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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지지자는 박원순·김제동·스타벅스, 홍준표 지지자는 황교안·혜민 스님·롯데 ‘좋아요’

중앙선데이 2018.01.28 01:00 568호 10면 지면보기
[이슈추적] 페이스북 통해 본 SNS 정치 지형
‘웹상에서 이용자들이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 백과사전에 나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한 정의다. 개인의 인맥 쌓는 도구 정도로만 여겨졌던 SNS는 수년 전부터 ‘정치도구’로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유력 정치인들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적 견해를 밝히고 이에 찬반으로 갈린 지지층이 댓글을 달며 여론의 향배를 좌우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일반 사용자들도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공급되는 온갖 정치 기사와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이를 공유하며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정치의 페이스북화, 페이스북의 정치화’란 말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KAIST 이원재 교수팀 분석
1만 여명 ‘좋아요’ 34만건 추적
보수·진보·엔터 3가지 구획 드러나

SNS에서도 진영 경계 뚜렷
보수엔 국방부·경찰청등 국가기관
진보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많아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이원재 교수 연구팀(김원일·김미래·김소희·김진영 연구원)은 ‘사회관계망분석(SNA)’기법을 동원해 정치 담론의 장이 된 페이스북 내 정치 지형을 심층 분석했다. 연구팀은 문재인 대통령, 홍준표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대선 당시 게시한 공식 출마 선언 포스트에 좋아요를 누른 사용자 1만10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어떤 페이스북 페이지에 좋아요를 눌렀는지를 조사했다. 후보들의 출정 포스트는 지난해 1~3월 사이 게시됐지만 이들이 좋아요를 누른 페이지는 페이스북 가입 당시부터 지난해 12월 5일까지 전 기간이 반영됐다.
 
좋아요의 사회관계망
각 사용자들이 좋아요를 누른 페이스북 페이지 수는 34만9512개로 각각 하나의 점으로 구현했다. 각 점들을 동시에 좋아요를 누른 빈도에 따라 거리가 가까워지게 배치했다. 점의 크기는 좋아요를 많이 받으면 더 크게 했다. 이후 모듈러리티(modularity)라는 수학적 알고리즘을 적용해 상대적으로 연결강도가 강한 점들끼리 같은 색깔을 가지도록 했다. 그 결과 문 대통령과 심상정 의원 등 진보 성향 정치인,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진보 언론이 연결되는 진보 클러스터(그림에서 파란색), 홍준표·유승민 대표 등 보수 진영 정치인과 대기업, 국방부, 경찰청 등 국가기관이 연결되는 보수 클러스터(빨간색), 여행·영화·방송 등 문화 오락 관련 페이지가 묶여진 엔터테인먼트 클러스터(노란색) 등 3가지 구획으로 뚜렷하게 나뉘는 경계선이 형성됐다.
 
이원재 교수는 “여당, 야당, 보수, 진보 등 어떤 정보도 주지 않고 순수하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두 개의 페이지를 동시에 좋아요를 눌렀는지만 가지고 컴퓨터가 판단하게 했더니 현실 사회에서 우리가 인식하는 보수·진보의 경계가 페이스북 상에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같은 색깔 내부의 연결이 외부의 연결보다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분석 조건을 고려하면 각 진영 지지자들 사이의 장벽과 경계가 SNS상에서도 높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보수 클러스터엔 국가기관 포함
진보와 보수 두 클러스터의 차이점은 보수 쪽에는 기획재정부, 교육부, 경찰청 등 정부부처와 삼성전자, 현대차 그룹 등 대기업들이 다수 포함됐다는 점이다. 진보 클러스터 내에선 참여연대, 그린피스 등 시민단체가 많았다.
 
이 교수는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가 트럼프에 패했던 이유 중 하나는 유권자들이 힐러리에 심정적으로 동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보 진영조차 기득권 세력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트럼프라는 기존 노선을 벗어난 제3의 인물을 지지한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를 한국 상황에 투영해 보면 우리 국민들은 아직까지 보수를 기득권, 진보를 이에 대한 대안 세력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진보마저 기득권으로 인식된다면 한국에서도 미국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각 후보마다 동시에 좋아요를 누른 페이지를 분야 별로 집계했다. 문 대통령 출정 포스트에 지지를 표한 사용자들은 박원순 시장, 심상정 의원, 표창원 의원,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노회찬 정의당 의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박주민 민주당 의원 페이지 순으로 좋아요를 눌렀다. 현재 여권의 지형도와는 조금 차이가 나는 결과다. 야당쪽 정치인으로는 유승민 대표(33위), 이명박 전 대통령(44위)이 포함됐다.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는 한 사람이 수없이 사용할 수 있는 만큼 현실 지지도와 바로 연결해서 보기엔 조심스럽다. 오프라인 상에서의 지지도와 온라인상에서 얼마나 활발하게 활동했는지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홍준표 대표를 지지한 사용자들 사이에선 인물이 확 달라졌다. 대선 기간 보수 진영 후보로 출마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던 황교안 전 총리가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나경원 의원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다른 당 정치인으로 안철수 대표(14위), 안희정 지사(22위)의 지지도가 높았다. 한미관계를 중시하는 보수 진영 분위기를 반영하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15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16위)도 좋아요를 많이 받았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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