갈등이 최대 리스크라고 생각한다. 무역 불균형을 둘러싼 압력 수위가 특히 미국에서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세계 무역 체제가 흔들리면 한국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순수 경제적 관점의 리스크는.
“중국의 높은 부채 수준도 위험 요인이다. 중국은 10년 만에 부채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 고(高)부채 국가로 직행했다. 부채에 의존한 인프라 투자로 성장하는 경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중국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문제가 불거지지는 않을 것이다. 시진핑 국가 주석이 지난해 공산당대회에서 부채 문제 해결 의지를 천명했다. 중기적으로 중국 경제 성장률 5.5~6%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될 전망인데.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금리 인상 흐름도 위험 요인인 것은 사실이다. 미국 연준(Fed)이 올해 잇따라 금리를 인상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 조치도 내년쯤이면 가시화될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와 무역 개선에 따른 금리 인상이므로 관리할 수 있다고 본다.”
 
 세계 경기가 완연한 회복세라는 전망은 때로는 공허하게 들린다. 국내에서는 청년실업률이 10% 가까이로 치솟고,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은 언제쯤 경기 회복을 체감할 수 있을까.
“한국뿐 아니라 대부분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회복의 깊이가 얕고(shallow) 회복 기간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지면서 임금 상승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WTO) 통계를 보면 지난해부터 한국의 전자제품 수출이 급격히 증가했다. 수출 증가가 투자 및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경제 회복의 선순환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청년 실업률은 심각한 수준인데.
“20대 청년들에게 과거만큼 기회가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세계적 현상이다. 특히 한국은 지난 5년간 성장이 매우 정체됐다. 선진국 경제 회복세가 미약하고 세계 무역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바라건대 올해 세계 무역 회복세를 타고 한국 경제가 큰 폭으로 성장하면 노동 시장도 변화할 것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최저임금 인상이 시장에서 마찰을 빚고 있는데.
“미국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이 시도되고 있다. 최저임금은 노동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의 노동자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부는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지만 일부 노동자에게는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없다. 교육 훈련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얻는 게 노동자 입장에서 성장하는 길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는 노동자가 성장할 수 없다. 최저임금은 일종의 보조 장치일뿐이지 노동시장을 번영하게 만들 수는 없다.”
 
 IMF 한국 대표를 지내는 등 아시아 전문 분석가로 커리어를 쌓았다.
“경제 분석 분야에서 아시아와 중국을 이해하는 전문가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진다. 세계 경제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고, 가장 빠르게 성장하며, 수많은 기업의 미래가 달린 곳이기 때문이다.”

폴 그룬월드 미국 텍사스대에서 경제학·수학을 전공한 뒤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6년간 IMF에서 아시아 지역 경제 전망 보고서 작성을 주도했다. 특히 외환위기 직후인 2001~2003년 IMF 한국 대표로 서울에 상주했다. 이 때문에 그는 한국 사정을 잘 아는 글로벌 경제분석가로 꼽힌다. 지난 4년간 S&P에서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다가 올해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승진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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